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A - 258화 다르탕스의 그림자 (1)

 ◈ 258화 다르탕스의 그림자 (1)




대도시 다르탕스에 도착한 루드거와 한스는 공장 지대에서 적당한 거리까지 나왔다.




“여기서 잠시 쉬지.”




한스는 커다란 슈트 케이스를 들고 있었는데, 루드거의 말에 듣던 중에 다행이라며 바닥에 쿵 소리 나도록 놓았다.




“악!”




그러자 슈트케이스 안에서 비명 소리가 들리더니, 이윽고 뚜껑이 열리며 작은 소녀가 하나 튀어나왔다.




“야! 너 일부러 나 아프라고 놓은 거지!”




건장한 구릿빛 피부에 허리까지 오는 긴 백발을 양 갈래로 묶은 드워프 소녀.




세리단 아이언피트가 쌍심지를 치켜세우며 한스를 노려보았다.




한스는 노골적으로 발뺌을 했다.




“아니, 뭘 말이오. 오히려 내가 그쪽 옮겨 주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는 아오? 신분증도 없어서 가방에 겨우 숨었으면서 무슨. 무거운 건 신경도 안 쓰나 보지?”




“내가 무겁다고? 나처럼 가벼운 드워프가 세상에 어디 있다고!”




“가방 안에 댁만 있는 줄 아쇼? 온갖 잡동사니까지 다 집어넣고, 그걸 내가 들게 하니까 그러지.”




“뭐? 너 말 다 했어?”




“악! 지금 나 물었어?!”




서로 티격태격 싸우는 두 사람을 보며 루드거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대로라면 끝날 것 같지 않아 보여서 중간에 끼어들어 두 사람을 떼어 놓았다.




“그만. 사이가 돈독해지는 것은 상관없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




“아니 나리. 이게 무슨 사이가 돈독해지는 거야?”




“맞소, 형님. 이 쬐끄만 꼬맹이 녀석이랑 내가 사이가 그렇게 좋아 보이오? 아야야. 진짜 있는 힘껏 깨물었네.”




“운 좋은지 알아. 피를 안 봤으니까.”




“나도 동감이오. 드워프한테 물렸다가 드워프가 됐으면 꿈자리가 사나웠을 테니까!”




“뭐야?!”




세리단의 양 갈래 머리카락이 분노와 함께 치솟아 올랐다.




루드거는 미간을 문지르며 은근한 두통을 억누른 뒤, 세리단을 놀리는 한스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퍼억!




“켁! 아니 형님. 왜 때리는 거요?”




“한스. 네가 애도 아니고 언제까지 그럴 거냐.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숨겨진 공장을 찾아야 해.”




“그거야 그렇긴 한데. 단서는 있소?”




“화약을 만드는 놈들이니 뭔가 있긴 하겠지.”




그때 고민하는 두 사람을 향해 세리단이 손을 번쩍 들었다.




“잠깐! 화약이라면, 내가 좀 알 거 같은데.”




루드거와 한스의 시선이 세리단을 향했다.




“아.”




“그러고 보니.”




세리단 아이언피트.




광산 노예로 붙잡혀 매일 중노동에 시달리면서도, 그 환경 속에서 사제 폭탄을 만들 줄 아는 희대의 드워프.




“화약과 관련된 거라면 내게 맡겨. 내가 냄새 하나는 정말 잘 맡거든.”




두 사람은 세리단의 말을 한번 믿어 보기로 했다.




* * *




놀랍게도 세리단은 자신이 한 말을 착실히 지켰다.




아니, 지킨 것을 넘어 루드거와 한스조차 감탄해서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이쪽에서 냄새가 나. 보기 드문 백색 화약의 향기네. 어지간하면 무취이긴 한데, 드워프 땀 냄새에 소금을 섞은 것 같은 특유의 향기는 못 속이지.”




“그건 또 무슨 냄새인데…….”




한스가 어처구니없어하며 물었다.




“몰라! 그냥 그런 냄새야. 그런 거구나 해 그냥.”




“어, 음. 그보다 확실하오? 단순히 냄새로 보기엔…….”




“이걸 봐.”




세리단은 공장의 골목길 근처 바닥을 손으로 짚었다.




그곳에 하얀 가루 같은 것이 떨어져 있었는데, 세리단은 그것을 손끝으로 매만지더니 입으로 후 불었다.




