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A - 286화 비밀 지부 습격 (1)
◈ 286화 비밀 지부 습격 (1)
해방군의 비밀 지부를 습격한 루드거는 곧바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어 보이던 허름한 건물 안쪽에는 수십 명의 사람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들은 전부 총기류로 무장을 한 채, 바닥과 이어지는 비밀 통로의 문을 열고 막 돌입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마 루드거가 몇 분만 늦었다면 해방군은 지하에 파 놓은 굴을 통해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졌으리라.
“많이도 모였군. 바퀴벌레처럼 다닥다닥 붙어서 말이야. 혐오스러운 놈들.”
루드거는 그렇게 말하면서 칼을 집중적으로 응시했다.
다른 녀석들은 갑작스러운 기습에 여전히 어찌할 줄 모르는 표정이었지만, 칼은 그러지 않아서였다.
그는 명백히 이쪽을 알아보고 있었다.
다른 어중이떠중이와 다른 반응을 보면 최소한 이 구역의 책임자, 혹은 한가락 하는 능력자가 분명했다.
그렇다면.
“너로군.”
녀석이 레오를 협박한 당사자가 분명하리라.
“……!”
루드거의 시선이 확 좁혀지자 칼의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그는 아직도 상황을 단하지 못하고 있는 부하들을 향해 버럭 소리쳤다.
“뭣들 하는 거야! 적이 쳐들어왔잖아!”
그제야 정신을 차린 해방군들은 무기를 쥐고 루드거를 향해 겨누었다.
소드오프 샷건부터 권총과 자동소총까지.
마주하는 순간 전신이 얼어붙을 무기들이었지만 루드거는 달랐다.
그는 이럴 줄 알고 있었다는 듯, 미리 준비해 놓은 마력을 이용해 술식을 발현시켰다.
그 모습을 보며 칼은 속으로 쾌재를 외쳤다.
‘멍청한 놈! 불의 침묵은 여기서 아무 소용없다!’
그들이 사용하는 화약은 불의 침묵 따위에 억제되지 않는 특제품.
그걸 모르는 입장에서는 불의 침묵을 맹신하고 있으니, 어찌 웃기지 않을 수 있을까.
“쏴!”
물론 그렇다고 마법을 기다려 줄 필요는 없었기에 칼은 발포 명령을 내렸다.
방아쇠가 당겨지고 뇌관에 불이 붙으며 총알이 루드거를 향해 발포됐다.
마법사들의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던 총이 처음으로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 시간은 너무나도 찰나였다.
티티티팅!
날아가던 총알은 허공에 벽에 막힌 듯 튕겨 나갔다.
그 모습에 칼이 눈을 부릅떴다.
루드거가 사용한 마법은 불의 침묵이 아니었다.
그는 마력을 이용한 물리 방어 장벽을 펼쳤다.
“어, 어떻게?”
칼은 안다.
마법사들이 얼마나 거만한 존재인지.
그들은 대부분 효율을 따진다.
그렇기에 마법사들은 총구를 앞두면 방어 마법을 대신 불의 침묵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것이 마력의 소모가 더 적고 발현이 빠르니까.
그런데 루드거는 그러지 않았다.
그가 효율을 중시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불의 침묵 속에서 총이 발포되리라는 걸 알고 있었지?’
루드거는 자신들이 사용하는 특제 화약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총알이 발포되는 것을 보고도 저렇게 표정에 변화 하나 없이 당당할 리가 없었다.
레오가 말했나? 그럴 리가. 이건 녀석에게도 비밀로 한 일이었다.
“어째서 내가 마력 장벽을 사용했는지 궁금하다는 표정이로군. 내가 네놈들의 얄팍한 속내를 모르리라 생각했나.”
루드거의 거만하기까지 한 말에 칼은 이를 악물었다.
“전부 쏴! 물량으로 밀어붙여!”
이미 루드거에게 들킨 이상 작전은 물 건너갔다.
이쪽 지부에서는 안 되겠지만, 다른 곳에서라도 성공해 주길 빌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칼에게 남은 길은, 눈앞의 저 남자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죽이는 것이었다.
타타타타탕!
해방군이 쥔 총기류들이 불을 뿜었다.
루드거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손을 딱 튕겼다.
마력이 흘러나왔다.
루드거의 마력은 허공에 화려한 술식을 긋지 않았다.
그저 가볍게, 한줄기 섬광처럼 허공을 일자로 가로질렀을 뿐.
그럼에도.
마법은 발현됐다.
허공에 반투명한 마력의 판이 생겨났다.
수십 개의 판은 총알이 발사되는 총들의 총구 근처에 비스듬하게 섰고, 그 위를 내달리는 총알을 너무나도 손쉽게 튕겨 냈다.
퍼버버벅!
