PUA - 251화 그날의 진실 (1)
◈ 251화 그날의 진실 (1)
늑대로 변신한 한스를 타고 온 루드거는 버려진 탄광의 입구 앞에 내려섰다.
입구 근처에는 조금 전 지나갔던 증기 자동차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 외에도 트럭도 보였다.
“무언가 이곳에 온 것은 확실하군. 한스. 받아라.”
루드거는 한스에게 중화제를 건네주었고, 한스는 곧바로 그것을 자신의 팔뚝에 꽂았다.
인간으로 돌아온 한스는 다시 외투를 걸치며 툴툴댔다.
“거 참. 내가 무슨 키우는 개도 아니고.”
“보통 사람은 개를 타지 않고 다니니, 더 특별한 취급이라 할 수 있겠지.”
“그거참 눈물 나게 고마운 위로구려.”
루드거와 한스는 천천히 폐광 안으로 들어갔다.
갱도는 빛 한점 들어오지 않아 어두웠지만 루드거와 한스에게는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한스는 변신 직후 남아 있는 야성 때문에 어둠 속에서도 대낮처럼 훤히 볼 수 있었으며, 루드거 또한 마력을 눈에 집중함으로써 어둠을 꿰뚫어 보았다.
그렇게 두 사람이 갱도 안으로 깊게 들어갔을 때였다.
멀리서 빛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넓은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버려진 탄광에 불이 들어와 있다라.”
루드거는 바닥에 새겨진 발자국을 보았다.
조금 전 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최소 5명은 됐을 텐데, 발자국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이 찍혀 있었다.
“스물. 아니, 서른 이상인가.”
“형님. 어쩌시겠소?”
“여기서부터는 서로 찢어진다. 한스. 나는 다른 중요한 곳이 있는지 살펴봐.”
“형님은요?”
“나는 큰길을 따라 들어가도록 하지.”
“위험하오.”
“그러니 내가 가야 하지 않겠나.”
한스는 루드거의 대답에 말을 잃었다.
생각해보면 여기서 전투가 벌어졌을 시 가장 잘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루드거였다.
“……조심하시오.”
“그러지.”
루드거는 발자국이 이어진 길을 따라 걸었다.
드문드문 이어진 불빛을 따라 얼마나 걸었을까.
이윽고 창고 크기는 될 법한 공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무로 된 상자들과 강철의 기구들이 가득한 공간의 중심에 수십 명의 사람이 모여 있었다.
전부 남청색 제복을 입은 야드들이었다.
그중에는 조금 전 루드거가 쫓던 경찰도 있었다.
그들은 모여서 뭐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루드거의 눈에는 그 모습이 서로 웃으며 떠드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경찰들은 재미있다는 듯 웃고 있었다.
루드거가 눈에 힘을 주자 그들의 모습이 더욱 선명히 보였다.
“…….”
그리고 보았다.
경찰들이 둘러싼 장소의 중심.
그곳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아이의 모습을.
자세히 보니 경찰의 손에는 곤봉이 들려 있었고, 그 곤봉을 따라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피투성이가 된 채로 쓰러진 아이의 모습이.
어딘가 낯이 익었다.
“어? 뭐야.”
“누구지?”
뒤늦게 경찰들이 루드거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하지만 루드거는 자신이 들킨 상황에서도 아이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아르테…….”
루드거의 입에서 쓰러진 아이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몇 시간 전 사라진 그의 개인 학생의 이름을.
* * *
셀리가 사라지고 난 뒤 아르테는 너무 불안해서 일이 손에 제대로 잡히지 못했다.
험상궂지만 속은 여린 주인장은 그런 아르테에게 오늘은 좀 쉬라고 했지만, 아르테는 오히려 그 제안을 거절했다.
“그래도 제 일은 해야죠.”
억지로 웃는 아르테의 모습에 주인장은 어쩔 수 없이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몰라서 아르테를 유심히 살펴보기는 했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모습을 보이면, 어떻게든 윽박질러서 억지로라도 쉬게 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셀리가 사라진 것은 주인장도 나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고.
어린 아르테가 계속 걱정하는 것도 미안하니 이따 휴식 시간에 장을 보러 가면서 경찰서에라도 들를 생각이었다.
하지만 괜한 기우였을까.
