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A - 287화 비밀 지부 습격 (2)

 ◈ 287화 비밀 지부 습격 (2)




“거짓말하지 마! 그런 속임수에 내가 당할 거 같아?”




“정 못 미더우면 한번 신호를 보내 봐라.”




“뭐?”




칼은 숫제 미친 사람을 보는 시선으로 루드거를 응시했다.




하지만 루드거의 표정은 진중했다.




‘설마?’




칼은 곧바로 신호기를 통해 파이렌에게 신호를 보냈다.




보통 이렇게 신호를 보내면, 주기적으로 신호가 돌아오는 것이 정상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침묵.




칼은 입술을 벙긋거렸다.




그 녀석 농땡이 치는 것 같아도 답신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답신이 없다면 남은 경우의 수는 오직 하나.




파이렌이 당한 것이었다.




‘파이렌 녀석, 성격은 쓰레기여도 능력은 확실한 놈이다. 그런데 당했다고? 대체 어떻게? 상급 기사라도 보낸 건가?’




실제로는 상급 기사도 아니고 단장급, 무려 마스터 기사를 보냈다. 물론 칼은 거기까진 알 수 없었다.




중요한 건 지금 그가 눈앞의 괴물에게 협박할 수 있는 수단을 전부 상실했다는 것이니까.




협상도 아닌 협박을 한 자의 최후란 으레 그렇듯 좋지 않은 법이었다.




“할 말은 전부 끝났나?”




루드거가 칼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칼은 그 모습이 태산과 같은 거인이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손을 가볍게 휘젓는 것만으로 자신 같은 사람은 벌레처럼 짓뭉개 버릴 수 있는 그런 거인.




칼은 이를 악물고 나약해지려는 마음을 밀어냈다.




“네, 네가 무슨 짓을 한다 하더라도 내게서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없을 거다.”




용기를 내서 한 말이었지만, 루드거는 싸늘한 시선으로 응수했다.




“대부분 사람은 그렇게 말하지. 자신이 앞으로 무슨 일을 겪을지 모르니 말이야.”




“허세가 아니다! 나는 평범한 해방군 동지들과 달라! 오랜 훈련을 받아, 아무리 고문한다 해도 절대로 입을 열지 않을 거다!”




칼의 목소리에는 어떠한 고통에도 견딜 수 있을 거라는 확고한 신념이 담겨 있었다.




오히려 루드거를 향해 해 볼 수 있으면 해 보라고 숫제 도발적인 시선을 보내기까지 했다.




“루드거 첼리시. 네놈의 실력과 처세가 대단하다는 건 인정하지. 하지만 일개 교사가 과연 사람의 입을 열게 하는 방법을 알 수 있을까?”




“그건 해 봐야 아는 법이지.”




루드거는 그렇게 말하며 칼의 이마에 자신의 손바닥을 가져다 댔다.




칼이 지금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지 물어보려는 순간이었다.




“커흑……!”




그는 곧바로 입에서 피를 왈칵 쏟았다.




입뿐만이 아니었다. 코에서도 피가 흘렀고 눈과 귀에서도 피가 나왔다.




머리가 어지럽고 내장이 뒤틀리는 기분이었다. 이명이 찌를 듯이 울려왔고, 구역질이 계속 올라왔다.




칼은 자신의 몸에 가해진 불가해한 감촉에 아직도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왜 그러지? 모든 고통을 다 감내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지 않았던가.”




“쿨럭! 대, 대체 무슨 짓을……!”




“꽤 놀란 모양이로군. 그렇겠지. 지금 겪어 본 것은 누구도 모르는 새로운 고통일 테니까.”




칼은 부릅뜬 눈으로 루드거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흔들림이 없던 조금 전과 다르게 그의 눈동자는 명백히 떨리고 있었다.




“바, 방금 그건 뭐였지?”




“마법이다.”




“마법이라고?”




“마법 교사가 마법 말고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루드거가 사용한 마법은 간단했다.




바람 속성에서 파생된 소리 마법을 사용한 것이다.




소리는 결국, 공기의 진동이다.