사방에서 생겨난 마력의 판들이 총알을 이리저리 도탄시켰다.
도탄된 총알이 또 다른 마력판에 부딪혀 날아가는 방향이 바뀌었다.
바뀌고 바뀌고 또 바뀌고.
결국, 튕겨 나간 총알은 고스란히 해방군들을 향해 쏟아졌다.
“으아악!”
“커헉!”
자신들이 쏜 총알이 그대로 쏟아지자 해방군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튕겨 나온 총알 세례에서 무사했던 칼은 눈을 부릅떴다.
얼핏 보면 그저 허공에 마력판을 만들어 내는, 아주 기본적인 마법처럼 보였겠지만 칼은 알 수 있었다.
루드거가 보여 준 마법은 매우 복잡한 여러 마법의 집합체였다는 걸.
[소스코드]로 마법을 빠르게 연산하고, [좌표 지정 술식]을 이용해 허공에 마력의 판을 생성한다.
단지 거기서 그치지 않고 [강화]를 통해 마력판을 총알에도 부서지지 않게 튼튼하게 만들고, 그것을 비스듬하게 만들어 총알을 튕겨 냈다.
튕겨 나간 총알에 깃든 마력을 보면, 아마 마력판에 맞아 총알이 튕긴 순간 마력판 자체의 마력이 총알에 강화한 것이 분명했다.
그것만으로도 놀라운데, 루드거는 마력판의 각도를 절묘하게 조절해 튕긴 총알을 역으로 쏜 사람에게 되돌려 보내기까지 했다.
‘이게 가능하다고? 모든 총구와 총알의 각도 위치를 알지 못하면 불가능한 일일 텐데!’
게다가 루드거가 이곳에 들이닥치고 이쪽이 대응 사격하기까지 그렇게 긴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루드거는 그 모든 것을 계산하고 이 상황을 만들어 낸 것이다.
‘괴물이다!’
세오른의 교사들이 아무리 대단하다 하더라도 실전에서 이런 것이 가능할 리가 없다.
루드거 첼리시라는 교사가 군 출신이라 하더라도 장교 역임을 했을 뿐이고, 그 기간마저 길지 않았다.
군에서 20년 이상 구른 종군 마법사, 워메이지라 하더라도 이런 기행은 시도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성공하지 못할 테니까.
그런데 루드거는 그것을 해냈다.
‘믿기지 않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야!’
칼은 이를 악물고 곧바로 폭탄을 집어 던졌다.
총알이 먹히지 않는다면 폭탄의 폭발력과 불꽃으로 없애 버릴 생각이었다.
콰아앙!
근처에서 터지는 강렬한 폭발과 함께 뜨거운 열기가 몰아쳤다.
칼은 그 열기를 마주하면서도 루드거의 최후를 살피기 위해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그래서 칼은 볼 수 있었다.
휘오오오──!!
새빨갛고 뜨거운 화염이 갑자기 확장을 멈추더니, 이윽고 소용돌이치듯 한 점으로 빨려 들어가는 광경을.
“뭐, 뭐야.”
칼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화염을 흡수한 것은 루드거의 오른 손바닥 위에 놓인 붉은 보석이었다.
“불을 빨아들이는 보석이라고?”
눈앞의 광경에 칼은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무슨 대단한 아티팩트라 하더라도 어처구니가 없을 텐데, 별 장식도 없는 보석이 불을 빨아들이다니.
반면, 루드거는 콰지모도가 죽으면서 남긴 보석을 다시 주머니에 넣으며 조금 전 보였던 성능을 상기했다.
‘마법의 인위적인 불길 대신 진짜 불은 잘 막아 주는군.’
붉은 보석은 여전히 불길을 원한다는 듯 반짝였지만, 루드거는 그걸 무시했다.
이걸로 확신하게 된 것은, 특제 화약을 이용한 폭탄은 그에겐 어떤 소용도 없다는 것이었다.
화기를 이용한 공격에 대한 완전 면역.
지금의 루드거는 특제 화약까지 사용하는 해방군들에게 그야말로 악몽 같은 존재였다.
“자, 잠깐! 이대로 날 죽인다면 인질의 안위는 보장할 수 없다!”
칼은 재빠르게 상황을 판단하여 루드거에게 외쳤다.
“레오가 너에게 다 말한 거겠지? 하지만 잊고 있나 본데, 녀석의 가족은 지금 우리의 수중에 있어!”
“수중까지는 아니지. 사람을 붙여서 감시하는 것뿐이니까.”
“그 감시 요원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야. 칼을 쓰는 데 있어서 누구도 당해 낼 자가 없는 기사 출신이다! 과연 기사를 상대로 마법사인 네가 인질을 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나? 아니, 애초에 거기까지 갈 수도 없을 거다!”
