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A - 259화 다르탕스의 그림자 (2)

 ◈ 259화 다르탕스의 그림자 (2)




콰아앙───!!!




천지를 뒤흔드는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 공장을 완전히 날려 버렸다.




무시무시한 불길과 함께 폭발의 충격파로 인해 공장의 잔해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주홍빛 화염이 번지고, 그 여파는 고스란히 주변까지 번졌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한스도 갑자기 얼굴을 때리는 거센 풍압에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세리단은 미처 대비하지 못해서 뒤로 발라당 넘어지기까지 했다.




“아코.”




“뭐, 뭐요?”




한스는 너무나도 이상한 상황에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루드거가 무언가를 했다는 것은 알겠다.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티를 냈는데 알지 못하면 그게 병신이지 사람이겠는가.




하지만 난데없이 공장이 폭발하는 것은, 마치 중간에 당연히 있어야 할 단계 몇 개를 그냥 건너뛴 거나 다름없었다.




그 정도로 지금 벌어진 일은 한스의 상식을 벗어났다.




순식간에 불바다가 된 공장 일대를 보며 한스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형님. 대체 뭘 한 거요?”




“처음 해 봤지만 잘되는군.”




“예, 예? 아니 뭘 했는데 잘됐다고…….”




“마법이다. 내가 제임스 모리아티로서 연구를 하다가 우연히 개발한 마법이지.”




루드거는 오르도 대학에서 교수직을 맡으며 위상수학에 대해 연구했다.




거기서 더 발전시켜 공간의 특이성, 좌표, 입체에 대해서도 탐구를 계속했다.




그것을 바탕으로 루드거는 새로운 마법을 창안하기에 이르렀다.




첫 번째가 그림자를 통한 공간 이동.




어디에나 있는 그림자를 매개로 해서 그곳으로 이동을 하는 것이었다.




물론 익숙지 않아서 마력의 소모도 크고 머리가 어지럽다는 문제가 있지만.




적응만 된다면 이건 마법계에 있어서 큰 혁명을 몰고 올 정도였다.




그리고 두 번째로 만든 마법이 바로 지금 보여 준 것.




공간 이동을 마법에 적용시킨, 좌표 지정 마법이었다.




해당 공간의 좌표만 안다면, 그곳에서 마법을 발현시킬 수 있는 기술이었다.




“안쪽에 있는 화약이 보관된 장소의 좌표를 계산하고, 그 근방에 광범위한 불꽃을 뿌렸다.”




“미, 미친 그게 가능한 거였소?”




“이제 와서 뭘 새삼스럽게 구는 거냐. 그러니 저기 공장이 날아가 버렸지 않나.”




“아, 아니 그거야 보면 아는데. 그거 완전 사기 아니오?”




“보는 것처럼 마냥 편리한 것은 아니다.”




마법에 대한 방비가 철저히 되어 있다면 오히려 아무 소용이 없다.




방어 마법이 펼쳐져 있었다면, 마력을 이용한 좌표 지정 자체가 꼬여서 엉뚱한 방향에서 마법이 터질 가능성이 컸다.




어쩌면 마력이 역류해서 사용한 본인이 당했을지도 모르고.




“하지만 놈들은 일반적인 화기에만 주의를 기울이다 보니 마법에 대해 전혀 방비를 안 했더군.”




“……그야 보통은 그런 것에 방비할 생각을 안 하지. 있는지도 모르는데.”




누가 멀리 떨어진 허공에서 마법을 발현할 거라고 예측이라도 할 수 있을까.




“애초에 목표물이 실시간으로 움직이고 있다면 빗나갈 가능성이 크다. 저걸 탈취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사용하지 못했을 방법일 테고.”




루드거는 그렇게 말하며 안주머니에서 마력약을 꺼내 입안에 털어 넣었다.




“게다가 이거, 한 번 사용하는 데 마력의 소모가 너무 극심하군.”




그림자를 통해 공간 이동을 하는 것도 마력 소모가 심했는데, 좌표 지정 술식도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공간 좌표를 머리로 직접 계산을 해야 하는데, 아주 순간이었을 뿐인데도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 왔다.




