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A - 260화 탐욕 집회 (1)
◈ 260화 탐욕 집회 (1)
난데없는 불청객의 등장에 자리에 모인 장성들은 눈알을 뒤룩뒤룩 굴리며 눈피를 살폈다.
바깥에 대기하고 있던 인원들은 물론이거니와 호위들도 전부 죽어 버렸다.
이 모든 참상을 자아낸 당사자는 자리에 앉아 이쪽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그 시선에 담긴 감정은 정치를 하면서 살아남은 그들조차 헤아리기 힘들었다.
"내가 왜 여기에 왔는지 궁금한 모양이군."
그 말에 장성들은 모두 몸을 움찔 떨었다.
조금 전까지 멀쩡했던 부하들이 순식간에 당하는 것을 보았기에, 루드거를 향한 그들의 눈빛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루드거는 탐욕으로 똘똘 뭉친 늙은이들의 모습을 보며 한쪽에 앉아 있는 게토 중장을 응시했다.
"내 선물은 잘 받았나?"
"뭐?"
"공장에 작은 선물을 줬는데, 받지않고 여기로 도망쳤더군."
그게 무슨 소리냐고 따지려던 게토 중장은 오늘 낮에 있던 공장 폭발 사건을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네놈,짓이었나."
"다음부터는 마법에 대한 방비도 확실히 해놓는 게 좋을 거야. 물론 다음이 있다면 말이지."
"도대체 목적이 뭐냐.나에게 뭘 바라는 거지?"
게토 중장이 턱살을 바르르 떨며 물었다. 이 정도의 실력자가, 대체 어째서 자신들을 건드린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아서였다.
"혹시 제국의 앞잡이라도 되는 거냐?"
"앞잡이? 기분 나쁜 소리를 하는군. 내가 그런 놈들의 앞잡이라도 할 사람으로 보이나."
"블랙옵스도 아니라면 대체 왜 우리에게 이런 짓을 저지르는거냐."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되묻는 게토의 말에 오히려 루드거가 물었다.
"그건 내가 묻고 싶군. 너희들은 왜 이런 짓을 저지른 거지?"
"뭐?"
"사람들을 납치하고 , 실험체로 사용하고, 아인종을 사로잡아 노예로 부리고,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비밀병기를 만들고."
그들이 비밀리에 진행했던 일들이 하나둘씩 루드거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안색이 싸늘하게 굳었다.
이 남자는 지금 그들이 무엇을 하는 지 모두 알고서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최근 그들이 진행하던 극비 프로젝트들이 하나둘씩 망가졌던 것도. 전부 이 남자 때문이었다.
"이,이이!"
게토 중장은 그것에 머리끝까지 열이 차올랐다.
그가 그토록 바라던 대업이 고작 한 사람 때문에 전부 이 꼴이 났다는 사실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나 참아야 했다.
이 자리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은 루드거였으니까.
주도권뿐일까.
그들의 명줄까지 쥐고 있지 않은가.
"왜냐고?"
게토 중장은 입술을 씰룩 일그러뜨리며, 루드거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것이 우리의 대업이기 때문이다. 나약해진 조국의 위대함을 되찾기 위해서. 서서히 몰락해가는 왕국에 강철의 규율을 되새겨 저 썩어 빠진 돼지들에게서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썩어 빠진 돼지라고?"
"그래. 지금 델리카 왕실은 그야말로 평화에 찌든 머저리들뿐이다. 평화,자유,평등. 다 개소리야. 그런 말을 우리더러 들으라고?"
게토 중장은 마음속으로 담아두었던 불만을 모조리 토해 냈다.
철강국 델리카 왕국은 과거 강철의 나라라 불릴 정도로 융성한 발전을 이루었다.
전쟁을 벌이고 식민지를 늘려가며 융성한 국가로 발돋움하던 델리카 왕국이었지만, 평화가 찾아온 이후로 서서히 몰락해가고 있었다.
"우리의 강철은 절대 녹이 슬면 안 된다. 하지만 지금 꼴을 봐. 녹이 슬다못해 부식됐어. 그래서 바꿀 생각이다. 절대로 녹슬지 않는 강철로."
"그러기 위해서 사람들을 죽였나?"
"아인종 노예들 따위, 몇 명이 죽건 그게 무슨 상관이지.?"
"자국민도 실험체로 쓰지 않았나."
"투표권도 없는, 어차피 사회에 도움 안 되는 놈들이다. 이 나라에 필요한 것이 우월한 유전자인 걸 감안하면 오히려 잘 솎아냈다고 볼 수 있겠지."
전쟁 옹호에 우생학주의까지. 게토 중장은 자신의 의견을 진심으로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루드거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눈을 감았다. 게토 중장이 그 모습을 보며 물었다.
"자네는 상당히 유능해보이는군. 순식간에 호위를 쓰러트린 그 능력. 필시 범상치않은 사람이겠지.어떤가. 우리와 손을 잡는 것이."
게토 중장은 "이 내가 너를 인정해줬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언제 죽을 지 모르는 이런 상황 속에서 그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한 모든 행동들이 정말 나라를 위한 대업이라고. 이 모든 것이 대의에 의한 행동이었다고.