“백색화약에 마그네슘 분말을 섞었어. 이런 특이한 물건이 흔하게 보일 리가 없지.”




“그런, 가?”




“보통 공장에서는 화약을 사용하지 않아. 군수품이면 모를까. 그런 곳도 쓴다면 흑색화약을 사용하지. 백색화약은 다루기도 까다롭고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거든.”




세리단의 입에서 자신의 전문 분야 이야기가 속사포처럼 흘러나오자, 한스는 이해가 잘 안 되는지 머리를 쥐어 싸맸다.




그때 루드거가 나서며 말했다.




“뭐가 어찌 됐든, 저 공장에서 수상한 일이 벌어진다는 것은 확실해 보이는군. 이제 몰래 살펴봐서 확인 작업을 거쳐야겠지.”




“형님. 만약 진짜 저곳이 맞다면, 그때는 어떻게 할 거요?”




“어쩌긴 뭘 어쩌나.”




루드거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답했다.




“다 터뜨려야지. 흔적도 없이.”




“나리. 그거참 마음에 드는 대답이네!”




세리단은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에서 소형 폭탄을 하나 꺼내서 번쩍 들었다.




“당장 시작하자!”




“시작하긴 뭘 시작하자는 거요! 게다가 그건 또 언제 만든 거고?!”




“가방에 갇혀 있는 동안 너무 답답해서 그냥 만들었어.”




“아니, 대체 그럴 시간이 언제 있었다고……?”




한스가 아연한 얼굴로 허망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빛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갑갑한 슈트 케이스 안에서 폭탄을 만들었다고?




아니, 그보다 자칫 잘못하면 손에 쥔 가방이 폭발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아닌가?




위력이 얼마나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그날 갱도를 붕괴시켰던 그 폭발물의 위력을 생각하면 절대 작지는 않을 터.




한스의 등 뒤에 식은땀이 흘렀다.




“잠시 기다리시오. 안쪽에 적들이 얼마나 있을지도 모르니까. 내가 먼저 확인해 보겠소.”




이대로 가면 근처 일대가 다 날아가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스가 말리려는 순간이었다.




부아앙!




멀리서 차 여러 대가 줄을 지어서 거리를 질주하는 것이 보였다.




루드거와 한스, 세리단은 자연스럽게 골목길 안쪽에 몸을 숨겼다.




“형님. 저 차…….”




“그래. 딱 봐도 평범한 차량은 아니로군.”




검은빛으로 도색된 차량은 일반 차량이 아닌 군용 차량이었다.




“가르텡 사에서 만든 신종 차량이오. 돈이 많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주로 타고 다니는 거지.”




“차창까지 검게 물들어 있는 것을 보면, 눈에 띄면 안 되는 사람인 거겠지.”




“주변 차량은 아마 호위용 차량일 거고. 그 뒤에 덤프트럭을 보면 군에서만 따로 사용하는 기종이 분명하오.”




“그렇다는 것은 저 차량에 탑승한 사람이 최소 군 장성임은 확실하다는 말이로군.”




“그렇겠구려. 지하 갱도 같은 곳에 워 메이지를 파견시킬 수 있을 정도는 될 테니 말이오.”




서로 죽이 척척 잘 맞는 한스와 루드거를 보며 세리단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는 사이에도 두 사람의 추론은 계속 이어졌다.




“한스. 인적도 드문 이런 외진 공장 지대에 군 장성이 찾아올 이유가 뭐가 있을 것 같나.”




“이 미천한 머리로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마땅히 떠오르는 것이 없구려. 유일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거라면…… 군 장성이 관심을 가질 만큼의 비밀스러운 병기가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오.”




“비밀스러운 병기라. 얼마나 비밀스러워야 할 것 같나?”




“글쎄. 적어도, [불의 침묵] 마법에 영향을 받지 않는 화약 정도는 되지 않겠소?”




때마침 차량이 멈추고, 그곳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내렸다.




대부분 절도 있고 각이 잡힌 것을 보아 군인들이 분명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는데, 살집이 풍부한 백발의 노인이었다.




“저 사람은…….”




한스가 그를 보며 눈을 빛냈다.




“왜 그러지 한스? 아는 사람인가?”




“게토 다비뉴 중장이오.”




“장성이라 해도 네가 이름을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기억할 수밖에 없소. 그야 그럴 것이 저 인간, 보통 꼴통이 아니거든.”