“거리에 따른 마력 소비량도 많은데, 위력은 현저히 낮아. 약간의 불씨만으로 터뜨릴 수 있는 화약이라 다행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방법이 없었을 거야.”




“그…….”




“별로 대단할 것도 없다.”




루드거는 그러니 마냥 대단한 것은 아닌 것처럼 답했지만, 그 말을 듣고 있는 한스와 세리단은 곧이곧대로 루드거의 말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래도 대단한 거 아닌가?’




‘이걸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대단한 거 맞잖아.’




그 순간 한스는 쥐 한 마리가 자신에게 다가와 소식을 전하는 것을 듣고 표정을 굳혔다.




“……형님. 의외의 소식 하나가 들어왔소.”




“뭐지?”




“게토 중장이 살아 있다고 하오.”




그 말에 루드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저 폭발 속에서 죽지 않았다고?”




“예. 공장 지하에 시설이 더 있다고 합디다. 꽤 깊은 곳까지 내려간 거 같은데, 아무래도 거기에 있다 보니 폭발에서 멀쩡했던 것 같소.”




“비밀 통로인가. 운이 좋았군. 그래서 지금 게토 중장은 뭘 하고 있지?”




“잠시만 기다리시오.”




한스는 그렇게 말하며 눈을 감았다.




10초 정도가 지난 뒤에 한스가 감았던 눈을 뜨며 말했다.




“위에서 일어난 폭발 때문에 올라오지는 못하고 있고, 다른 출구로 움직이는 중이오. 호위들을 대동한 채로.”




“따로 빠져나갈 출구가 있었군.”




루드거는 한스를 향해 중화제를 집어 던졌다.




탁. 한 손으로 중화제를 받아 든 한스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팔뚝에 그것을 주사했다.




“어쩌시겠소?”




“어쩌기는.”




루드거는 불타는 공장을 뒤로했다.




“쫓아야지.”




* * *




공장 지대에서 벌어진 거대한 폭발.




그 현장에는 아직도 잔불을 끄기 위한 소방수들과 마법사들이 고역을 치르고 있었다.




현장에 도착한 케이시 셀모어는 한층 무거워진 표정으로 주변을 수색했다.




‘제임스 모리아티가 이 도시로 오라고 한 뒤 공장이 폭발했어. 게다가 해당 공장은 일단 바깥에 알려진 바로는 평범한 차량 부품 공장이라 했지.’




그런데도 이 정도의 폭발이 일어났다.




외부의 마법에 의해 붕괴한 것이 아니다.




바깥으로 튕겨 나간 잔해.




완전히 전소되어 버린 공장의 안쪽.




그것만 보더라도 폭발은 내부에서 일어난 것이었다.




‘폭발의 위력이 거대해. 잔해에 남아 있는 흔적과 매캐한 화약의 냄새. 이건 분명 폭발물로 인해 발생한 화재야.’




공장 전체를 날려 버릴 정도의 폭발이라면, 거기에 필요한 화약이 대체 얼마나 들어가 있는 걸까.




케이시 셀모어는 그 양을 대략 추측하려다 고개를 저었다.




‘무기를 쌓아 놓은 군수 공장이기라도 한 거야?’




화재가 거의 다 진압된 공장 내부를 둘러보던 케이시는 무언가 이상한 걸 발견했다.




아주 미세한 틈이었는데, 그것을 본 그녀는 주변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슬쩍 다가가 발끝으로 툭툭 건드려 보았다.




‘비밀 통로. 잔해에 무너져 있어서 보이지 않지만 아래로 향하는 길이 있어.’




난데없이 벌어진 폭발 사건과 해당 공장 아래에 숨겨진 비밀 통로까지.




아무리 봐도 수상한 것이 가득했다.




“탐정님. 혹시 이상한 거라도 발견하셨습니까?”




현장을 조사하러 온 것은 케이시뿐만이 아니었다.




도시의 경찰들이 다가와 케이시에게 혹시라도 무슨 단서라도 찾았는지 물었다.




케이시는 그들을 보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전혀요.”




“그렇습니까. 역시 부주의로 인한 폭발 사고인가.”




“아 참. 그보다 혹시 이 근방에 자주 찾아오는 사람이 있나요?”