“그럴 필요 없다. 칼을 잘 쓰는 사람이 따로 갔으니까.”
“뭐?”
“칼을 쓰는 데 있어서 누구도 당해 낼 자가 없는 기사 출신이 갔지.”
그 어처구니없는 말에 칼의 입이 벌어진 채로 다물어지지 못했다.
* * *
파이렌은 돈을 주면 사람을 죽이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기사였다.
그러다 보니 정기사의 실력을 지녔음에도 기사단에서 쫓겨나 세계를 떠돌며 유랑하는 떠돌이가 되었다.
청부 살인, 용병일, 인신 매매 등.
그는 뒷세계에서 더러운 일을 처리했으며 자연스럽게 해방군과 접촉하게 됐다.
그리고 지금.
파이렌은 한 모녀의 근처를 들키지 않게 조용히 미행하고 있었다.
이것은 파이렌에게 주어진 임무였다.
지금 그가 미행하는 모녀는 해방군에서 특별 관리 대상에 들어간 정보 요원의 가족으로, 파이렌은 신호를 받으면 저 모녀를 죽여야 했다.
해방군과 관련 없는 모녀를 죽이는 것은 매우 잔혹한 짓이었지만, 파이렌은 그걸 기꺼이 받아들였다.
‘사람을 죽이는 건 최고지. 그것도 상대방이 여자라면 더더욱.’
저 모녀는 파이렌의 존재를 모른다. 자신들이 무슨 상황에 처했는지도 모를 터다.
안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파이렌은 오히려 알아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두려움에 망가지는 모습을 즐겁게 볼 수 있을 테니까.
‘빨리 신호가 왔으면 좋겠는데.’
너무 오랫동안 미행만 하다 보니 벌써부터 감칠맛 때문에 몸이 근질거렸다.
이 짓만 몇 주 동안 하니 좀이 쑤신 탓이었다.
하지만 전문가의 감이, 곧 고대하던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말해 주고 있었다.
‘음?’
그 순간이었다.
과일 가게에서 과일을 사려던 두 모녀는 순간 파이렌의 감시가 느슨해진 틈을 타서 골목길로 확 꺾듯이 숨었다.
“하.”
파이렌은 그 모습을 보며 웃음을 흘렸다.
홀쭉 들어간 뺨과 튀어나온 광대 때문에 매우 음침해 보이는 미소였다.
“뭐야, 꼴에 눈치는 채고 있었어? 마냥 눈치 없지는 않고, 머리도 꽤 돌아가는 모양이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악수였다.
이쪽의 존재를 차라리 모른 척하고 있었더라면 건드릴 명분이 없었는데.
“도망쳐 버리면 알아서 나 잡아 주쇼 하고 말하는 거나 다름없잖아.”
이거라면 신호를 받지 않아도 죽일 수 있다. 도망쳐서 어쩔 수 없다고 둘러대면 되니까.
파이렌은 씨익 웃으며 레오의 여동생과 어머니가 사라진 골목길에 들어갔다.
평범한 일반인에 지나지 않는 두 사람이 도망쳐 봤자 기사인 그에게 벗어날 수 없는 건 당연했다.
“휘유~.”
5분도 지나지 않아서 파이렌은 막다른 골목길 앞에 멈춰선 모녀를 발견했다.
두 사람은 파이렌을 보더니 몸을 덜덜 떨었다.
“도망친다는 선택지 끝이 인적 없는 막다른 골목길이야? 그러면 안 되지. 이러면 오히려 나만 더 좋잖아?”
파이렌은 혀로 입술을 쓰윽 핥았다.
그 소름 끼치는 모습에 두 모녀의 표정이 굳어졌을 때였다.
“그래. 인적 없는 곳이면 나만 더 좋지.”
“……!”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파이렌은 허리춤에서 단검을 번개처럼 뽑아 휘둘렀다.
턱!
단검은 정확하게 상대방의 목을 노렸지만, 중간에 막히고 말았다.
말을 건 남자가 가볍게 파이렌의 손목을 붙잡은 것이다.
‘잡아?’
아무리 전력은 아니었다지만, 이렇게 가볍게 잡히다니.
그러나 파이렌도 이런 부분에서는 프로였다. 그는 남은 좌수에서 단검을 하나 더 뽑아 상대방의 손목을 베려고 했다.
그제야 불청객은 파이렌의 손을 놓아주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오히려 이쪽에 반격을 가하기까지 했다.
파이렌은 가까스로 뒤로 물러나며 방해꾼을 노려보았다.
“네놈은 누구냐.”
방해꾼은 금발의 미남자였다.
자신의 공격을 막았다고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운 인상에, 화려한 금발을 목 부근에서 묶은 사서 같은 스타일.
하지만 파이렌은 알 수 있었다.
