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A - 252화 그날의 진실 (2)

 ◈ 252화 그날의 진실 (2)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경찰들.




아니. 경찰의 탈을 뒤집어쓴 범죄자들.




루드거는 싸늘한 시선으로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저들에게 큰 고통을 주며 누구보다도 잔혹하게 죽였음에도, 그의 마음은 편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가라앉고, 또 깊은 곳에서 용암처럼 끓어오르고 있었다.




참으로 끔찍한 세상이라고.




루드거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정체를 감춰 가며 떠돌고, 떠난다고 하더라도 미련조차 남지 않을 곳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세상은 뜻대로만 되지 않았다.




스쳐 지나가는 작은 인연이 있었다.




루드거는 그것을 굳이 쳐 내려 하지 않았다.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이라 생각했다.




그러다 뒤를 돌아보면 그것은 사라지고 없었다.




다른 우악스러운 손길에 찢기고 짓밟히며, 아름다운 것들은 힘없이 스러졌다.




처음부터.




만약 처음부터 계속 신경을 썼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셀리는 납치당하지 않고, 아르테는 살 수 있었을까.




모르겠다.




어려운 수학 공식과 마법 술식도 시간을 들이면 정답이 나오는데.




이것만큼은 전혀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은, 해야겠지.”




이번 일과 관련된 자들을 모조리 없애겠다고 다짐했다.




그걸로 마음이 풀리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해야 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정도의 비밀스러운 장소를 사용하고 경찰들까지 부릴 정도라면 이 일의 뒷배는 보통 대단한 사람이 아닐 것이다.




한스가 말했던 대로 국가 단위 수준의 움직일 거고, 당연히 이 일을 벌인 자는 한 명이 아닐 터다.




그런 자들을 소리 높여 규탄한다고 한들 과연 사람들을 들을까.




오히려 그의 목소리는 흙 속에 파묻힐 것이다.




나라의 중진들이 일을 벌였으니 그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루드거를 매장하려 드리라.




다른 것이 필요했다.




더 파급력이 있고, 모두가 믿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메신저가.




“당신……!”




그 순간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드거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케이시 셀모어가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일그러진 그녀의 얼굴은 복잡한 감정으로 가득했다.




“케이시 셀모어…….”




“이게, 이게 대체 뭐야. 왜 당신이 여기에 있는 거고, 이 시체는…….”




떨리는 케이시의 눈동자가 루드거의 새하얀 장갑에 묻은 붉은 피를 지나, 이윽고 그 앞에 쓰러진 아르테의 시체로 향했다.




그 모습에 루드거는 바로 떠올리고 말았다.




그녀의 명성을.




먼 나라에 있음에도 신문의 1면에 실리는 그 파급력을.




‘케이시 셀모어.’




평소에 여유 있는 얼굴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녀는 상당히 다급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아니지? 그런 거 아니지?”




루드거는 주변 상황을 둘러보았다.




사방에 가득한 경찰들의 시체와 피로 가득한 공간.




그리고 그 중심에 홀로 서 있는 자신.




아무리 좋게 보더라도 이 일을 주도한 범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분명, 무슨 오해가…….”




“케이시 셀모어.”




루드거는 그녀의 이름을 부른 뒤 잠시 입을 다물었다.




앞으로 그가 해야 할 일은 누구도 알아주지 못할, 너무나도 허황되고 터무니없는 짓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방법에는 케이시 셀모어 또한 포함된다.




루드거는 그녀를 이용할 생각이었다.




‘이용인가.’




순간이지만, 모든 일을 다 설명해 준 뒤 그녀에게 도움을 구할까 진지하게 고민도 했다.




그라고 죄책감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래선 안 됐다.




그래선 안 되는 것이다.




아이가 죽었다.




이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책임을 져야 했다.




한 명도 남김없이.




똑같이…… 돌려줘야 했다.




