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A - 253화 그날의 진실 (3)

 ◈ 253화 그날의 진실 (3)




연구원들은 루드거에게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 전부 털어놓았다.




강철의 합창단.




전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전략 병기 오토마톤을 제작하는 프로젝트.




그리고 오토마톤에 인간의 영혼을 주입함으로써 더 세밀하고 자율적인 움직임을 부여하고.




동시에 무조건 주인의 명령만 따르게 만들려는 것까지도.




본디 이런 프로젝트는 극비로 부쳐지는 것이었고, 연구원들은 입이 찢어져도 외부인에게 말을 하면 안 되는 것이지만.




눈앞에 실험실 내부의 경비를 모두 죽여 버린 괴물이 목숨을 틀어쥐고 협박하는데 입을 다물 사람은 없었다.




자기 목숨보다 중요한 것은 없으니까.




물론 자신은 말할 수 없다며 충성심 하나만으로 루드거의 제안을 거부한 연구원도 있었다.




루드거는 그 즉시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를 죽여 버렸다.




말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런 건 신경 쓰지 않는다고.




그 자비 없이 잔혹한 손속에 연구원들은 묻지도 않은 것까지 술술 뱉어 냈다.




“이야기는 그걸로 끝인가?”




“예, 예. 그렇습니다. 정말 이게 저희가 아는 전부입니다.”




“그렇군. 여기 있는 자료랑 비교해 보면 빼먹은 것은 없어 보여.”




모든 이야기를 들은 루드거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러면 저희는…….”




“아. 그래. 내가 궁금한 것을 전부 말해 줬으니, 그에 따른 포상을 내려야겠지.”




살아남은 연구원들이 얼굴에 희망의 빛이 서렸다.




“다만 그 전에, 마지막으로 질문을 하나 하겠네. 그것만 대답한다면 살려 주지.”




“예, 예!”




“자네들이 납치해서 실험에 쓴 아이들의 이름. 기억하나?”




그 질문에 처음에 희망으로 가득 차 있던 연구원들의 얼굴이 서서히 굳기 시작했다.




“예? 그, 그것이 대체?”




“이름을 모르는 건가?”




연구원들이 침묵했다.




루드거는 다른 연구원들을 돌아봤다.




“모르나? 단 한 명도?”




“그, 그것이…….”




“말해 두겠는데, 나는 거짓말을 싫어하네. 그리고 조금 전 거짓말을 했던 사람이 어떻게 됐는지는 봐서 알겠지.”




루드거의 질문에 거짓으로 고하던 연구원도 없지는 않았다.




그 또한 싸늘한 시체가 되어 연구소 한쪽에 처박혀 있었다.




그 말에 연구원들은 서로의 시선을 교환했다.




누구라도 좋으니 실험체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은 없냐는 거였다.




“없어? 아무도 없는 거야?”




“너희 지금 뭐 하는 거야! 기억해! 떠올리라고!”




“제길! 그건 그쪽이 해야지! 나는 애초에 바이탈 측정만 했단 말이야!”




“이 쓸모없는 새끼들!”




다급해진 연구원들은 서로를 노려보며 삿대질을 하고 욕설을 내뱉었다.




누구도 진심으로 실험체로 쓴 아이의 이름을 떠올리려 하지 않았다.




알려고 하지 않았으니까.




알 필요가 없었으니까.




어차피 죽어도 누구 하나 관심을 주지 않는 아이들이니까.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아.”




“그, 런…….”




뒤늦게 상황을 깨달은 연구원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들은 두려움이 가득한 시선으로 루드거를 돌아봤다.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꼰 채로 이쪽의 모습을 지켜보던 루드거는 연구원들을 향해 차가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고맙네.”




소름 끼칠 정도로 싸늘한 미소를.




“그 아이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않아 줘서.”




직후 꿈틀거리고 있던 거대한 그림자가 연구원들을 집어삼켰다.




* * *




한스는 피투성이가 된 연구실 안으로 들어왔다.




주변에 널린 시체를 보며 눈살을 팍 찌푸린 그는 시체들을 피해 큰 걸음으로 루드거에게 다가왔다.




“전부 끝난 거요?”




“그래.”




“그래도 몇 명은 살려 둘 필요 있지 않았소? 실험 자체를 진행하려면 그래야 할 거 같은데.”