이렇게 말을 하면 못 알아들으니 한스는 추가적인 설명을 해 주었다.




“게토 다비뉴 중장. 귀족 가문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는데, 가문을 이을 수 없으니 군 장교를 역임한 사람이오. 가문의 지원을 받아 순식간에 높은 자리까지 올랐소. 그런데 저 인간에게 문제가 너무 많았소.”




“문제라면?”




“일단 귀족 가문 특유의 선민사상과 거만함이 크고 작은 사고를 일으켰고, 무엇보다 저 인간은 지독한 제국주의 지지자에 전쟁 옹호자요. 본인은 싸운 적도 없으면서 전쟁이 옳다고 믿는 주의지.”




확실히 그 정도라면 한스가 기억할 만도 했다.




“그런 인간이 별을 달고 있다는 것도 웃기는 이야기로군.”




“뒷배가 든든하니 그런 거 아니겠소. 게다가 단순히 저 인간만 문제가 아니오. 지금 돌아가는 꼴을 보면 군부 자체가 게토 중장처럼 전쟁을 옹호하는 놈들로 가득해 보이니.”




군인들의 호위를 대동한 채로 게토 중장은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일부 군인들은 공장 주변을 지키듯 서며 철저하게 주변을 감시했다.




“……이거 아무래도 쉽게 들어갈 수 없어 보이는데. 형님 어쩌시겠소?”




“확실히 힘들어 보이는군.”




경비가 너무 삼엄해서 뚫고 들어가기 힘들어 보였다.




무엇보다 가장 거슬리는 것은 허리춤에 칼을 찬 장교들이었다.




“군부 소속의 기사들이로군.”




“마법사에 기사라. 평소에도 저렇게 끌고 다닐 녀석들이 아닌 걸 감안하면, 아무래도 저기가 확실해 보이는데.”




문제는 어떻게 저 안쪽까지 뚫고 들어가느냐다.




“무기를 만드는 군수 공장이지만, 그렇기에 화재에 대한 대비는 확실히 해 놓았을 거요.”




아무리 세리단의 폭탄이라 하더라도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컸다.




마법사까지 있는 이상 일단 외부의 폭발물은 [불의 침묵]에 영향을 받을 테니까.




“철통같은 보안을 뚫고 공장을 날려 버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한스는 고개를 저었다.




“……이거, 애초에 뚫을 수가 없겠는데요?”




차라리 주요 인사인 게토 중장이라도 노려야 하나 싶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저 정도의 호위벽을 뚫고 그를 제거하는 데 성공한다고 쳐도 그 뒷일이 감당이 안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일의 규모를 보면 단순히 게토 중장을 죽인다고 해서 끝날 일이 아니었다.




“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그때 루드거가 꺼낸 말에 한스는 표정에서 의문을 지우지 못했다.




“혹시 형님은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있는 거요? 저긴 뚫는다고 뚫릴 만한 곳이 아니오.”




“왜 뚫을 생각을 하는 건가. 그냥 날려 버리는 선택지도 있는데.”




“아니, 어떻게요? 외부에서 폭격을 가해도 소용이 없을 텐데. 어지간한 외부 폭발물은 먹히지도 않을 테고.”




“안쪽에 있지 않나.”




[불의 침묵] 마법에도 통용되지 않으며.




반입할 필요도 없이 내부에 잔뜩 쌓여 있는 특제 화약.




준비물은 이미 충분히 갖춰져 있었다.




“잠깐. 잠깐잠깐. 형님.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지 않소.”




“뭐가 말이지?”




“놈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그 화약은 중요한 곳에 보관하고 있을 거요. 만든 무기들도 화재의 위험이 없도록 엄중하게 관리하고 있을 거고.”




“그렇지.”




“그렇지, 가 아니란 말이오. 안 그래도 삼엄한 경비에, 안쪽에 또 뭐가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거기까지 갈 수 있다고 보는 거요?”




한스의 지적은 타당했다.




안에서 불을 질러서 화약을 터뜨린다면 그보다 좋을 수는 없겠지만, 애초에 그 방법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웠다.




“아니. 가능하다.”




하지만 루드거는 확신을 담아 말했다.




한스는 그 모습에 뭐라 말을 할지 고민했다.




“아니, 그렇게 확실히 말을 해도…….”




