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A - 266화 그림자가 부르는 진혼제 (1)
◈ 266화 그림자가 부르는 진혼제 (1)
케이시 셀모어가 최후에 내린 선택은 루드거와 함께 폭포에서 떨어지는 것이었다.
이 정도 높이의 절벽 아래의 폭포라면, 아무리 기사급 육체를 지닌 사람이 뛰어내려도 필시 죽을 것이다.
상대도 마찬가지지만, 본인도 성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이런 행동을 감행한 것은 자신이 살 거라는 확신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죽을 걸 알면서도 뛰어든 것이다.
자신이 죽더라도 이 세상에 악이 근절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그러기 위해서는 남들이 치켜세워 주는 명성 따윈 얼마든지 버릴 수 있었다.
그것이 케이시 셀모어가 내린 선택이었다.
루드거는 그 선택을 기쁜 마음으로 존중했다.
“수고했다.”
이미 기절해서 들리지 않겠지만, 이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루드거는 아직도 강렬한 통증이 이는 오른팔로 케이시의 허리를 끌어안은 뒤, 허공을 향해 왼팔을 뻗었다.
피슝! 촤라락!
왼팔에 장착된 와이어 런처가 쏘아지며 절벽에 꽂혔다.
와이어가 팽팽하게 당겨지며 끝없이 추락하던 두 사람의 몸이 덜컥 멈췄다.
* * *
무사히 폭포 아래까지 내려온 루드거는 숲 한쪽의 적당한 공터에 자리를 잡고 불을 피웠다.
불 근처에서 그렇게 회복하고 있자니 멀지 않은 곳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한스냐?”
“형님.”
불빛을 보고 이곳까지 따라온 한스가 루드거의 상태를 살폈다.
“무사하셨구려.”
“그래. 여차여차 살아남았구나.”
“나리. 무사해서 다행이야!”
한스의 곁에는 세리단도 함께였다.
“형님. 그보다 그 탐정 아가씨는?”
“…….”
루드거는 대답하는 대신 어깨를 으쓱였다.
더 이상 묻지 말라는 무언의 행동이었다.
한스는 그 이상 캐묻는 대신, 미리 챙겨 놓은 모포를 루드거에게 건네주었다.
“……이거라도 덮고 있으시오.”
한스는 루드거의 상태를 살폈다.
표정은 평소와 비슷했지만, 그 이면에는 숨길 수 없는 피로감이 역력히 드러나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몸 상태도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치열한 접전을 벌인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신경 쓰이는 것은, 루드거가 혼자 이렇게 있다는 점이었다.
‘그 오토마톤은?’
세리단과 함께 빠져나온 뒤 지하 실험실이 완전히 붕괴해 버렸다.
루드거의 상태를 보면 아마 그 아이는…….
“형님. 힘내시오.”
“…….”
루드거는 한스가 갑자기 걱정 어린 표정으로 위로를 전하자 그의 얼굴을 빤히 응시했다.
한스가 무언가 오해를 한 모양이었다.
아르테의 영혼이 담긴 오토마톤 소년은 무사히 구출했다고 말하려 했지만, 그걸 정정해 주기엔 루드거는 당장에 너무 지쳤다.
루드거는 나중에 설명해 주기로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거로 대답을 대신했다.
“미리 챙겨 놓은 회복약이오.”
“고맙다.”
“저 멀리서 경찰들이 들이닥치고 있소. 아무래도 저쪽도 꼬리를 잡은 모양인데, 일단 제가 어떻게든 시선을 끌어 볼 테니 형님도 기회를 봐서 빠져나가시구려.”
“그래 알겠다. 너도 조심하도록.”
“합류는 어디서 하는 게 좋겠소?”
“이 나라에서의 볼일은 끝났다.”
그 말인즉슨, 일단 알아서 델리카 왕국에서 탈출하라는 뜻이었다.
한스는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뒤 세리단을 데리고 갔다.
“갑시다.”
“어? 야, 잠깐만! 나리는?”
“형님은 알아서 빠져나갈 수 있소. 우리도 일단 시간을 끌어 줘야 하니, 어서 움직입시다.”
세리단은 입술을 삐죽 내밀면서도 한스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녀는 루드거에게 나중에 꼭 다시 보자고 손을 흔들어 준 뒤 함께 떠났다.
홀로 남게 된 루드거는 둘의 기척이 완전히 멀어지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루드거는 근처 나무 뒤에 앉혀 놓은 케이시 셀모어를 공주님처럼 안아 든 뒤에 바닥에 깔아 둔 모포 위로 눕혔다.