“그럴 필요 없다.”




루드거는 한스를 돌아보며 말했다.




“내가 직접 할 터이니.”




“……그게 가능하오?”




“이곳에 연구 자료들이 남아 있다.”




루드거는 연구원들에게서 빼앗은 자료들을 펼쳐 보였다.




오토마톤에 인간의 영혼을 담기 위한 실험.




강철의 합창단 프로젝트.




그것은 이미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시행 초기면 모를까, 지금이라면 루드거 혼자서도 충분히 남은 부분을 채워 넣을 수 있을 정도였다.




“연구원들이 아이들을 붙잡은 것은, 어린아이의 영혼이 오토마톤에 이식하기 편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아까 그 실험관의 사람이 그렇게 된 것은…….”




“영혼이 애매하게 빠져나간 육체와의 괴리로 몸이 붕괴한 거다. 하지만 성인과 다르게 아이는 그렇지 않지. 그들은 아직 영혼이 작고 가녀리며, 무엇보다 순수하니까.”




게다가 이들은 영혼을 이식하는 것과 동시에 영혼에 일종의 가공을 가해, 자신들의 명령만 충실하게 따르는 병기를 만들고자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영혼이 쉽게 조율되는 것이 필요했는데.




아이들의 영혼이 거기에 딱 맞아떨어졌다.




“아이들을 사용한 실험도 차질을 빚었지만, 그것이 완성된 것도 바로 최근이었더군.”




“놈들이 오늘 다시 사람들을 납치한 것은, 이제 성공한 실험으로 오토마톤을 늘려 나갈 생각이었던 거구려.”




“그래.”




루드거는 연구 자료를 보며 답했다.




성공작이라 부를 수 있는 오토마톤은 코드네임이 새겨져 있었는데, 현재 유일하게 성공한 것은 베타뿐이었다.




베타 이후의 감마 포지션부터는 전부 이름이 빨간 선으로 그어져 있었다.




아마 전부 실패한 것이리라.




그렇다면 아르테의 여동생인 셀리도…….




루드거는 고개를 저었다.




일단은 아르테부터 살리는 것이 우선이었다.




루드거는 아르테의 시체를 시험관에 고이 눕혔다.




기계를 가동하자 관 안으로 녹색 액체가 차올랐다.




녹색 액체에 잠긴 아르테를 지켜보던 한스가 물었다.




“형님, 괜찮겠소? 아무리 그래도 이미 이 아이는, 죽지 않았소.”




“그래. 죽었지. 하지만 그 영혼은 아직 남아 있다. 완전히 죽은 것이 아니야.”




“그렇다 하더라도…….”




한스는 이것을 말해야 하나 말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마음을 다잡고 입을 열었다.




“……눈을 뜨게 된 아이는, 형님이 알던 그 아이가 아닐 거요.”




“그 또한 알고 있다.”




그것은 루드거 또한 각오하던 바였다.




아르테의 영혼은 이제 비어 있는 프로토타입 알파라는 오토마톤에 이식될 것이다.




루드거가 다른 연구원처럼 그 영혼을 잘라 내고 깎아 내며 조율을 거치지는 않겠지만.




단순히 영혼이 옮겨 가는 과정으로도 아르테의 영혼은 모종의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영혼을 성공적으로 이식시켜 눈을 뜨게 하더라도, 그것은 아르테가 아닌 다른 무언가일 가능성이 컸다.




영혼은 본인의 것이지만, 그것이 변했다면.




그렇다면 그것은 이전의 자신인가.




아니면 새로운 무언가인가.




루드거는 그것에 대한 답을 굳이 내리고 싶지 않았다.




그저 믿고 싶을 뿐이었다.




이 아이가 다시 눈을 뜨기를.




“이제 우리는 뭘 하면 되는 거요?”




“지켜봐야지. 영혼이 완전히 이식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니까. 손댈 것도 없다. 기계가 알아서 이식해 줄 테니까.”




“그렇다면 한동안은 여긴 놔둬야겠구려.”




“다 끝나면 폐쇄할 생각이다. 그전까지는, 다른 곳을 신경 써야지.”




루드거는 연구 자료에 적힌 사람들의 이름을 떠올렸다.