이후에 아르테가 보여 준 모습은 평소와 같았다.
‘괜찮아 보이네. 괜히 걱정했군.’
주인장은 거기서 안도했지만, 그는 오히려 그런 아르테의 모습에 의심을 품었어야 했다.
주인장이 안도하고 아르테에게서 시선을 뗀 순간, 아르테는 기회를 잡고 몰래 밖으로 빠져나갔으니까.
‘셀리를 찾아야 해. 나라도.’
아르테는 생각했다.
사라진 셀리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사건은 계속 벌어졌어. 그렇다면 아직도 이 근방에 아이를 잡으려는 범인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야.’
그게 반드시 오늘 일어날 거라는 보장이 없었다.
하지만 아르테에게는 기댈 곳이 여기밖에 없었다.
‘만약 내가 범인이라면 어디서 어린아이를 납치할까.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 누구 하나 사라져도 모를 곳.’
빈민가.
아르테의 머릿속으로 한 구역이 스쳐 지나갔다.
아르테는 곧바로 빈민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어두운 밤, 불빛조차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빈민가는 칠흑 같았지만, 이곳을 자주 오간 아르테는 길을 잃지 않았다.
그중에서 아르테는 어린아이들이 모여 있는 거지굴 근처까지 도착했다.
‘만약에 정말로 범인이 아이들을 노린다면, 여기밖에 없을 거야.’
아르테는 적당히 근처 버려진 쓰레기 잔해 근처에 몸을 숨겼다.
그때였다.
멀리서 등불을 든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저 사람들은…….’
아직 멀어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꽤 수상해 보였다.
애초에 이런 빈민가에 등불을 들고 사람들이 찾아올 이유가 전혀 없었다.
아르테는 숨을 죽이고 그들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등불을 쥔 자들은 주변을 가볍게 살피더니 이윽고 거지굴에 들어갔다.
직후 몇 번 투닥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기절한 아이들을 포대에 담아서 끌고 나왔다.
아르테는 눈을 부릅떴다.
‘진짜 납치범이야!’
아르테는 고민했다.
여기서 저들을 쫓을지, 아니면 경찰에 신고할지.
하지만 그러는 사이 기절한 거지 아이들을 각자 어깨에 얹은 그들은 빠르게 빈민가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아르테는 이를 악물고 그들을 쫓았다.
참고 넘기기에는 사라진 셀리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아른거렸다.
‘셀리. 기다려. 오빠가 꼭 구하러 갈게.’
아르테는 범인들에게 들키지 않게끔 조심히 움직였다.
범인들은 기절한 아이들을 트럭에 실은 뒤 안에 탑승했다.
아르테는 트럭이 출발하기 전 황급히 달려 트럭의 끝에 매달렸다.
순간 트럭이 출발하며 바깥으로 넘어질 뻔했지만, 이를 악물고 팔에 힘을 줬다.
트럭은 도시를 벗어나 바깥으로 향했다.
더 인적이 없고 조용한 곳.
이윽고 한 탄광 앞에 트럭이 멈춰 섰을 때.
아레트는 황급히 트럭에서 내려 근처 수풀에 몸을 날렸다.
“야. 천천히 옮겨.”
“아 냄새. 꼭 거지새끼들을 데려와야 했냐?”
“어쩌겠어. 당장 사라져도 티도 안 날 녀석들이 그런 놈들뿐인데.”
납치범들은 저들끼리 떠들며 포대를 하나씩 옮겼다.
아르테는 고민했다.
이대로 저들을 쫓아 탄광 안으로 따라 들어갈지, 아니면 다시 도시로 돌아가 사람을 부를지.
‘조급해하지 마. 당장 내가 안에 들어간다고 해도 할 수 있는 것은 없어. 오히려 도움을 구하는 게 맞아.’
탄광 내부가 어떻게 돼 있을지는 모르지만, 지리를 알고 있는 빈민가와 다르게 저 탄광 내부는 오히려 납치범들의 소굴이다.
아직 아이인 아르테가 들어간다고 해서 들키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었다.
아르테는 그것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다.
‘경찰을 불러야 해.’
위치도 알았으니 일단 도시로 돌아가기만 한다면.
그렇게 생각할 때 저 멀리서 검은 증기 자동차 한 대가 이쪽을 향해 다가왔다.