그 진동을 극한까지 올린다면, 일전에 늑대인간을 제압했던 것처럼 상대방에게 거대한 고통을 줄 수 있다.




체내에서 가해지는 진동은 피의 흐름을 뒤틀고, 몸의 장기를 흔들며 종지에는 뇌와 반고리관까지 망가뜨린다.




“이, 이런 마법이 있을 리가…….”




“그야 없겠지. 이것은 내가 직접 고안해 낸 마법이니까.”




“뭐, 뭐라고?”




“원래는 이론적으로만 구상해 놓았던 기술이다. 하지만 너무 위험해서 사용은 고려하고 있던 참이었지. 이런 걸 쓸 일도 별로 없을 테니까.”




그런데 그것을 지금 칼에게 사용했다.




칼은 그 말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마법 아카데미의 교사나 되는 자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끔찍한 마법을 연구한단 말인가.




“물론 이 마법도 완벽하진 않다. 조건이 까다롭거든. 상대의 육체 안에 마력을 흘러 넣는 일이기에 마력 반발력이 일어나면 무쓸모이며, 이렇게 손바닥을 가져다 대서 접촉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루드거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금 칼의 이마에 손바닥을 얹었다.




“바꿔 말하면. 그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지금, 그야말로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는 마법이란 말이지.”




“끄아아아악!”




이마를 타고 몸속까지 침투한 루드거의 마력이 거칠게 진동하자 칼이 참지 못하고 비명을 내질렀다.




지금까지 대부분 고통은 견뎌 낼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것은 차원이 다른 고통이었다.




칼이 발악하려 했지만, 루드거가 마법을 발동하자 그림자가 일어나 그의 양 팔다리를 속박했다.




“끄으으윽! 그만! 그마아아안!”




칼이 피를 토하며 비명을 지르자 루드거가 손을 뗐다.




칼은 곧바로 고개를 푸욱 숙였다.




고통 때문인지 그는 입가에 침을 질질 흘렸다.




“끄윽. 아, 아카데미의 교사가…… 어떻게 이런 끔찍한 짓을…….”




“재미있는 말을 하는군. 그래, 너희 해방군 놈들은 처음에도 그랬지.”




“뭐……?”




“내가 세오른으로 부임한 날 벌어진 마공학열차 테러 사건. 그때 죽어 나가던 마법사도 그런 말을 했다. 참으로 신기해. 어떻게 한 조직에 이렇게 뻔뻔한 놈들만 다 모아 놓을 수 있는지 말이야.”




루드거는 그렇게 말하며 무릎을 꿇은 칼의 허벅지를 구둣발로 거칠게 짓밟았다.




“크윽!”




“네놈이 내 제자에게 가한 고통은 이것의 천분의 일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자신이 한 짓은 생각도 안 하고 받은 것만 생각하는군.”




“……그건 동포들을 위해 필요한 일이었다.”




“그 동포들을 희생시켜 가면서? 동포를 위한다는 것치고는 행동은 정반대로군.”




“어쩔 수 없는 희생이다! 올바른 세상을 만들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어! 세상은 무언가를 얻기 위해선 무언가를 버려야만 하니까.”




칼이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필사적으로 외쳤다.




씨알도 먹히지 않을 말이었지만, 적어도 그는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있었다.




가진 자들을 향한 끝없는 증오와 반복되는 자기 세뇌로 인해 그렇게 되고 만 것이었다.




루드거가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그래서 아이의 가족을 인질로 삼아 협박했나? 억지로 해방군에 편입시키고, 상관없는 무고한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면서까지?”




“그들은 같은 평민이다! 빌어먹을 귀족들과 관료주의를 타파해야 할 의무가 있단 말이다! 만국의 동포들은 그걸 위해 단결하고 투쟁해야 해! 그게 의무야!”




“…….”




루드거는 입을 다물었다.




할 말을 잃은 것이 아니라 그럴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해서였다.




칼의 흉흉한 눈빛은 그가 전부 진심을 말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루드거는 문득 자신이 이 말도 안 되는 사건에 휘말리게 된 계기를 떠올렸다.