“자네는 똑똑한 줄 알았는데, 의외의 질문을 하는군. 범인(凡人)들과 어울려 지내다 보니 자신이 그들과 같다고 착각이라도 한 건가?”




스스로가 내뱉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차갑고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나왔다.




양해 따윈 필요 없다.




인정도, 공감도 바라지 않는다.




그저 하겠다고 한 순간, 그는 될 수밖에 없었다.




철저하게 악인으로서.




교수 제임스 모리아티가 아닌, 범죄 컨설턴트 제임스 모리아티로서.




“어찌 인간이 자신보다 못한 자들에 맞춰서 살 수 있겠나. 케이시 셀모어. 자네도 알고 있지 않나.”




“알고, 있다고?”




“세상은 너무나도 무료하고 따분하며, 그곳에 사는 자들은 너무나도 하찮아서…….”




차라리 여기서라도 말을 멈췄더라면.




그에게 돌아갈 기회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루드거도 그것을 모르지 않았다.




모르지 않았기에, 그 기회마저 완전히 내쳐 버렸다.




“숨이 꽉 막혀, 답답해 미쳐 버릴 것 같다는 걸.”




그 말에 케이시 셀모어가 숨을 삼켰다.




“그러면, 지금 이 모든 짓을 고작 본인의 자극 때문에 저지른 거라고? 여기 있는 사람들을 죽인 것도?”




“그게 그렇게 잘못인가?”




루드거는 어깨를 으쓱였다.




“자네도 알고 있지 않나. 그 내면의 깊은 곳에, 나와 같은 목소리가 있다는 걸.”




케이시는 고개를 푹 숙였다.




“……있지. 나는 당신이 나쁜 사람이 아니길 바랐어.”




케이시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처절한 배신감과 분노에, 루드거는 잠자코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단지 이 모든 상황이 그저…… 그래 맞아. 오해. 어쩔 수 없는 오해에서 비롯됐으면 했어. 서로 대화를 잘하다 보면, 분명 어떻게든 풀어 나갈 수 있는…… 그런 사소한 오해 말이야.”




“터무니없군.”




맞는 말이다.




“왜냐면 우린 서로 다르니까. 분명 이야기를 나누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으니까.”




“헛소리다.”




이해한다.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으며 루드거는 싸늘한 시선으로 케이시 셀모어를 응시했다.




그 모습에 케이시 셀모어는 울 것 같은 얼굴이 됐다.




그러나 그녀는 역시나 초인이었다.




배신의 슬픔마저도 곧바로 극복해 내고, 끝내 정의로운 탐정으로서 전의를 불태우는.




강철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던 것이다.




“그렇다면 제임스 모리아티. 여기서 너를 체포하겠어!”




그 눈빛에 담긴 것은 눈앞의 악을 반드시 처단하겠다는 숭고한 의지.




“얼마든지.”




얼마든지.




제임스 모리아티는 마침내 미소 지었다.




“……움직이지 마. 조금이라도 수상한 짓을 보였다가는 책임 못 져.”




“이런. 이런 상황에서도 상냥하게 경고해 주는 건가?”




루드거는 그렇게 말하는 것과 동시에, 손에 쥔 지팡이로 가볍게 바닥을 쿵 찍었다.




그 순간 지면의 한쪽에 소용돌이가 생기더니 그 중심에서 돌조각을 총알처럼 쏘아 냈다.




케이시는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고 말았다.




돌조각과 충돌한 지팡이가 그녀의 손에 벗어났다.




그러나 허공에 갑자기 물이 맺히더니, 이윽고 채찍처럼 길어지며 떨어진 지팡이를 주워와 케이시의 손에 쥐여 줬다.




‘단일 속성 사용자.’




지팡이가 없음에도 허공의 수분을 조종하다니.




단일속성 사용자는 다른 속성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대신, 해당 원소에 한해서 장악력을 지녔다는 말이 사실이었다.




‘일단은 적당히 싸우다 물러난다.’