아르테는 다시 풀숲에서 몸을 웅크린 채로 숨을 죽였다.
자동차 안에서 내린 사람의 숫자는 다섯이었는데, 아레트는 그들을 보며 눈을 빛냈다.
‘경찰이다!’
짙은 남청색 제복을 입고 허리춤에 몽둥이를 단 자.
도시의 경찰이 틀림없었다.
그 모습에 아르테는 풀숲에서 뛰쳐나갔다.
“누구냐!”
경찰이 아르테를 노려보았다.
“겨, 경찰 아저씨! 여기에요! 여기 납치범이 있어요!”
“아이?”
“수상한 사람들이, 조금 전까지 저 트럭으로 아이들의 납치를…….”
“안의 녀석들은 뭘 한 거야. 왜 한 놈이 빠져나와 있지?”
경찰 중 누군가의 중얼거림을 듣는 순간.
아르테는 경찰에게 달려가려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갑자기 경찰이 왜 저런 말을 한 건지는 모른다.
하지만 아르테는 눈치 빠르게 바로 뒤를 돌아 도망을 치려 했다.
“저런. 그러면 안 되지.”
그때 콧수염을 기른 경찰이 다가와 아르테의 뒷덜미를 잡았다.
아르테가 발버둥을 치려 했지만, 경찰의 태도는 무자비했다.
퍼억!
경찰은 손에 쥔 곤봉으로 아르테의 머리를 내리쳤다.
축 늘어지는 아르테.
경찰들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더니 아르테를 끌고서 탄광 안으로 들어갔다.
머리를 얻어맞은 아르테는 완전히 기절하지 않았다.
그는 흐릿한 시선으로 탄광 내부를, 그리고 시시덕거리는 경찰들의 모습을 응시했다.
이윽고 넓은 공간이 나왔을 때, 경찰은 아르테는 그 중심에 집어 던졌다.
“윽.”
“이거 놀랍군그래. 설마 이런 꼬맹이가 여길 찾아왔을 줄이야.”
아르테는 상반신을 천천히 일으켰다.
그는 방금 자신을 향해 곤봉을 휘두른 경찰을 보며 물었다.
“어, 어째서……?”
“허. 이 녀석 봐라? 한 대 맞고도 아직 멀쩡하네?”
“내 동생. 내 동생을…… 돌려줘…….”
아르테가 그렇게 말하자 경찰은 쯧 하고 혀를 차더니 주변 사람들에게 턱짓했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다른 경찰들이 나서 아르테를 구타했다.
“야야. 완전히 죽이지는 마라. 걔도 실험체로 써야 하니까.”
한차례 구타가 끝났다.
아르테는 피투성이가 된 채로 명령을 내린 경찰을 올려다보았다.
멍이 가득하고 입술이 터져 피가 흐르는데도 아르테의 시선에 담긴 불꽃은 꺼지지 않았다.
“쓰레기들……. 아이를 납치하는 범죄자들. 내 동생을, 내 동생을 돌려줘……!”
“……이 새끼가.”
명령을 내린 경찰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곤봉을 쥐고서 아르테를 향해 휘둘렀다.
퍼억! 퍽! 퍽!
“이! 고아 새끼가! 감히! 누구에게! 눈을 치켜뜨고!”
쩌억.
휘두른 곤봉이 아르테의 관자놀이를 후려치자 아르테의 몸이 실 끊어진 인형처럼 허물어졌다.
“허억. 허억.”
“자, 잠깐. 죽은 거 아니야?”
“뒈지면 뭐. 어차피 고아 새끼들, 한둘 뒈지든 무슨 상관이야?”
“그건 그래.”
“하씨. 더럽게 제복에 피가 묻었잖아.”
경찰들은 고민했다.
이 피투성이 꼬맹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처우를 내려야 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냥 놔두자는 쪽으로 의견이 흘러갔다.
어차피 지금 피를 많이 흘리고 있으니, 놔둬 봤자 금방 죽을 게 뻔해서였다.
그때 경찰들은 일시에 한쪽을 돌아봤다.
왜 그런지 모른다.
단지, 지금 당장 그곳을 보지 않으면 큰일 날 거라는 그런 위기감이 동시에 든 것이다.
“어? 뭐야.”