그리고, 남은 모포를 그녀의 위에 덮어 준 뒤 루드거는 다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타오르는 모닥불을 응시했다.
삐이이익!
멀리서부터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경찰들이 들고 다니는 등불이 보였다.
한스가 시선을 끌어 준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숫자가 많아서 전부는 무리였나 보다.
“…….”
루드거는 등을 돌려 누워 있는 케이시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조금 전 그녀가 눈을 뜬 것 같았는데.
삐이이익!!!
어느덧 호루라기의 소리가 상당히 가까워졌다.
루드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스가 건네준 회복약을 입 안에 털어 넣은 뒤 복장을 점검한 루드거는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루드거가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케이시가 기절하듯 쓰러진 장소에 경찰들이 도착했다.
“여기다! 케이시 셀모어 탐정님을 찾았어!”
“상태는? 일단 응급실로 옮겨! 의무반!”
“나머지는 주변을 더 수색한다!”
경찰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제임스 모리아티의 흔적은 어디에도 발견되지 않았다.
* * *
터덜거리는 발걸음으로 캡슐이 숨겨진 곳에 도착하자 그런 루드거를 반겨 주는 사람이 있었다.
“오셨나요?”
“기다리고 있었나.”
“예. 이곳에서 기다리라고 하셨으니까요.”
주어진 명령을 그저 수행했을 뿐이라는 듯 대답하는 오토마톤.
루드거는 그런 오토마톤의 모습을 빤히 바라봤다.
금발에 금안. 새하얀 눈동자.
그야말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소년의 모습.
“왜 저를 그렇게 보시나요?”
“그런 게 궁금하기도 하나?”
“궁금하다? 예. 어쩌면 궁금한 걸지도 모르겠네요. 주인님이 저를 바라본 이유를요.”
궁금하다라.
그 모습은 자신에게 모르는 것을 물어보던 아르테와 꽤 닮은 것 같아서, 루드거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띄웠다.
“걸으면서 이야기하지.”
“네.”
루드거가 걷고 오토마톤 소년이 옆에 따라붙었다.
숲의 너머에서부터 동이 터오기 시작했다.
그 태양의 방향을 향해 걸어가면서 루드거가 입을 열었다.
“우선, 너에게 할 말이 있다.”
“네. 뭔가요?”
“너는 만들어진 인형이다. 그건 너도 알고 있겠지?”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무엇 때문에 만들어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실은 알고 있어요.”
“하지만 너는 누군가 시키는 대로 따르는 인형이 아니다.”
“제가 말인가요?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에요. 저는 주인님의 명령을 따르기 위해 존재하는걸요.”
“일단 한 가지 말해 두겠다. 나를 주인님이라 부르지 말도록.”
“그렇다면 뭐라고 부를까요?”
루드거는 자기도 모르게 선생님이라 불러라, 라고 말할 뻔했다가 가까스로 참았다.
“두목, 리더, 대장. 뭐든 좋다. 그냥 주인님이라는 단어만 아니면 돼.”
“그런가요?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조금 전에 대한 대답이다. 너는 누군가의 명령을 따르기 위해 존재한다 생각했지?”
“예. 저는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졌을 테니까요.”
“목적은 목적일 뿐이다. 너의 진심은 어떻지?”
“진심…….”
진심이라는 말에 소년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냥 편하게 생각해라. 너는 누군가의 명령을 반드시 따르고 싶나? 너의 생각은 어떻지?”
“……잘 모르겠네요.”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대답을 망설였다는 점에서, 너는 이미 다른 마음이 있다는 거니까.”
그 말에 소년은 그럴지도 모른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새롭게 태어났다. 그리고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지.”
“예.”
“그렇기에 너는 세상에 대해서 많이 배워야 한다.”
아르테, 그 아이도 무언가를 배우고자 했으니까.
“배워야 한다. 좋은 어감이에요.”
“마음에 드나?”
“마음에 드는 것이 어떤 건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뭔가…… 뭔가 기쁜 거 같아요.”
“……그런가.”
아마 저렇게 반응하는 것은 저 몸에 깃든 영혼의 주인에게 영향을 받아서겠지.
“미안하구나.”
“예? 무엇이 말인가요?”
“그냥, 모든 것이.”
“선생님이 제게 사과하실 필요는 없는걸요.”
“…….”
