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A - 295화 세계수 전문가 (1)

 ◈ 295화 세계수 전문가 (1)




회의가 끝나고 각자 재정비의 시간이 주어졌다.




루드거는 막사를 빠져나와 구호 물품을 나눠 주는 간이 창고의 으슥한 곳으로 향했다.




“한스.”




“오셨소?”




그곳에서 대기 중이던 한스가 루드거를 발견하고는 앉아 있던 나무 상자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하수도에서 꽤나 고초를 겪었는지, 그의 안색은 상당히 초췌해 보였다.




“전달한 정보는 무사히 받았다. 수고했다.”




“솔직히 놀랐소. 아니, 제국의 로열가드와는 또 언제부터 알던 사이였소? 파시우스라니. 그 인간 소드마스터잖소.”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나도 황성에 들어가고 나서 만난 사람이니까.”




“그런데 이렇게 무턱대고 나나 벨라루나를 소개해 줘도 되는 거였소?”




“걱정 마라.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니까. 정확히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의 부하이지만.”




사실 1황녀를 완전히 신뢰하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동맹이란 이름의 한배를 탄 사이이니 상관없었다.




“그러면 뭐…….”




한스도 그 이상은 뭐라 말하지 않았다.




파시우스가 한스의 특이함을 알아보았듯 한스 또한 파시우스의 어둠을 꿰뚫어 보았으니까.




로열가드임에도 다른 기사들과는 다르게 어딘가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




최근 들어 부쩍 후각이 예민해진 한스는 파시우스로부터 숨길 수 없는 구린 냄새를 맡았다.




그것은 뒷세계에서나 맡을 수 있는 피 냄새였다.




“뭐, 믿을 수 있는 뛰어난 전력이 생겼다는 것은 썩 나쁜 일은 아니겠소만.”




“그 부분은 넘기고 우선 본론으로 들어가지. 한스, 아래에서 정확히 뭘 보았지?”




파시우스에게 받은 정보를 함께 듣기는 했지만, 세세한 내막까지는 몰랐다.




“그것이 말이오…….”




한스는 루드거에게 지하에서 무얼 보았고, 어떤 일을 겪었는지 말해주었다.




죽은 세계수와 키메라들.




그리고 지하 수로 아래에 존재하는 거대한 지하 시설까지.




“더 깊은 곳까지는 솔직히 너무 위험해서 가지 못했소. 아무리 벨라루나가 의외의 전력을 보인다 해도, 거기엔 위험한 놈들이 가득하니까. 그래서 세계수를 건드릴 생각도 못 하고 물러나야 했지.”




“해방군의 간부와 흑마법사들 때문이로군.”




“그렇소. 게다가 키메라의 완성도를 보면 지하에 있는 것은 절대 평범한 흑마법사가 아니오. 심지어 하나도 아니지. 최소 팀으로 움직이는 놈들이오.”




“팀? 짐작 가는 놈들이라도 있나?”




“형님도 아시다시피 흑마법사들이 보통 개인적으로 돌아다니잖소?”




“대부분 개인주의니까.”




“그야 범죄자들이 몰려다니면 시선을 너무 잡아끄니까 그런 거지. 그런 흑마법사라고 해도 종종 자기들끼리 친하게 지내기도 한다오. 그렇기에 다수로 활동하는 자들도 있고.”




루드거는 벌레 형제를 떠올렸다.




벌레를 다루는 흑마법사였지만, 두 사람은 형제라는 이름답게 항상 함께 움직였었다.




물론 둘 다 루드거의 손에 죽었지만 말이다.




그걸 생각하면 흑마법사가 항상 혼자는 아님은 납득이 갔다.




“흑마법사들 사이에서도 학파가 있소. 사실 그게 진짜 학파인지는 모르겠지만, 본인들은 그렇게 말하고는 다니니 그런 셈 치는 거요.”




“학파라. 대충 알겠군. 그렇다면 이번 일에 그 학파 중 하나가 붙었다는 건가?”




“그렇소. 생명공학파 놈들이오.”




“들어 본 적 있는 놈들이군.”




“인조 생명, 키메라를 만들고 연구하며 인간의 수명을 늘리려는 곳이오. 한때는 마법사였지만, 인체 실험 때문에 범죄자로 낙인찍힌 놈들이지. 그런 놈들이 대체 어쩌다 해방군과 손을 잡았는지는 아직 모르겠소.”




생명공학파는 흑마법사들 사이에서도 방구석에서 연구만 몰두하는 자들로 유명했다.




그런 자들이 해방군과 손을 잡고 제국 전복에 힘을 쓴다고 하니 이해가 가지 않을 수밖에.




루드거는 그 답을 알았다.




“아마도 그건 검은 여명회의 짓일 가능성이 클 거다.”




“검은 여명회 말이오?”