마공학열차 테러.




그때도 열차에 돌입한 해방군은 존 도우의 마법에 당하고도 스스로 목숨을 바쳐 가며 자살 테러를 시도했다.




자신의 목숨을 던져 가면서까지 원하는 바를 이루려는 자들.




루드거는 그런 자들을 그보다 훨씬 더 오래전부터 봐 왔다.




바로, 브레투스 성국이었다.




신을 향한 무분별한 예찬을 외치는 그들과 해방군은 서로 다를 것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래서 칼을 설득할 생각을 하지 않은 걸지도 몰랐다.




애초에 그러고 싶지도 않았고.




“그래. 내가 괜히 쓸데없는 잡설을 했군. 어차피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는데 말이지.”




“……!”




그제야 칼도 루드거가 애초에 다른 것을 목적으로 자신을 고문하고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이성을 되찾은 그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피부는 창백한데 피까지 흐르고 있으니, 그 몰골이 살아 있는 귀신을 보는 것 같았다.




“기대하마. 네놈의 신념이 아직 더 많은 고통을 견뎌 내기를.”




“잠……!”




루드거는 칼의 말을 듣지 않은 채 다시금 그의 이마에 손바닥을 얹었다.




그리고 마법이 발동됐다.




* * *




레오는 불안감에 안절부절못했다.




옆에서 보고 있던 에이단은 차마 그의 행동을 말리지 못했다.




레오가 지금 얼마나 초조해하고 있는지 에이단도 알고 있어서였다.




자신이 위험할 거라는 걸 알면서도 옳은 선택을 내린 레오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족까지 죽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은 아니었다.




에이단이 아는 레오는 겉은 퉁명하면서도 속은 친절하고, 겉으로는 강해 보이면서도 속은 여렸으니까.




“괜찮을 거야. 루드거 선생님께서 나서셨으니까.”




“…….”




에이단의 위로에도 레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지금 자신이 입을 열면 무언가 불행이 들이닥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 같았다.




그 순간 레오가 어깨를 움찔 떨더니 자세를 바로 했다.




에이단도 갑자기 레오의 태도가 변한 이유를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저 멀리서 루드거가 다가오고 있어서였다.




루드거는 멀리서 봐도 딱 루드거 첼리시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루드거의 곁에는 그와 함께 움직이던 금발의 미청년이 있었고.




그 뒤로 두 명의 여성이 에스코트를 받으며 따라오고 있었다.




“아.”




레오의 눈이 크게 떠졌다.




루드거가 데려온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본 것이다.




레오는 자리를 박차고 자신의 가족을 향해 뛰어갔다.




어머니와 여동생 앞에서 멈춰선 레오는 두 사람이 멀쩡하다는 걸 확인하고는 입술을 몇 번 달싹거리다 이내 고개를 픽 돌려 버렸다.




“오빠. 엄마랑 나한테 따로 할 말 있지 않아?”




괜찮냐고 말 한마디 안 하는 그 모습이 꽤 아니꼽게 보였는지 여동생이 눈을 부라렸다.




레오의 여동생은 레오와 같은 머리색을 지녔지만, 여동생보다는 누나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체격이 훤칠했다.




루드거도 처음에 보고 왜 여동생이지 싶었을 정도였다.




“얘, 레나르. 그만하렴.”




여동생인 레나르를 막으며 나선 것은 레오의 어머니였다.




이쪽은 또 루드거로서도 상당히 의외의 모습을 지녔다.




심약해 보이는 그녀는 두 아들딸을 둔 어머니답지 않게 매우 젊어 보였다.




아들, 딸의 외모에서 어머니의 미모가 보통이 아님은 알았지만, 체구까지 작으니 동안의 수준을 아득히 넘어섰다.




굳이 비교하면 캐롤라인 모나크와 비슷한 부류.




루드거는 또래에 비해 작은 레오의 신장이 어머니를 닮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레오도 마음고생이 심했을 거야. 그러니 그만하렴.”




“그래도 엄마!”




“그리고 지금은 이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란다. 감사의 인사가 먼저잖니.”