선생님이라는 호칭에 루드거의 발걸음이 일순 멈추었다.
함께 걷던 소년도 그에 맞춰 자리에 멈춰 섰다.
“아, 제가 무슨 말실수라도 한 건가요? 혹시 선생님이라 불러서 그런 거라면 다른 호칭으로 부를게요.”
굳이 그걸 바꿀 필요는 없다고 말하려 했지만, 루드거는 대답을 망설였다.
저 아이에게 다시 선생이라 불릴 자격이 자신에게 있었던가.
없었다.
“……그래.”
루드거는 다시 걸었다.
소년도 다시 함께 걸었다.
두 사람은 숲을 벗어났다.
저 멀리서 넓은 초원이 펼쳐지며 지평선 너머로 동이 텄다.
지난 밤사이에 제임스 모리아티는 패배했고, 케이시 셀모어는 승리했다.
그렇기에 지금 떠오르는 태양은 분명 이 나라의 사람들에게 축복의 빛이라 할 수 있으리라.
소년은 새벽의 어스름을 밀어내며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감탄했다.
“와아. 저게 태양이라는 건가요? 지식으로만 있지, 실제로 보니 매우 아름다워요.”
“앞으로 계속 보게 될 거다.”
“계속이요?”
“그래, 계속.”
루드거는 고개를 돌려 소년을 응시했다.
“그러고 보니 계속 너라고만 부를 수는 없겠구나.”
“코드네임 알파입니다. 그렇게 부르셔도 상관없어요.”
“그러면 삭막하지 않느냐.”
“아니면, 제 이름을 대신 지어 주시겠어요?”
“이름…….”
이름이라는 말에 루드거는 아르테를 떠올렸다.
이미 죽어 버린 그 아이의 이름을 함부로 쓰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지만 반대로 그 이름을 기억 속에서만 묻어야 하는 것도 마냥 옳은 일은 아니었다.
비록 달라졌다 하더라도, 이 오토마톤 소년의 몸에 들어간 영혼은 아르테의 것이었으니까.
“아르파.”
루드거는 스스로 확신을 하듯 그 이름을 입에 올렸다.
“앞으로 너의 이름은 아르파로 하지.”
“아르파, 인가요…….”
“싫은가? 싫으면 다른 이름으로 바꿔도 된다.”
소년, 아르파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정말 마음에 들어요. 뭔가, 친숙한 어감이기도 하고요.”
“그런가.”
“그보다 저희는 이제 어디로 가는 건가요?”
“나는 다른 나라로 떠난다. 그곳에서 찾아야 할 것이 있거든.”
“저도 같이 가나요?”
“아쉽게도 너는 함께할 수 없다.”
그 말에 아르파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시무룩해 했다.
“대신, 너에게 사람을 하나 추천해 주마.”
“사람이요?”
“사람, 이라고 하기엔 좀 특이한 녀석이지만…… 분명 함께 지내는 데는 문제 없을 거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궁금하기는 하네요.”
“그 녀석과 돌아다니며 이 넓은 세상을 둘러보도록 해라.”
녀석은 아직도 해안가에서 작살을 쥐고서 고래를 잡으려 하고 있을 것이다.
“아, 그리고 그 모습은 솔직히 너무 눈에 띄는구나.”
“아, 이 모습이요?”
아르파는 자신의 몸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외모가 너무 눈에 띈다고 말한 것인데, 아르파 본인은 옷차림을 신경 쓴 것이리라.
“머리색이 너무 밝다. 어딜 가도 귀족처럼 보일 수밖에 없겠어. 외모도 눈에 띄고.”
“아, 걱정하지 마세요. 이건 바꿀 수 있거든요.”
“바꿀 수 있다고?”
루드거가 의문을 품는 순간 아르테의 머리카락 색이 변화를 일으켰다.
화려한 금발이었던 머리가 짙은 갈색으로.
조금이지만 인상도 바뀌었다.
고귀한 귀족 같던 외형이 상당히 수수하게 바뀌었다.
그럼에도 잘생긴 것은 여전했지만 말이다.
“이러면 조금 눈에 안 띄지 않을까요?”
“……그런 것도 가능했군.”
“아, 예. 아무래도 기본 틀에 약간의 변화를 주는 정도는 가능한 거 같더라고요. 물론 목소리도요.”
외형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일반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잠입하기 위해서 탑재된 기능이리라.
루드거는 굳이 그 부분을 지적하지 않았다.