‘저 남자. 기사다. 그것도 나와 같은.’
정정당당한 대결보단 합리주의적인 싸움을 하는 기사.
다가오는 동안 기척을 느끼지 못한 것도 그렇고 실력자가 분명했다.
파이렌이 경계하는 사이 파시우스는 레오의 가족에게 다가가 두 사람의 상태를 살폈다.
“괜찮으십니까?”
“네, 네. 괜찮아요.”
“다행이군요. 늦지 않아서.”
파시우스는 부드럽게 웃어 보이며 파이렌을 돌아봤다.
파이렌은 헛웃음을 흘렸다.
“허, 뭐냐. 저 두 여자를 구하러 온 거였어? 이거 참. 칼 이 녀석도 멍청하게 당해 버렸나 보군.”
파이렌은 고개를 저으며 양손에 쥔 단검을 고쳐 쥐었다.
스스스.
단검의 위로 푸르스름한 검기가 일어나 단검의 길이를 더욱 길게 만들었다.
파이렌은 그것을 가볍게 한 번 휘둘렀다.
서걱.
골목길 외벽의 파이프 하나가 그대로 깔끔하게 잘려 나갔다.
“그쪽도 기사인 거 같은데 운이 없군. 조금 전 기회가 있었을 때 나를 죽였어야 했어.”
파이렌은 파시우스가 손에 아무것도 쥐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허리춤에 검도 없고 숨기고 있는 무기도 없다.
말 그대로 맨몸.
나름대로 실력 있는 기사임은 알겠지만, 무기가 없다면 두려울 것이 없었다.
아무리 기사가 초인이라 하더라도 같은 기사의 싸움에서는 당연히 무기의 존재는 중요하니까.
‘물론 방심은 하지 않는다. 순간이지만 녀석은 내가 휘두른 공격을 가볍게 붙잡았어. 한가락은 한다는 소리지.’
파이렌은 가볍게 숨을 들이쉬며 자리에서 통통 튀었다.
그리고 기습처럼 정면을 향해 총알처럼 쏘아졌다.
그 움직임이 너무 빨라 마치 몸이 길어지는 것 같은 착각이 일 정도였다.
파시우스의 코앞에서 멈춰선 파이렌은 양손에 쥔 단검을 빠르게 휘둘렀다.
“죽어!”
양옆에서 동시에 들이닥치는 단검.
한쪽은 목을, 다른 한쪽은 가슴을 노렸다.
그러나 파시우스는 뒤로 단 두 걸음 물러나는 것으로 그 기습 같은 공격을 가볍게 피했다.
파이렌으로서는 애꿎은 허공만 가른 셈이었다.
‘그러면 이것도 피할 수 있나 보자!’
그의 양팔 근육이 꿈틀거리며 에너지를 쏟아 냈다.
촤자자자작!
파이렌의 두 손이 빠르고 현란하게 움직이며 허공에 무수한 검기의 흔적을 그렸다.
그 검기는 고스란히 파시우스에게 향했다.
날카로운 푸른빛이 파시우스를 뒤덮는 모습은 마치 거대한 청색 상어가 먹잇감을 집어삼키는 것 같았다.
“피해요!”
뒤에서 지켜보던 레오의 여동생이 외쳤지만, 파시우스는 이번만큼은 물러나지 않았다.
그 대신 그는 가볍게 발을 앞으로 내디뎠을 뿐이었다.
파시우스가 한 행동은 간단했다.
오른손을 수도(手刀)로 세워서 그것을 가볍게 횡으로 휘둘렀을 뿐이다.
파칭───!
파이렌이 휘두른 무수한 검기는 파시우스의 단 일격에 모두 박살이 나 푸른 파편을 뿌리며 흩어졌다.
새하얀 검기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부서진 파편을 뛰어넘어 파이렌의 몸에 닿았다.
콰가가각!
골목길의 좁은 벽에 거대한 흔적이 새겨졌다.
파이렌의 등 뒤로도 그 여파가 뻗어져 나가 쭈욱 이어졌다.
“무, 슨…….”
파이렌은 가슴팍에 느껴지는 감촉에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파시우스가 손을 휘두른 궤적을 따라 붉은 실선이 몽글몽글 그어지기 시작했다.
믿기지 않는다는 시선으로 자신을 보는 파이렌을 향해 파시우스가 입을 열었다.
“기회가 있었는데 너를 죽이지 않은 이유는 별거 없어.”
그는 피조차 묻지 않은 손을 가볍게 털어 냈다.
손끝에서 피어오른 새하얀 검기가 흩어지듯 사라졌다.
“이딴 기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만들 수 있으니까.”
그것이 상급을 넘어, 마스터(master)의 경지에 이른 기사의 힘이었다.
Komentar
Posting Komen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