주변에서 그 말을 듣던 장성들도 마찬가지였다.
루드거는 그 모습을 보며 입을 열었다.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아직 70이 넘지 않은 것으로 안다."
갑자기 나오는 나이 이야기에 장성들이 불안하다는 시선으로 루드거를 응시했다.
"하지만 실제로 전쟁은 100년도 더 전에 끝났지. 이 자리의 누구도 전쟁을 겪어 본 적이 없어."
"그게 뭐 문제라도 되나?"
"이상하지 않나? 평화의 시대에 태어난 자들이 전쟁을 울부짖는다는 것이."
"뭐?"
"처음에는 화가 났다. 이 모든 짓을 저지른 자들에게 분노가 치밀어 오르더군. 하지만 문득 궁금해졌다 "
루드거는 가늘게 뜬 눈으로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면면을 살폈다.
"이 사람들은 대체 왜 그런 짓을 저지른걸까. 왜 그런 악행을 저지르고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이렇게 떳떳한 것일까. 혹시 내가 모르는 다른 복잡한 사정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하지만 이렇게 마주 보며 대화를 나눈 순간 루드거는 깨달았다.
그런 걱은 없었다.
복잡한 사정도,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위대한 사명도, 복수라는 불꽂 같은 감정조차도.
어느 하나 없었다.
무지와 아집이 있었을 뿐이다.
루드거는 소수의 욕망 아래에 스러져 간 사람들의 모습을 기억했다.
거기에 사라진 꿈들을 떠올렸다.
"이제는 화가 나지도 않는군. 단지 혐오감만 들 뿐이지."
"그게 무슨 소리인가."
"너희들은, 갱생의 여지조차 없는 쓰레기라는 소리다."
루드거가 기세를 드러내자 게토 중장이 결국 참지 못 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는 허리춤에서 권총을 뽑아 루드거를 향해 겨누었다.
"그러면 죽어라!"
장성들에게만 주어진다는 특제 권총.
실용성은 적으며 겉보기가 화려한 것에 지나지 않지만, 총으로써 역할은 충실히 하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마법서를 상대로 이 총이라는 것은 무력할 수 밖에 없었다.
상대가 바보가 아닌 이상, 불의 침묵을 대비하고 있을테니까.
그렇기에 게토 중장은 더욱 확실했다.
지금 이 일격으로 녀석을 죽일 수 있다고.
'불의 침묵에 영향을 받지 않는 이 화약이라면!'
방심하는 상대방의 미간에 구멍을 뚫는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철컥.
하지만 방아쇠를 당겨도 총알이 나가는 일은 없었다.
"뭐,뭐?"
게토 중장은 그제야 무언가 이상한 걸 깨달았다.
루드거를 향해 겨눠야 할 총이 사라져 있었다.
그의 한쪽 손목과 함께.
뒤늦게 뿜어져 나오는 피와 고통에 게토 중장이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악! 내, 내 손!"
"재미있는 화약을 사용하더군."
루드거는 손에 쥐고 있던 소드스틱을 가볍게 휘둘러, 거기에 묻어 있던 피를 털어냈다.
루드거가 손을 뻗자 권총을 쥔 채로 테이블 위에 떨어진 게토 중장의 손이 두둥실 떠서 그에게 날아왔다.
루드거는 곧바로 딸려온 손을 치우고 권총을 쥐어 보였다.
화려한 금빛으로 도금된 리볼버.
실린더 안에는 6발의 총알이 들어 있었다.
전부 다 특제 화약으로 채워진 총알이었다.
"불의 침묵에 영향을 받지않는 화약이라. 참으로 흥미로워."
"끄으으. 대, 대체 어떻게……."
"어떻게 알았냐고? 내가 공장을 날리면서 그런 것도 확인을 안 했으리라 생각했나?"
게토 중장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아닌 것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잘린 단면에서 피가 빠져나와 과다 출혈로 죽을 판이었다.
루드거는 이 쪽을 간절한 시선으로 응시하는 게토 중장의 모습을 보며 조소를 지었다.
"자리에 모인 사람은 6명."
그리고 때마침 실린더에 들어 있는 총알도 6발.
"숫자가 너무 딱 맞아떨어지는군."
"잠……!"
타앙!
뭐라 외치려던 게토 중장의 미간에 구멍이 뚫렸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장성이 고성을 질렀다.
제발 살려 달라는 사람, 누구 없냐며 호위를 찾는 하람, 도망치려고 하는 사람.
누구도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았고, 루드거는 그런 자들에게 총알을 하나씩 선사해 주었다.
울려 퍼진 총성은 총 6발이었다.
***
델리카 왕국은 난리가 났다. 연쇄 행방불명 사건과 이종족 노예 사건.
거기에 더불어 유명한 대학 학장이 한 교수에 의해 살해당하는 일이 있었다.
그뿐만 이어도 기자들은 연일 쏟아지는 특종에 기사를 뽑아 내느라 여념이 없었지만, 이번 건은 훨씬 더 컸다.
전쟁 옹호자인 군부 강경파들의 몰살.
