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A - 289화 키메라 군단 (2)

 ◈ 289화 키메라 군단 (2)




하수구 맨홀을 뚫고 튀어나온 것은 짐승 형태의 키메라였다.




호랑이와 늑대의 모습을 섞은 것 같은 키메라는 자신의 덩치보다 월등히 작은 하수구 구멍을 너무나도 쉽게 빠져나왔다.




그 모습이 마치 좁은 구멍을 통과하는 고양이 같았다.




크르르!




키메라는 가까이 있는 루드거와 파시우스, 그리고 쓰러진 해방군을 보며 침을 흘렸다.




크와아악!




고함과 함께 키메라가 높게 뛰어올라 달려들었다.




동시에 새하얀 섬광이 그물처럼 펼쳐지며 키메라를 뒤덮었다.




섬광이 스쳐 지나간 키메라의 몸이 큐브처럼 조각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파시우스는 손끝에 맺힌 백색 오러를 가볍게 털어 냈다.




‘대단하군.’




삽시간에 키메라를 토막 낸 파시우스의 모습에, 루드거는 그가 왜 밖을 돌아다닐 때 검을 들고 다니지 않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애초에 그에겐 검이 필요 없던 것이다.




‘마스터급 기사쯤 되면, 그 자체만으로 흉기나 다름없군.’




반대로 파시우스는 이게 어찌 된 일이냐고 물으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조금 전 하수구 구멍에서 키메라들이 추가적으로 우르르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키메라들은 끝없이 쏟아져 나왔고, 삽시간에 하수구에서 빠져나온 키메라의 숫자가 10여 마리 가까이 늘어났다.




사람들이 없는 곳이라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더라면 비명이 터져 나왔을 것이다.




“이거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는데요.”




“그래 보이는군요.”




파시우스의 말에 루드거는 가볍게 대꾸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술식이 빠르게 완성되자 키메라들이 선 지면에서 돌기둥이 치솟아 올랐다.




솟아오른 돌기둥은 키메라들을 에워쌌다.




삽시간에 완성된 거대한 바위 감옥이 키메라들을 가뒀다.




크와악!




감옥에 갇힌 키메라들은 괴성을 내지르며 철퇴 같은 꼬리를 휘둘러 기둥을 후려쳤다.




그럴 때마다 돌조각이 바스스 떨어지며 금이 갔다.




“평범한 키메라가 아니군.”




루드거는 눈을 가늘게 뜨며 부서진 기둥을 보강, 동시에 마력을 불어넣어 강화시켰다.




키메라들은 감옥이 부서지지 않자 나왔던 맨홀 뚜껑 안으로 다시 돌아가려 했다.




아마도 지하 수로를 통해 다른 입구로 나갈 속셈이었으리라.




“나름 지능도 있는 거 같고.”




루드거는 그것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다.




재차 술식이 허공에 구현되며 마법이 빠른 속도로 발현됐다.




술식을 중심으로 뿜어져 나오는 것은 화염을 모방한 뜨거운 불길.




바위 감옥 안에 갇힌 키메라들을 그 불길을 뒤집어써야 했다.




타오르는 키메라들, 코끝에 스치는 매캐한 냄새와 귀를 괴롭히는 키메라들의 괴성까지.




삽시간에 재가 된 키메라들을 보며 파시우스는 감탄하듯 물었다.




“해결된 건가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만.”




루드거는 고개를 들어 다른 방향을 응시했다.




파시우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키메라는 한 장소에서만 나타나지 않았다.




놈들은 맨홀 뚜껑이 존재하는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했다.




꺄아아악!




으아아!




그것을 증명하듯 곳곳에서 시민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루드거와 파시우스의 표정이 자연스럽게 굳어졌다.




그 모습을 본 해방군 일급 요원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흘렸다.




“크흐흐. 어리석은 놈들. 너희는 우리만 막으면 된다고 생각했겠지만, 애초에 우리는 시간을 끌기 위한 별동대에 지나지 않아.”




특제 화약을 사용하며 대규모 테러를 일으켜 사람들의 시선을 모은다.




그렇게 이목이 집중됐을 때 키메라들을 수도 전역에 풀어서 난장판을 벌이는 것이다.




“한 방 먹었군.”




루드거는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해방군이 흑마법사와 손을 잡았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상황이 진행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이 정도 규모라면 꽤 오래전부터 이 일을 준비해 왔다는 이야기가 된다.




무시무시한 양산형 키메라 군세는 확실히 위협적이다.