어른스럽게 딸인 레나르를 타이른 레오의 모친은 루드거를 보더니 고개를 꾸벅 숙였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레오의 어머니인 헬레나라고 해요.”




“루드거 첼리시라고 합니다.”




“뵙게 되어 반가워요. 그리고 다시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덕분에 저희 가족이 무사할 수 있었으니까요.”




“저는 그저 교사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제야 상황을 깨달은 레나르와 레오도 루드거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정말, 감사합니다.”




레오는 특히 더 진심이었다.




그는 지금도 터져 나오려는 감정을 이를 악물고 견뎌 내는 중이었다.




루드거는 그 모습을 보며 다른 말을 입에 담았다.




“모처럼의 현장 학습이 엉망이 됐군.”




“……네?”




“그렇다고 가족들이 찾아왔는데, 이대로 놔두기도 뭐하고. 레오, 어머니와 여동생을 모시고 안전한 곳으로 가도록.”




레오는 그 말에 놀랐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결국 일이 잘 풀렸지만, 레오는 아직 해방군과 손을 잡았다는 혐의는 남아 있었다.




하지만 루드거는 그런 레오의 책임을 전혀 묻지 않았다.




오히려 가족과 함께 있으라며 배려까지 해 주었다.




분명 그것에 고마움과 안도를 느껴야 했지만.




레오는 도저히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가족과 함께 있는 것이 싫나?”




“……그건 아닙니다.”




“그렇다면 지금 이 기회에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면 되겠군.”




“그러니까 대체 왜…….”




“레오. 가족이란 그런 거다.”




“……!”




레오는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닭똥 같은 눈물을 주룩 흘렸다.




레오는 곧바로 소매로 자신의 눈가를 훔치고는 루드거에게 다시금 고개를 꾸벅 숙였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되었다. 어서 가 보거라.”




이윽고 레오가 가족과 멀어지며 에이단과 합류하자, 그제야 조금 떨어져 있던 파시우스가 루드거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저 아이는 그래도 해방군과 연관이 있는데, 이대로 놔두시겠습니까?”




“저 학생이 지금 다른 해방군처럼 테러를 벌이려는 것으로 보입니까?”




가족을 보며 기뻐하는 레오의 모습을 본 파시우스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지만요.”




“그래서입니다.”




그 말에 파시우스는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스터급 기사인 자신을 멋대로 부려먹은 것도 그렇고, 참 너무하다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학생을 향한 믿음이 가득하신 분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요.”




“학생을 믿은 것이 아닙니다.”




“그러면 뭐죠?”




“소중한 가족을 둔 사람을 믿은 거죠.”




“그렇게 말씀하시는 걸 보니 루드거 선생님께서도 비슷한 상황을 겪으셨나 봅니다.”




“…….”




루드거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파시우스도 대답을 바라고 한 말은 아니었다.




“그래서 필요한 정보는 얻으셨습니까?”




“곧 대대적인 테러가 벌어질 겁니다. 지부 하나를 전부 쓸어 버렸지만, 비슷한 것이 3개 이상은 더 있습니다. 그리고 각 아지트 지하마다 땅굴을 파 놓아서 이미 다 흩어진 뒤고요.”




“테러의 주 목표지가 어디인지는 아십니까?”




“사람이 많은 곳. 특히 수정궁과 대광장이 주목표입니다. 부유한 사람들도 많이 다니니까요.”




“그렇다면 이 소식을 어서 알려야겠군요.”




루드거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기사단에 연락을 취하도록 하죠.”




“저는 멘토들에게 경고하도록 하겠습니다.”




두 사람은 곧바로 자신의 역할을 정하고 움직였다.




파시우스는 과연 기사답게 빠른 걸음으로 멀어졌고, 루드거도 자리를 뜨려다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레오가 있는 방향을 돌아보았다.




따지는 여동생과 툴툴대며 구는 레오, 그리고 그 모습을 흐뭇하게 웃으며 지켜보는 어머니까지.




에이단 또한 그 사이에 끼어서 레오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루드거는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 수도에서의 일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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