“대신 도움이 필요하긴 하다. 한스, 네가 안쪽에서 그 화약이 어디에 보관되어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그건…….”




“가능하겠나?”




“……해 보겠소.”




한스는 결국 두 손을 들었다.




그는 곧바로 눈을 감고 도시의 쥐들과 감응을 시도했다.




하지만 마냥 쉬운 일은 아닌지라 원하는 만큼 효과가 나오지 않았다.




“한스.”




“끄응. 잠시만 기다려 주시오.”




“한스.”




“할 수 있소. 아니, 해 볼 거요.”




“지금 상황으로는 힘들다.”




“…….”




결국, 한스는 감았던 눈을 뜨며 루드거를 바라봤다.




그의 눈동자는 불안으로 가득 떨리고 있었는데, 루드거가 무슨 말을 할지 벌써부터 짐작하고 있었다.




“……진짜 꼭 그래야 하오?”




“필요한 일이지 않나.”




루드거는 그렇게 말하며 한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한스는 못마땅해하면서 루드거가 건넨 것을 받아들었다.




그것은 시궁쥐의 날카로운 앞니였다.




이빨 조각을 본 한스는 세상이 무너지기라도 한 것처럼 표정을 구기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아, 진짜. 첫날에는 탈것처럼 굴더니, 이번에는 이거요?”




“안 할 건가?”




“……에이씨. 합니다, 해.”




한스는 눈을 딱 감고 쥐의 이빨을 찔러 넣었다.




반응은 곧바로 찾아왔다.




몸에서 털이 자라나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흉측한 시궁쥐의 머리를 단 반인반수가 된 것이다.




“……찍.”




한스는 수염을 찡긋거리며 불만스럽게 울었다.




루드거는 말없이 팔짱을 꼈고, 그 광경을 처음부터 지켜보던 세리단이 감탄하듯 중얼거렸다.




“헐. 미친. 완전 역겨워.”




“……아, 진짜. 이래서 싫다는 거였는데!”




차라리 늑대 이빨이면 괜찮은데, 쥐가 뭐란 말인가 쥐가.




늑대는 멋있기라도 하지.




한스는 투덜거리면서도 자신의 역할을 잊지 않았다.




한스가 정신 감응을 시도하자 곧이어 하수구 틈새에서 시궁쥐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웨어 렛으로 변신한 이후, 쥐에 대한 통제권이 올랐기 때문이었다.




“부탁한다.”




찍찍!




한스가 말하기 무섭게 쥐들이 뿔뿔이 흩어지더니 공장으로 향했다.




공장을 지키는 경비들은 어차피 이 근방이 더러운 곳임을 알기에, 쥐들을 보고도 별로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저 오늘따라 유난히 많이 보인다고 생각을 했을 뿐.




공장의 안쪽까지 침투한 쥐들은 복잡한 내부를 뿔뿔이 돌아다니며 한스에게 정보를 전달해 주었다.




이윽고 공장의 가장 안쪽에, 무언가에 의해 견고하게 보호를 받고 있는 장소를 발견한 한스가 눈을 떴다.




“형님. 찾았소.”




“위치는?”




“공장의 중심에 창고가 하나 있소. 주위에 마법사들이 삼엄하게 지키고 있다 하더구려.”




“거기로군.”




“그래서 이제 어쩌실 거요?”




“보면 안다.”




루드거는 멀리 보이는 공장을 눈대중으로 살폈다.




“거리 300.”




공장과의 거리를 계산하고 폭과 넓이를 눈대중하며, 안쪽의 중심에 있을 창고의 위치를 파악한다.




“마지막으로 확인차 묻지. 공장의 중심부가 맞나?”




“확실하오.”




“알겠다. 한스, 쥐들을 모두 뒤로 물려라.”




한스는 일단 루드거가 시키는 대로 했다.




명령을 받은 쥐들이 공장에서 우르르 빠져나왔다.




그것을 확인한 루드거가 마력을 끌어 올렸다.




“좌표 설정. 지정 완료.”




공장을 보며 무언가 복잡한 술식을 굴리던 루드거가 이윽고 마법을 발현했다.




“지정 좌표에 마법 발현.”




루드거가 마법을 사용했지만, 그의 주변에는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한스가 대체 뭘 한 거냐고 물으려던 순간이었다.




멀리 떨어진 공장의 안쪽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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