하지만 루드거는 본능적으로 거기서 끝이 아님을 깨달았다.




불의 침묵에 영향을 받지 않는 특제 화약도 분명 대단했고, 황성의 지하에 숨겨 놓은 키메라 무리도 확실히 대단하다.




하지만 그것들은 근본적으로 천년제국의 위엄을 완전히 붕괴시킬 수 없었다.




흔들리게 하고 금이 가게 만들지언정 하나의 국가라는 시스템은 이런 일로 쉽게 무너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일을 꾸민 자들이 그걸 모를 리가 없다.




그렇다는 것은 최소한 믿고 있는 것이 한두 개는 더 있다는 소리인데.




“또 뭘 꾸미고 있는 거지?”




“크흐흐.”




해방군 요원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웃기만 했다.




루드거도 대답을 바라고 한 말은 아니었기에 곧바로 신호를 주었다.




퍼억!




파시우스가 해방군 요원을 후려쳐 기절시켰다.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루드거에게 물었다.




“다 듣지 못했는데, 괜찮겠습니까?”




“어차피 그 이상 아는 눈치는 아니었습니다. 애초에 그 정도로 잘 알았다면 이렇게 버리는 패로 소모되진 않았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이제 어쩌시겠습니까? 그대로 주어진 일을 할지, 아니면 도울지.”




파시우스는 슬쩍 멀리서 벌어지는 소란을 곁눈질했다.




“저희가 할 일은 놈들이 무슨 꿍꿍이를 벌이는지 알아내는 것입니다. 오히려 키메라가 나타난 지금, 지하는 비어 있을 가능성이 크죠.”




루드거의 대답은 냉정했다.




마치 칼로 잘라 내는 것처럼.




동시에 지금 키메라가 날뛰는 상황 자체를 막을 생각이 없다는 말이기도 했다.




파시우스의 표정이 굳었다.




그의 눈동자에 실망감이 담길 때쯤 루드거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쪽이 굳이 나설 필요는 없을 겁니다.”




“예?”




“잊었습니까? 지금 이 도시에 얼마나 많은 정예 병력이 모여 있는지.”




“아.”




현재 도시에는 제국의 3대 기사단 중 둘이나 모였으며, 심지어 각 마법협회 소속의 고위계 마법사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의 숫자만 놓고 보면 전쟁을 벌여도 될 정도의 전력이었다.




그리고 그들 또한 수도에 있는 한 이 사태를 그냥 두고 넘기지 않으리라.




실제로 그것을 증명하듯, 먼 곳에서부터 거대한 마력의 파장이 연달아 느껴졌다.




마력에 민감한 루드거와 기감이 예리한 파시우스이기에 느낄 수 있었다.




이미 준비된 자들의 싸움은 시작됐다.




파시우스는 그것에 내심 감탄을 하면서도 루드거에게 물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사단과 마법사들이라 하더라도 그 많은 사람을 다 지킬 수는 없을 겁니다.”




“수도의 경찰들과 위병들도 놀고만 있지는 않겠죠.”




“그것도 그렇지만 만에 하나라는 것이 있지 않을까요? 자칫 잘못하면 학생들이 다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가만히 있으실 겁니까?”




“학생들도 다칠 수 있다라…….”




루드거가 말끝을 흐렸다.




“확실히 그건 부정할 수 없겠군요.”




“예?”




루드거가 너무나도 쉽게 이쪽의 말을 수긍하자 파시우스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루드거는 자신에게 되묻기는커녕 오히려 이쪽이 이런 말을 하길 기다렸다는 듯이 답했기 때문이다.




“비록 표면적일 뿐이지만, 교사로서 학생들이 다치는 꼴을 두고 볼 수는 없겠죠.”




“어, 저기…….”




“갑시다.”




“가다니 어디로요?”




“도심에서 키메라들이 날뛰고 있지 않습니까. 아니면 그냥 두고 보실 겁니까?”




“……그냥 처음부터 구하자고 하셨으면 됐을 텐데요.”




“파시우스 경이 저에게 말하지 않았습니까. 자칫 잘못하면 학생들도 다칠 수 있다고. 저는 그 말을 수용했을 뿐입니다.”




루드거가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저렇게 말하니 파시우스는 자기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어째서 1황녀가 그렇게 말을 했는지 새삼 깨닫게 됐다.




루드거는 겉으론 차갑게 말해도, 그 행동이나 말 사이사이에 남을 챙겨 주는 배려심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아일린 1황녀와 비슷한 부류이기도 했다.