“자주 찾아오는 사람이요?”




경찰들은 케이시의 의중을 알 수 없는 질문에 의아해했다.




“저희는 잘 모르겠습니다. 애초에 여기는 순찰 구역이 아니거든요.”




“순찰 구역이 아니라고요?”




“그, 그것이 예전부터 상부에서 내려왔던 명령입니다. 어차피 이곳에서는 볼 것도 없으니 순찰을 할 필요도 없다고 했습니다. 저희야 일이 줄어드니까 편하기도 하고요.”




케이시는 그 말에 뭔가 이상한 걸 느꼈다.




순찰 구역이 아니라는 것까지는 크게 의심되지 않았지만, 문제는 오늘 이 장소에서 벌어진 사건 때문이었다.




‘자동차 부품을 만든다면서 안쪽에 화약을 가득 쌓아 놓은 비밀스러운 공장. 그리고 경찰들이 순찰을 하지 않는 구역.’




케이시 셀모어는 자신이 이곳에 오면서 본 것들을 떠올렸다.




공장 내부도 내부지만, 폭발한 공장 바깥에 있던 것 중에서도 수상한 것이 있었다.




‘폭발에 휩쓸려 부서진 차량. 이런 곳에 있을 만한 물건이 아니었어.’




불에 타서 차체가 무너졌지만, 케이시는 그 대략적인 형태만으로 차량 모델이 무엇인지 알아냈다.




‘군용 모델 트럭. 그렇다는 것은 이번 일이 군부와 연관이 있다는 건가?’




제임스 모리아티가 군부에 연이 닿아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녀가 모르는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인지.




제임스 모리아티는 케이시에게 이 도시로 오라고 말했다.




그리고 도착한 오늘, 사건이 벌어졌다.




이 모든 것이 과연 우연일까?




‘제임스 모리아티. 당신은 대체 뭘 할 생각이지?’




케이시는 도시의 이 도시 어딘가에 숨어 있을 그 남자의 모습을 떠올리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 * *




어두운 밤, 특별한 모임이 있는 사교장.




누구도 알지 못하는 비밀스러운 장소의 공간에서 한 남자가 분통을 터뜨리며 주먹으로 책상을 쾅 소리 나게 내리쳤다.




“이런 제길! 대체 관리를 어떻게 하면 폭발이 일어나냐고!”




공장의 폭발에서 무사히 탈출한 게토 중장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자칫 잘못했다가 자신도 거기에 휩쓸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는 아직도 차오르는 화를 식히기가 힘들었다.




“안 그래도 요즘 레어 메탈 채굴 광산 건 때문에 시끄러워 죽겠는데.”




“불의 침묵에 영향을 받지 않는 특제 화약을 만들던 곳이 그렇게 사라지게 되다니. 손해가 막심하군요.”




자리에는 게토 중장 말고도 군복을 입은 자들이 몇 명 더 있었다.




전부 다 훈장을 많이 달고 있는 장성들.




게토 중장과 마찬가지로 식민 지배를 찬성하고 전쟁을 옹호하는 자들이었다.




“문제가 심각하오. 아인종들 노예가 풀려나면서 국제적으로 제지가 들어올 수도 있소.”




“공장의 폭발 때문에 뛰어난 군인들도 목숨을 잃었지. 제길.”




“겨우 만들어 둔 화약까지 날아가 버렸으니.”




“그나마 제조법은 아직 남아 있지만, 이대로라면 목표로 하던 일정이 훨씬 더 미뤄질 수밖에 없겠소.”




저마다 침통한 얼굴로 말하는 사람들.




그들은 최근 벌어진 일들 때문에 보통 골치가 아픈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 강철의 합창단 프로젝트는 어떻게 됐지?”




“3일 전 보고가 들어온 것을 마지막으로 아직 올라오고 있지 않더구려.”




“혹시 거기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니겠지?”




“설마.”




그때 씩씩거리던 게토 중장이 입을 열었다.




“이거, 평범한 사고가 아닐지도 몰라.”




“게토 중장. 그게 무슨 소리인가.”




“처음에는 우연인가 싶었지만, 이걸 보는 순간 생각이 바뀌더군.”