루드거가 재차 마법을 사용하려는 순간이었다.




치이이익!




천장 위를 타고 흐르던 두꺼운 파이프의 나사가 빠지더니 새하얀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카가강!




과열된 고압 증기가 시야를 가리고 천장의 파이프가 과열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며 잔해가 쏟아졌다.




“큭! 이건……!”




케이시는 증기를 헤쳐 나가며 루드거를 쫓으려 했지만, 그녀의 앞을 가로막는 것은 무너진 파이프들의 잔해였다.




심지어 파이프가 지탱하던 천장에서 하나둘 돌조각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것은 루드거 또한 마찬가지였다.




“형님!”




때마침 멀리서 들려오는 한스의 외침에, 파이프를 폭발시킨 것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어서 이쪽으로!”




루드거는 도망치려다 바닥에 쓰러진 아르테의 시체를 보았다.




그는 곧바로 두 손으로 아르테의 시체를 안아 들고 한스가 손짓하는 곳으로 달렸다.




직후 쿠르릉, 소리와 함께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겨우 위기를 넘긴 루드거는 한스와 합류해 탄광의 깊은 곳으로 향했다.




“형님. 그 아이는……?”




“…….”




“……후우. 자세한 일은 묻지 않겠소. 다만 지금 형님도 좀 봐야 할 것이 있소.”




“봐야 할 것?”




“그렇소. 조금 전 형님과 헤어지고 나서 혼자서 안쪽 깊은 곳까지 몰래 들어가 봤는데, 이거 놀라운 것을 발견하고 말았소.”




한스가 저렇게 말할 정도라면 분명 평범한 것은 아니리라.




“어쩌겠소?”




“……가야지.”




“안내하겠소. 길이 복잡하니 조심하구려.”




한스는 루드거를 따라 탄광의 깊은 곳으로 안내했다.




처음에는 사람이 오지 않는 버려진 탄광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 전 경찰들이 모여 있던 커다란 창고도 그렇고, 벽과 천장을 타고 흐르는 파이프관도 그렇고.




분명 이곳은 다른 무언가가 있음이 틀림없었다.




실제로 더 안으로 향할수록 탄광의 모습은 없고, 오히려 잘 개조된 비밀 실험실의 모습이 나타났다.




“이쪽이오.”




이윽고 한스가 안내해 준 곳은 거대한 실험실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공장에 가까웠다.




복잡한 기계 장치들이 가득하고, 천장에 딸린 레일을 통해 인간의 형태를 한 금속이 줄줄이 매달려 옮겨지는 중이었다.




“형님. 보셨소?”




“그래. 이건…… 오토마톤이로군.”




자동 인형 오토마톤.




하지만 지금 보고 있는 오토마톤은 뭔가 일반적인 오토마톤에 비해 더 수상했다.




이렇게 비밀스러운 곳에서 오토마톤을 만드는 것도 있지만.




그렇다면 어째서 사람을 납치했단 말인가.




그 의문에 대한 정답은 두 사람이 실험실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서 깨닫게 됐다.




“이건…….”




한스는 말을 잃었고 루드거는 잠자코 그 광경을 주시했다.




두 사람이 보는 것은 커다란 유리관이었다.




녹색의 액체로 가득한 유리관 안에는 성인 남성이 눈을 감은 채로 담겨 있었다.




유리관은 복잡한 전선들로 연결되어 있었는데, 그 전선의 끝에 향하는 곳에는 강철로 이루어진 캡슐이 있었다.




그 캡슐의 안에는 있는 것은 인간의 모습을 본뜬 오토마톤.




그때 남성이 담겨 있는 녹색 유리관에 변화가 일어났다.




끄그그극!




죽은 듯이 잠들어 있던 남자가 눈을 부릅뜨더니, 이윽고 온몸을 비틀기 시작한 것이다.




변화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남자의 얼굴이 심각할 정도로 일그러지고 몸 곳곳이 풍선처럼 부풀기 시작하더니.