지금도 그렇다.




직접 나서서 구하겠다고 하자니 괜히 부끄러워, 자신이 한 말을 명분 삼아 움직이는 것이다.




“부끄러워하시기는.”




소문만 들었을 때는 인간미 없는 사이코패스이리라 생각했는데, 이제 확실히 알았다.




루드거 첼리시.




그는 누구보다도 인간적인 남자였다.




“방금 뭐라고 했습니까?”




“아니요. 가시죠. 저희도 가만히 놀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참고로 말하는데, 제가 의견을 낸 게 아니라 파시우스 경이 말한 겁니다.”




“네네, 그런 거로 하죠.”




루드거는 살짝 못 미더운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곧바로 싸움이 벌어지는 곳을 향해 움직였다.




* * *




“읏샤!”




휘론이 기운찬 목소리와 함께 주먹을 내질렀다.




퍼엉!




우락부락한 근육이 꿈틀거리며 파공성을 만들어 냈다.




주먹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허공을 때렸다. 멀리 떨어진 키메라의 몸통에 불현듯 거대한 구멍이 뻥 하고 뚫렸다.




그 모습을 본 현장의 경찰들은 탄성을 내뱉었다.




“대단하군. 저것이 지금의 6위계에 접어든 마법사의 마력 방출!”




휘론의 전투법은 매우 단순했다.




단순했지만 그만큼 강력했다.




주먹에 마력을 담고 그것을 내지름으로써 쏘아 낸다.




마법보다는 오히려 권풍(拳風)에 가까운 기예.




이쯤 되면 마법이라 부르기도 뭣했다.




실제로 휘론이 싸우는 걸 본 일부 경찰은 ‘마법?’이라며 의문스러워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휘론은 자신이 사용하는 것은 마법이라 당당하게 선포했다.




마법이란 결국 마나를 사용해서 펼치는 것.




자신이 주먹을 내질러 마력 방출을 하는 것 또한 마나를 사용한 기술이니, 마법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원론적으로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이질감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이질감을 무마시킬 정도로 휘론의 활약은 눈부셨다.




경찰들만으로 상대하기 힘든 키메라 무리가, 단 한 명의 주먹질로 인해 낙엽처럼 쓸려 나가고 있었으니까.




크와아악!




“휘론 경! 위험합니다!”




휘론이 너무 키메라 무리에 파고들어서일까.




근처 건물 외벽을 타고 움직이던 키메라 한 마리가 휘론에게 달려들어 이빨을 들이밀었다.




2중으로 된 날카로운 치열이 휘론의 훤히 드러난 승모근과 목덜미 사이를 노렸다.




더욱 당황스러운 일이 그 다음에 펼쳐졌다.




까앙!




키메라의 이빨이 휘론의 피부를 뚫기는커녕 오히려 단단한 철과 부딪친 것 같은 이상한 소리를 낸 것이다.




벽돌마저 이빨로 뜯어먹는 키메라의 이빨이 오히려 부서져 바닥에 투두둑 떨어졌다.




“응? 흐하하! 이 귀여운 녀석 보게. 나를 깨물려고 해?”




휘론은 떨리는 눈동자로 자신을 보는 키메라를 보더니 그대로 우악스러운 손을 뻗었다. 거기에 잡힌 키메라의 목이 우드득 꺾였다.




경찰들은 휘론이 어째서 6위계 마법사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에겐 화려한 마법의 술식이니 뭐니 필요하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마력 용적량과 그것을 한꺼번에 방출할 수 있는 마력 방출량, 그리고 지치지 않는 체력만이 있을 뿐.




그리고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퍼엉!




휘론이 주먹을 내지를 때마다 마력에 휩쓸린 키메라들이 죽어 나갔다.




“더! 더 많이 와라!”




휘론이 고함을 내지르자 그 도발에 휘말린 키메라들이 눈이 뒤집혀 휘론에게 달려들었다.




휘론의 고함에 실린 미묘한 마력의 파장이 키메라들의 정신을 뒤흔든 것이었다.




한쪽 거리를 가득 채운 키메라 떼가 휘론에게 달려드는 순간이었다.




허공에서 빛이 번쩍인다 싶더니 무수한 마력탄이 폭격처럼 쏟아지며 키메라들을 집어삼켰다.




콰과과광───!!!




폭발과 함께 키메라들이 찢겨 나가거나 새까맣게 타올랐다.