게토 중장은 그렇게 말하며 부하에게서 건네받았던 신문 하나를 툭 던졌다.




“고르드 학장이…… 죽었다고?”




신문에 실려 있는 기사에는 오르도 대학의 고르드 학장의 사망 사건을 다루고 있었다.




고르드 힘벨 학장.




오르도 대학에 소속된 그는 세간에 알려진 바로는 매우 뛰어난 학자이자 철학가였지만.




그 실상은 비밀리에 실험을 도와주는 욕망이 미친 노인이었다.




“살인자는 최근 유명세를 타고 있는 교수, 제임스 모리아티의 짓이라고 하는군.”




“살해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게토 중장의 말에 모두가 침묵했다.




듣고 보니 뭔가 느껴진 것이다.




“누군가 우리를 노리고 있어. 그건 확실하다.”




“누군가라니. 설마 제국의 정보부가?”




“블랙옵스. 그자들이 움직였다는 말인가?”




자리에 모인 자들이 몸을 떨었다.




블랙옵스는 엑실리온 제국이 타국에서 비밀 의뢰를 수행하기 위해 키워진 자들이다.




제국 내부의 일을 정보국의 나이트크롤러 기사단이 처리한다면.




그 바깥에서 대륙 전체의 위험을 감지하는 일을 맡는 것이 블랙옵스였다.




그나마 과거 악명이 자자했던 블랙옵스의 팀 알파가 사라지고, 그 활동이 조금 뜸해졌다고 하지만.




최근 들어 다시 살아났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었다.




“그렇다면 한동안은 조용히 움직여야 한단 말인가.”




“안 그래도 요즘 벌어진 일들 때문에 반전주의자들 놈들의 기세가 너무 높아졌소.”




“쯧. 이런 꼴을 보고 싶지 않아서 빨리 진행하려고 했는데.”




다들 현 상황에 안타까워하면서도, 누구도 앞장서서 이 일을 강행하자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대의를 위해 행동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희생도 불가피한다고 하며, 사람이 몇이나 죽어 나가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희생에는 절대 자신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




그들이 목 놓아 부르짖는 희생조차도, 결국에는 타인의 생명을 연료로 삼기 위한 기만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튼, 한동안은 조용히 지내야 할 거 같소.”




“그럽시다. 잠잠해진다 싶으면 그때 다시 움직여도 되니까.”




“그러면 이만 가 봅시다. 다들 늘 말했다시피, 우리는 이곳에서 만난 적이 없는 거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그때였다.




모임 장소의 문이 활짝 열리더니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누구냐!”




바깥의 호위가 함부로 문을 열고 들어올 리가 없었다.




그렇다는 것은 최소한 외부인이라는 것인데, 외부인이 이런 곳에 그냥 올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방의 구석에서 대기하고 있던 다른 호위가 열린 문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활짝 열린 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고요했다.




그렇기에 이상했다.




“복도를 지키던 놈들은 대체 어디로……?”




당연히 있어야 할 사람조차 보이지 않음에 당황한 순간.




그들의 발아래에 있던 그림자가 움직였다.




무수한 가시나무처럼 치솟아 오르는 그림자들이 호위들의 몸을 무참히 꿰뚫었다.




순식간에 죽음이 난무했고, 자리를 뜨려던 장성들은 그대로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이, 이게…….”




“대체 무슨!”




모두가 당황하는 그때, 허공에 어둠이 일렁이더니 누군가 신기루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인버네스 코트를 입은 미청년이었다.




올백으로 넘긴 머리카락에 한쪽 눈에 착용한 황금색 모노클.




머리에 쓴 신사모를 썼으며 한 손에는 지팡이를 쥐고 있었다.




이 자리에, 그리고 이 참상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




그럼에도 장성들은 그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모습을 드러낸 남자는 원탁의 빈 의자를 하나 가져와 앉았다.




“너, 너는 누구냐.”




게토 중장이 식은땀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그 모습에 남자는 모노클 너머의 싸늘한 시선으로 게토 중장을 응시하며 말했다.




“제임스 모리아티.”




“……!”




그 이름을 모를 리가 없었다.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과 연관이 있는 고르드 학장을 죽인 범인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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