펑.




“이런 씨…….”




이제는 완전히 새빨갛게 물든 유리관을 보며 한스는 가까스로 욕설을 집어삼켰다.




“형님. 이건…….”




“그래. 대체 왜 이곳에서 사람을 납치하려 했는지 알겠군.”




실험실의 모습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었다.




이곳이 무엇을 위해 만들어진 곳인지.




“영혼의 전이. 이곳의 놈들은 사람을 납치해 그 영혼을 오토마톤에 이식하려는 거였어.”




“대체 왜 이런 짓을?”




“왜 그런지는 차차 알아봐야겠지.”




루드거의 시선이 한 곳을 향했다.




실험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아직 이곳에 사람이 있다는 것이리라.




맹세했다.




상대가 누구라 하더라도 반드시 그 죗값을 치르게 해 주겠다고.




하지만 동시에 루드거는 약간의 희망을 느꼈다.




그것이 옳은 방법인지 혹은 돌이킬 수 없는 그릇된 길인지 모르지만.




적어도, 아르테를 어떤 방식으로라도 되살릴 수 있다는.




“한스. 아르테를 부탁한다.”




“혀, 형님?”




“여기서부터는 내가 나서지.”




루드거는 아르테를 한스에게 떠넘겼다.




직후 그의 몸이 짙은 그림자에 뒤덮이기 시작했다.




마법수(魔法獸).




아테르 녹터누스(ater nocturnus).




이윽고 그림자에 완전히 뒤덮인 루드거는 한쪽을 응시했다.




그 의지에 따른 마법수가 긴 팔을 펼치며 날개처럼 변했다.




* * *




“으아아아! 도망쳐!”




“괴, 괴물! 입구의 녀석들은 대체 뭘 한 거야!”




비밀 실험실 내부의 경비들은 눈앞의 괴물을 향해 총을 쏘았다.




하지만 검은 괴물은 총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을 쳐 죽였다.




신축성 있게 길게 늘어나는 거대한 팔이 휘둘러질 때마다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




그림자가 지나가는 길목마다 피와 시체가 난자했다.




몇몇은 눈치 빠르게 도망치려 했지만, 괴물은 그런 자들을 단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끝없이 이어질 것 같던 총성과 비명이 멈췄다.




이윽고 실험실 대부분의 사람이 정리되고, 살아남은 자들은 연구실의 중심에 모여 덜덜 떨었다.




그들의 앞에 그림자를 두른 루드거가 모습을 드러냈다.




“살아남은 녀석들은 이게 전부로군.”




“사, 살려 주십시오!”




괴물인 줄 알았던 존재에게서 인간의 언어가 나오자, 거기에 희망을 품은 연구원 중 하나가 외쳤다.




직후 그림자의 손이 그의 가슴을 꿰뚫었다.




“내가 시키지 않은 말을 하지 마라.”




시체는 이윽고 연구실 한쪽에 날아가 처박혔다.




루드거의 경고에 남은 사람들은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머리가 돌아가는 사람들답게, 루드거의 심기를 거슬려서 좋을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루드거는 그 광경을 만족스럽게 보며 몸에 두른 그림자를 해제했다.




그림자에 가려진 루드거의 모습이 연구원들의 앞에 드러났다.




검은 인버네스 코트에 신사모까지 착용한 날카로운 인상의 미남.




그를 본 사람들은 괴물의 정체가 저런 청년이라는 것에 놀라워하면서도, 그의 눈동자를 보는 순간 숨을 삼키고 말았다.




루드거는 연구원들의 반응은 무시한 채, 이제는 주인이 사라진 빈자리에 앉아 한쪽 다리를 꼬았다.




“자, 그러면 이야기를 들어 보지.”




루드거의 눈동자가 흉흉하게 빛났다.




“여기서 다들 뭘 하고 있었는지, 하나도 남김없이 말하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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