“그래. 확실히 전보다는 훨씬 더 낫구나.”
훨씬 나은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몰라볼 정도로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아르파는 기쁜 듯 되물었다.
“그런가요?”
“아르파. 한번 미소를 지어 보겠나?”
그 말에 아르파는 웃는 얼굴을 지어 보였다.
억지로가 아닌, 말 그대로 자연스러운 미소를.
“확실히 웃으니 보기 좋구나.”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최대한 유지해 볼게요.”
“힘들다면 하지 않아도 된다.”
“아니요. 전혀 힘들지 않은걸요?”
문득 루드거는 이렇게 주고받는 대화에서 익숙함을 느꼈다.
다시는 되찾을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추억을.
“아르파.”
“네. 리더.”
리더라는 말에 루드거는 피식 웃더니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가자꾸나.”
더 넓은 세상으로.
비록 그 뒷말은 하지 않았지만, 아르파는 그 뜻을 알았는지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게 두 사람은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천천히 걸었다.
* * *
케이시 셀모어가 눈을 떴을 때 본 것은 새하얀 병실의 침대였다.
곧이어 상반신을 벌떡 일으킨 그녀에게, 때마침 문을 열고 들어온 간호사가 다가왔다.
“케이시 탐정님! 정신이 드셨군요!”
“여긴 어디죠?”
“여기는 델리카 왕국 국립 병원이에요.”
“……그건 봐서 알겠군요. 혹시 신문 있나요?”
“네, 깨어나시면 궁금해하실 거 같아서요.”
간호사가 건네준 신문을 받으며 케이시는 곧바로 1면의 기사를 살폈다.
[명탐정 케이시 셀모어의 활약과 범죄의 대부 제임스 모리아티의 사망!]
그리고, 그 아래에는 폭포 아래에서 최후의 싸움을 벌였다는 기사가 적혀 있었다.
케이시는 그 기사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머리로 이해가 가지 않아서였다.
그때 옆에서 간호사가 웃으며 말했다.
“탐정님. 정말 감사드려요.”
감사라는 말에 케이시의 시선이 간호사를 향했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는 대체 무슨 말을 하냐고 묻고 있었다.
“그야 탐정님께서 그 극악무도한 제임스 모리아티를 쓰러뜨리신 거잖아요? 덕분에 사람들이 모두 마음을 놓고 있어요.”
“쓰러뜨려요? 내가?”
“네. 그야 당연하잖아요?”
뭐가 당연하다는 건가.
케이시는 그 말에 나는 그러지 않았다고 면전에다가 대고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머리를 굴렸다.
‘제임스 모리아티는? 사라졌다고? 그보다 나는 왜 살아 있지? 폭포에서 죽을 각오로 뛰어내렸는데.’
머리가 어지럽다.
정리되지 않은 파편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신할 수 있었다.
자신이 살아남았다면, 분명 그 남자도 죽지 않고 살았을 거라는 걸.
‘맞아.’
어렴풋이 꿈속에서, 그 남자를 보았던 것 같다.
자신을 부드럽게 안아 주고, 모포까지 덮어 준 모습을.
케이시는 손에 쥔 신문지를 꾸깃 구겼다.
“어어? 탐정님! 잠시만요! 깨어나신 지 얼마 안 돼서 안정을 취하셔야 해요!”
케이시는 침대에서 일어나 병실의 창가에 섰다.
그리고 창문을 활짝 열었다.
“저기 봐!”
“케이시 셀모어 탐정님이시다!”
“와아아아!!!”
병원 바깥에 몰려있는 손님들과 기자들, 그리고 그들을 막아 세우는 경찰들까지.
이쪽을 향해 환호성을 내지르는 사람들의 모습에 케이시는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째서 환호하는 거지.
그녀는 제임스 모리아티와의 싸움에서 패배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녀를 영웅으로 치켜세우는 데 여념이 없었다.
‘나는…….’
불끈 쥔 주먹이 바르르 떨렸다.
그러다 케이시의 시선이 시민들의 인파 사이에 섞여 있는 어린아이들에게 닿았다.
남매로 보이는 아이들은 케이시를 보더니 방긋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케이시는 주먹의 힘이 탁 풀리는 것을 느꼈다.
케이시는 말없이 손을 들어 올려 시민들을 향해 흔들어 주었다.
와아아아──!!!
도시가 떠나가라 뜨거운 환호성이 맴돌았다.
그러나 그 환호성은 그녀에게 어떠한 울림도 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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