그곳에 승인 사인을 내린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소속되어 있는 조직과, 이곳 말고도 숨겨진 여러 실험실과 공장들까지.




그것을 전부 말해 주자 한스는 질렸다는 듯 혀를 내둘렀다.




“미친놈들이로군. 전쟁을 일으킨다는 헛소문이 사실이었을 줄이야.”




마냥 평화로운 시대는 아니긴 했다.




열강들은 더 많은 땅과 자원을 차지하고자 혈안이 되었으며, 어떻게든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서로의 힘이 균등하고, 제국이라는 거대한 존재가 있다 보니 서로 눈치만 보며 이 기묘한 긴장감이 지속됐던 것이다.




하지만 어느 한쪽이 수면 아래에서 이 정도의 힘을 비축하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세계 정세의 균형이 깨지고 만다.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일반적인 병사보다 훨씬 더 강한 오토마톤 군단을 만들려 했다니.”




기사라는 더 강한 존재들이 있지만, 기사는 육성하는 데만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든다.




하지만 이 오토마톤은 그러지 않았다.




자원이 드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대량 생산이 가능하며 곧바로 실전에 투입이 가능했다.




이 강철의 합창단 프로젝트는 전쟁의 판도를 바꾸기 충분했다.




“그것이 성공했다면 말이지.”




하지만 이 비밀 실험실은 이제 루드거의 손아귀에 넘어왔다.




물론 계속 숨기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추가적인 보고가 윗선으로 올라가지 않는다면, 그쪽에서도 무언가 이상한 걸 깨닫고 사람을 보낼 테니까.




“한스. 일주일이다. 그 안에 결판을 봐야 해.”




“일주일이라니. 너무 빡빡한 거 아니요?”




“조금 더 시끄럽게 날뛴다면 시간은 늘릴 수 있다.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고, 소문을 널리 퍼뜨리는 거지.”




어둠 속에서 몰래 진행하던 극비 프로젝트가 차질을 빚는다면 관련자들은 어떻게든 이 일을 무마하려 들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손 쓸 새도 없이 수면 위로 부상하게 된다면.




그때는 관련자들은 함부로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이제부터는 속도전이다. 우리가 먼저 세상에 알리느냐, 그쪽에서 먼저 감추려 드느냐. 거기서 판가름이 난다.”




“판은 저쪽에 유리하겠구려. 애초에 우리가 싸워야 하는 곳이 저들의 앞마당이니.”




“하지만 먼저 움직이는 것은 우리가 될 것이다. 그리고 든든한 아군이 하나 있기도 하고.”




루드거는 케이시 셀모어를 떠올리며 답했다.




“그래서 바로 다음엔 어디로 움직이실 거요?”




“이곳 말고도 다른 곳에 버려진 탄광이 하나 있다. 하지만 그곳은 이곳처럼 비밀스러운 실험실을 감추기 위한 곳이 아니야. 좀 다른 곳이지.”




“다른 곳이라면 어떤 걸 말하는 거요?”




“여전히 실제로 채굴이 되고 있는 탄광이다. 그것도 레어 메탈이 채굴되는.”




한스는 비슷한 걸 들어봤다는 걸 떠올렸다.




“레어 메탈 채굴 광산. 하지만 거기는 더 이상 레어 메탈이 나오지 않아서 폐쇄된 곳이라 들었는데?”




“속임수지. 레어 메탈은 실제로도 나오고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채굴된 레어 메탈은, 이곳에서 오토마톤을 제작하는 데 투입되지.”




“그렇다면 또 이상하오. 아무리 그렇다 해도 레어 메탈에 대한 소문이 돌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나 꽁꽁 숨길 수 있다고?”




레어 메탈을 채굴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고작 몇 명이 있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훨씬 더 많은 대규모 인력이 필요한데, 그 정도의 사람들을 모두 통제하면서 정보까지 은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한 일인 것이다.




“채굴할 때 사람을 사용하지 않는 거지.”




“그렇다면 설마…….”




“그래. 그 설마가 맞다.”




한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를 루드거가 입에 담았다.




“아인종 노예. 놈들은 불법으로 노예를 부리며 레어 메탈을 채굴하고 있다.”




* * *




델리카 왕국에서 가장 거대하다고 알려졌던 레어 메탈 채굴 광산의 앞.