“누구지?”
경찰들은 한 남자를 발견했다.
검은 인버네스 코트에 새하얀 장갑, 손에 쥔 검은 지팡이와 머리에 쓴 신사모까지.
그 복장에 특유의 날카로운 인상까지 더해지자 어딘가의 높으신 분처럼 생겼다.
“아르테…….”
불청객은 쓰러진 아이를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것을 본 순간 경찰들은 깨달았다.
─이 남자. 우리 쪽 사람이 아니다.
“대체 어떻게 여기까지 찾아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운이 없었네.”
“…….”
루드거는 경찰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피투성이가 된 아르테를 향해 다가갈 뿐이었다.
“뭐, 뭐야.”
경찰들은 루드거가 말없이 다가오자 자기도 모르게 길을 비켜 주었다.
분명 그를 막아야 했는데, 본능적으로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그러는 사이 루드거는 아르테의 앞에 무릎을 꿇고서 상태를 살폈다.
손에 낀 새하얀 장갑이 피로 물들어도 개의치 않았다.
“선생……님?”
“아르테.”
아르테는 잘 떠지지 않는 눈으로 루드거를 응시했다.
“와 주……셨군요.”
“말을 아껴라.”
“제가 괜히…… 무리를.”
“말을 아끼라 했다.”
“죄송……해요.”
아르테의 뺨을 타고 눈물 한 방울이 흘러 내렸다.
“못난 아이라서…… 말을 듣지 않아서…… 죄송해요. 훌륭한…… 학자가 되고 싶었는데.”
“아르테. 나는…….”
루드거가 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아르테가 남은 힘을 쥐어짜 내 입을 열었다.
“모리아티 선생님. 제 동생을, 부탁해요.”
그 직후 아르테의 고개가 옆으로 힘없이 쓰러졌다.
“아르테.”
몸을 흔들어 보지만 아르테는 깨어나지 않았다.
멈춰 버린 호흡. 흘러내리는 피. 차갑게 식어 가는 몸.
그 모든 것이 하나를 뜻했다.
루드거는 아르테의 몸을 바닥에 천천히 눕혔다.
그는 잠이 든 것처럼 눈을 감은 아르테의 모습을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이제는 죽어 버린 소년의 모습에서 루드거는 과거의 자신을 보았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로 죽음만을 기다리던, 어린 시절의 자신을.
그때 그를 구해 준 손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아이에게는 구원의 손길은 없었다.
루드거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거. 누구인가 했더니 그분이셨군. 제임스 모리아티 교수.”
루드거를 알아본 경찰이 콧수염을 매만지며 씨익 웃었다.
“요새 학회에서 잘나가시는 분이 대체 왜 여기까지 오셨을까.”
“…….”
“뭐, 워낙 머리가 좋아서 이런 곳까지 왔을 수도 있겠군. 그보다 안타깝게 됐어. 이렇게 유명한 사람이, 내일부터는 보이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
루드거는 말없이 그를 돌아보았다.
그 순간 콧수염 경찰은 자기도 모르게 몸을 흠칫 떨고 말았다.
이쪽을 향하는 무기질적인 그의 눈빛.
그리고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항거할 수 없는 기운.
그 모든 것이 무언가 잘못됐음을 말해 주고 있었다.
“오늘 이 자리에서, 하나 선언하겠다.”
“뭐, 뭐야! 쳐! 한꺼번에 달려들어!”
다른 경찰도 무언가 위험한 걸 깨닫고 루드거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상황에서도 루드거는 두 다리로 자리를 굳건히 지킨 채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이번 일과 관련이 있는 자들. 그것이 누구라 하더라도 뿌리를 뽑고 말겠다.”
루드거의 발밑의 그림자가 꿈틀거렸다.
일렁이는 그림자 속에서 날카로운 가시가 튀어나와, 루드거를 향해 달려들려던 경찰들을 모조리 꿰뚫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공간 전체에 뻗어져 나가 상황을 구경하던 자들도.
그림자의 가시에서 무사하지 못했다.
검은 가시와 붉은 피.
빛에 비치는 어지러운 그림자들.
비명과 죽음이 난무하는 탄광.
그 중심에서 훗날 범죄자의 온상이라 불릴 남자는 선포했다.
“하나도 남김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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