피 튀기는 혈전을 기다리던 휘론은 짜증 어린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곳에 머리카락을 양쪽으로 묶은 자그마한 소녀가 있었다.




캐롤라인 모나크.




그녀가 지원을 온 것이었다.




“이봐, 꼬마 아가씨. 남의 먹잇감을 멋대로 가져가면 안 되지.”




“야, 근육 돼지. 내가 그렇게 부르지 말랬지.”




캐롤라인 모나크가 인상을 팍 쓰며 허공에서 천천히 내려왔다.




자세하나 흐트러지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부유 마법을 보며 마법 지식에 조예가 있는 경찰이 감탄을 흘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캐롤라인은 휘론에게 짜증을 부렸다.




“뭘 하나씩 주먹으로 부수고 있어. 이렇게 한꺼번에 마력으로 휘저으면 되는걸.”




“어허. 그렇게 하면 건물이 남아나질 않으니까 자제하는 거지. 내 손으로 부술 수는 없잖아.”




“자제는 무슨. 모처럼 싸울 기회가 생겨서 그걸 오랫동안 즐길 생각이겠지. 누가 모를까 봐?”




정곡을 찔린 휘론은 어깨를 으쓱였다.




캐롤라인은 그런 휘론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봤다.




“아무튼, 지금 상황이 상황이니까 개인적인 감상은 미뤄 둬. 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보통 평범한 사건은 아닌 것 같으니까.”




“그래 보이는군.”




한 차례 마법의 폭격으로 지웠음에도 저 멀리서 키메라들이 다시금 몰려오기 시작했다.




대체 지하에 몇 마리나 있는 건지 놈들은 거의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중이었다.




휘론이 양 주먹을 쾅 부딪치며 자세를 잡았고, 캐롤라인은 폭군과 같은 마력을 일으키며 머리카락을 펄럭였다.




두 사람이 다가올 키메라 웨이브에 대항하려는 순간이었다.




번쩍!




한줄기 섬광이 허공에서 수직으로 떨어졌다.




캐롤라인과 휘론은 보았다.




수직으로 떨어진 한 줄기 빛은 허공에서 방향이 꺾이더니 가장 선두에 달려오던 키메라의 미간을 꿰뚫었다.




그 크기는 손가락 마디만큼 작았지만, 빛 자체가 지닌 무시무시한 속도와 열량은 삽시간에 키메라의 급소를 태우다 못해 녹여 버렸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섬광은 또다시 방향이 확 꺾이며 다음 키메라를 꿰뚫었다.




눈을 한 번 깜빡하는 사이에 허공에 별자리를 엮어서 만든 것 같은 화려한 빛의 궤적들이 어지럽게 펼쳐졌다.




달려오던 키메라들이 바닥에 픽 쓰러지는 것은 거의 동시였다.




“이건 또 무슨…….”




“…….”




휘론은 눈을 크게 떴고 캐롤라인은 침묵했다.




조금 전 펼쳐진 빛이 자아낸 광경도 광경이지만, 두 사람은 그 마법이 얼마나 대단한지 단번에 알아차린 것이다.




“극한까지 압축한 빛 한 줄기를 이렇게 다룬다고?”




저 정도의 숫자나 되는 키메라를 쓰러트리기 위해서는 상당한 마력을 소모하는 대규모 마법을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저 빛 마법에 담긴 마력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야말로 최소한의 마력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는 방식으로 키메라를 모조리 처리한 것이다.




휘론과 캐롤라인도 그런 방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마력이 차고 넘치는 6위계라 사용하지 않을 뿐, 두 사람도 충분히 시간을 들여 연습하면 가능했다.




바꿔 말하면, 6위계 마법사씩이나 되어 시간을 들여 연습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그 정도로 조금 전 마법은 마력의 효율이 남달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법의 속성.




‘빛 속성처럼 희귀한 마법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은…….’




캐롤라인은 고개를 들어 올렸다.




허공에서 그 남자가 있었다.




검은 프록코트를 펄럭이며 이 상황을 내려다보는 흑발 미공자.




루드거는 푸른 시선으로 근방에 키메라가 없다는 걸 모두 확인하고는, 그대로 훌쩍 건물 너머로 날아가듯 사라졌다.




루드거는 이쪽을 알아봤음에도 인사 따윈 건네지 않았다.




굳이 나눌 필요도 없다는 뜻이리라.




“허 참.”




휘론도 그것을 보며 허탈하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저런 자가 교사라니. 엄청난 재능의 낭비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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