한스는 자신이 보냈던 쥐로부터 정보를 받은 뒤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정말이구려. 확인을 해 보니 안쪽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있다고 하오. 대부분 아인종으로 수인과 드워프들이 많다더군.”




“납치해서 노예로 쓰는 거겠지.”




“미친놈들이로군. 아인종 노예제는 폐지된 지가 언제인데.”




“그런 걸 신경 쓴 놈들이었으면 사람들을 납치해서 생체 실험을 하려 하지도 않았겠지.”




“그것도 그렇구려. 제길. 국가 단위로 이런 정신 나간 짓을 저지르다니. 흑마법사와 다를 게 대체 뭔지.”




한스는 괜히 짜증이 나는지 근처 나무를 발로 툭툭 찼다.




한스도 뒷세계에서 못 볼 꼴도 많이 봤지만, 그럼에도 아이들을 납치해서 실험체로 쓰는 것은 혐오감이 드는 일이었다.




“그래서 어쩌실 거요?”




“어쩌긴 뭘 어쩌나.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정해졌는데.”




“그거야 알기는 아는데. 이번에는 오토마톤 실험실과 다르게, 좀 더 대규모로 무장한 병력이 많이 보이오.”




그렇게 많은 숫자가 필요하지 않은 실험실과 다르게 레어 메탈 채굴광산은 인력이 많이 필요했다.




대부분 채굴은 노예들이 하지만, 그런 노예들이 혹시 모를 반란을 일으키는 것을 방비하기 위한 병력이 생각보다 너무 많았다.




“어떻게 하시겠소?”




“일단은 안쪽에 들어가 보지. 저 안에서 또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을지 모르니까.”




결정을 내린 루드거와 한스는 채굴 광산 안으로 향했다.




이제 누구도 사용하지 않는다는 티를 내기 위해 중간에 갱도를 막아 길목이 차단돼 있었다.




하지만 이미 비밀 통로가 어디 있는지 아는 두 사람은 그런 얄팍한 속임수에 걸리지 않았다.




한쪽 벽 뒤에 숨겨진 비밀 통로를 통해 계속 걷기를 얼마나 갔을까.




길목이 끊기며 거대한 낭떠러지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아래로군.”




부유 마법과 함께 두 사람은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광산의 깊은 곳에 도착하자 주변엔 어둠만 가득했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깡! 깡!




그때 멀리서부터 희미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철과 철이 맞부딪치는 소리에 한스가 입을 열었다.




“형님.”




“그래. 저쪽이로군.”




두 사람이 발소리를 죽여 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했다.




소리를 쫓자 저 너머에서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두 사람이 발견한 것은 거대한 지하 광산이었다.




안쪽에 제대로 씻지도 못한 채로 채굴을 하고 있는 아인종 노예들과 그런 노예들을 감시하는 총을 든 사람들이 있었다.




“더럽게 많구려.”




상상 이상의 규모에 한스가 혀를 내둘렀다.




노예도 노예지만, 감시인들의 숫자만 해도 거의 100명이 넘었다.




“그래. 게다가 단순히 군인만 있는 게 아니야.”




루드거의 날카로운 시선이 어느 한쪽을 향했다.




그곳에 총을 든 감시인들과 다르게 펑퍼짐한 로브를 걸치고 허리춤에 지팡이를 차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마법사였다.




“이러면 좀 힘들 거 같은데.”




한스가 옆에서 어쩔 줄 몰라 할 때, 루드거는 다른 곳을 보았다.




‘흠?’




왜인지는 모른다.




다만 보였을 뿐이다.




다른 노예들과 다르게 유난히 작은 체구의 노예.




어린 소녀의 모습이었지만 이런 곳에 있는 걸 보면 아인종일 것이고, 저 체구를 생각하면 드워프가 분명했다.




그녀는 열심히 곡괭이를 휘두르고 있었는데, 그녀는 채굴한 부산물을 조금씩 몰래 주머니에 챙기고 있었다.




그 행동은 너무 은밀해서 감시자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루드거는 달랐다.




“한스.”




“예 형님.”




“어쩌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예?”




한스는 그게 무슨 소리냐며 루드거를 돌아봤다.




“특이한 녀석을 발견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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