별을 단 장성급 6명이 일시에 살해당한 것이다. 그들을 지키던 호위들과 함께. 그것은 델리카 왕국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그들이 무엇 때문에 죽은 건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누가 죽였는지는 공공연히 소문이 퍼져 있었다. 제임스 모리아티 교수.
고르드 힘벨 학장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던 그가 장성들까지 죽였다는 것이다.
사실 제임스 모리아티 교수는 마법을 쓸 줄 알았으며 자신의 정체를 숨겨 왔다고 한다.
그리고 그에 따른 확답은 케이시 셀모어를 통해서 사람들의 뇌리에 확연히 각인되었다.
세기의 탐정이 그를 범인으로 지목했으니, 그것이 틀릴 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을 연일 제임스 모리아티에 대해서 떠들었다.
그의 잔악함, 교활함, 그가 앞으로 벌일 모든 범죄에 대해서 벌써 일어날 일인 것처럼 두려움을 품었다.
기자들은 이 자극적인 먹잇감을 놓치지 않았다.
그들은 곧 델리카 왕국 전역에서 벌어지는 온갖 사소한 범죄도, 거기에 제임스 모리아티의 손길이 닿았다고 기사를 썼다.
그게 진실이고 거짓이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진짜라고 믿었다는 거지.
-제임스 모리아티가 델리카 왕국을 뒤집으려 한다.
-제임스 모리아티 교수는 전쟁을 일으키려고 했다.
-그는 비밀스러운 실험을 강행했다.
-도시에 벌어지는 강도살해 사건도 제임스 모리아티의 사주다.
작은 소문조차 거품처럼 크게 부풀어 올랐다.
범죄자들이 벌이는 잡다한 사건들도 소문을 부풀리는 게 박차를 가했다.
-우리도 제임스 모리아티의 부하다!
거물이 되고 싶어 하던 머저리들이 헛바람이 차서 외친 허세였지만, 한창 분위기가 안 좋은 타이밍에 부채질하고 말았다.
제임스 모리아티는 그렇게 델리카 왕국에서 모든 범죄를 쥐락펴락하는 범죄계의 대부가 되고 말았다.
이제는 교수가 아닌, 범죄 컨설던트 제임스 모리아티로.
델리카 왕국에서는 이대로는 두고 볼 수 없다며 제임스 모리아티와를 반드시 붙잡겠다고 선포했다.
오히려 열과 성을 다해서 제임스 모리아티의 악행을 규탄하며 자신의 선량함을 피력하려는 자들도 있었다.
그들은 간접적이나마 게토 중장을 필두로 한 전쟁 옹호론자들이 벌이던 프로젝트와 연관이 있는 자들이었다.
그들은 제임스 모리아티가 사실 이 일과 관련된 사람들만 죽이고 있다는 걸 깨닫고, 어떻게든 자신들은 이번 일과 관련이 없음을 피력하며 몸을 숨겼다.
물론, 그런 자들은 대부분 사로잡히고 말았다.
제임스 모리아티가 아닌 탐정 케이시 셀모어에 의해서.
순식간에 들이닥친 경찰들이 여러 연구원들을 생포해 갔다.
그들은 자신들은 죄가 없다며 외쳤지만, 이미 확실한 증거를 바탕으로 찾아온 케이시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을 변명이었다.
그렇게 델리카 왕국 전역에 거대한 규모의 청소가 이루어졌다.
"하아, 피곤해."
케이시 셀모어는 화려한 방 안의 의자에 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문제가 만연해 있다니.'
제임스 모리아티는 델리카 왕국 내에서 끔찍하고 비인도적인 실험을 강행했다.
그것과 연관된 자들은 누구 할 것 없이 잡혀갔다.
그들 중에서는 국가의 공무원도, 경찰 고위 간부도 더러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자들이 전부 제임스 모리아티와 연관이 있었다니.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임스 모리아티는 아직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갈피는 잡았어.'
케이시 셀모어는 제임스 모리아티가 누군가를 노리고 있음을 직감했다.
이번에 죽은 6명의 장성과, 고르드 학장, 그리고 그런 자들과 몰래 접점을 지니고 있던 사람을.
'제임스 모리아티의 악행은 부정할 수 없어. 하지만 그가 죽인 사람들에게도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것은 있는 것은 확실해.'
당장 연소된 공장의 비밀 통로가 그러했다.
규모만 보면 꽤 오래 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걸 일개 개인이 할 수 있을까.
'오늘 밤, 이 모든 범죄의 연쇄를 끊어내겠어.'
케이시 셀모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평소처럼 탐정복을 차려입은 것과 다르게 물빛 드레스가 그녀의 움직임에 맞춰 팔랑였다.
지금 케이시 셀모어가 있는 곳은 범죄의 현장이 아니었다.
오히려 평소의 그녀였다면 오지 않으려 하는 곳이었지.
문을 활짝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화려한 상들리에 아래에 모인 사람들이 보였다.
귀족들의 연회장.
케이시 셀모어는 생각했다. 오늘 이 곳에, 제임스 모리아티가 반드시 올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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