“그래. 검은 여명회는 흑마법사들과 모종의 커넥션이 있지. 놈들이 몰래 연구하는 비밀 시설만 가도 흑마법사들이 꼭 하나씩은 있었으니까.”




퍼스트 오더 중 하나인 빅터 드레드풀과 만났던 폐공장에서도 흑마법사가 있었다.




자신의 육체를 개조해서 마법사 주제에 기사를 맨손으로 찢어 죽이던 녀석.




그 또한 생물공학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여기에 연관된 퍼스트 오더가 누구인지 알기 쉬웠다.




“결국, 해방군과 흑마법사들의 모종 관계에는 검은 여명회가 끼어 있다는 말이구려.”




“그렇게밖에 볼 수 없겠지.”




“씁. 이러면 알아봐야 할 것들이 더 많은데. 아무래도 제대로 된 정보를 얻으려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리겠소.”




“지하에는 쥐가 들어가지 못해서 염탐이 힘들다고 들었는데.”




“나도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 말이오…….”




“반응을 보니 방법이 생겼군.”




“그렇소. 혼자의 힘으로는 아니고, 그 엘프 아가씨의 도움을 받았지.”




“벨라루나의?”




“그 엘프, 그렇게 보여도 약제학과 연금술에 진심이잖소? 그리고 그녀가 연구하는 약초니 뭐니 하는 것들도 어떻게 보면 생물학과 관련이 있고.”




“그렇지.”




평소에 한스만 보면 어떻게든 샘플을 얻고 실험체로 써먹으려는 것만 봐도 그렇다.




아마 루드거가 없었더라면, 혹은 두 사람이 같은 오웬즈 출신이 아니었더라면.




한스는 이미 벨라루나의 실험체가 되어 꽁꽁 묶여 있지 않았을까.




루드거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한스는 지하에서 키메라와 마주쳤던 일을 설명했다.




“그런데 그 아가씨가 키메라를 해부하더니 뭘 막 알아보는 거 아니겠소?”




“뭘 알아낸 거지?”




“자세한 것은 나도 모르오. 다만 본인이 뭘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는데, 사로잡은 키메라에게 무언가 주사를 놨소.”




“주사라.”




“신기한 건 그다음이오. 주사를 맞은 키메라가 갑자기 순진하게 변하더구려. 그리고, 음…… 내가 녀석을 다룰 수 있게 됐소.”




호오?




루드거가 처음으로 흥미롭다는 반응을 내보였다.




“지금 네가 지닌 권능을 강화한 건가?”




“정확히는 그 반대요. 내 말이 안 먹히는 키메라에게 내 말이 먹히게 만든 거지. 벨라루나 본인 말로는 뭐 뇌의 일부분을 건드려서 명령 개체 인식을 다르게 했다는데, 비전문가인 나는 들어 봤자 자세히 모르니 그냥 넘어갔소. 아무튼, 그런 식으로 키메라 몇 마리를 적진에 심었지.”




쥐들이 지하로 가지 못해서 막혔던 활로가 키메라를 통해 다시 뚫리게 된 것이다.




이러라고 벨라루나를 붙여 준 것은 아니었지만, 생각 이상으로 더 좋은 시너지가 나온 것 같아서 루드거는 다행이다 싶었다.




“그래서 얼마나 걸리지?”




“그건 모르겠소. 지하가 워낙 깊고 미로처럼 복잡해야지.”




“그래도 시간만 있다면 더 많은 걸 알게 되겠군.”




“그렇소. 아마 조금만 더 기다리면 키메라의 배양 시설 위치나 관련된 흑마법사들을 알 수 있을 거요.”




“그리고 세계수의 존재까지도 말이지.”




“아, 그 부분에 대해서 벨라루나가 형님에게 전해 달라는 말이 있었소.”




“벨라루나가?”




한스는 이걸 말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심을 했다는 듯 입을 열었다.




“자기를 지하 시설에 한 번 더 데려가 줄 수 있냐고 묻던데.”




* * *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경찰들이 나서서 시민들을 안심시키며 대피를 주도했고, 수도방위군이 거리를 지켰다.




부서진 거리마다 상흔의 흔적이 남았다.




시민들은 자기 삶의 터전이 망가진 것에 슬퍼하고 괴로워했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비탄에 잠겨 있을 수만은 없었다.




키메라들이 물러났지만, 상황은 끝나지 않았다.




적들이 또 언제 다시 몰려올지 몰랐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 지하 침투조는 빠르게 움직였다.




“…….”




“…….”




루드거 첼리시와 크리스 베니모어.




두 사람은 활짝 열린 맨홀 뚜껑 앞에서 서로를 마주 보았다.




설마 여기서 이렇게 함께 움직이게 될 줄은 두 사람 다 몰랐으리라.




그러나 전처럼 으르렁거리며 기 싸움은 하지 않았다.




루드거야 원래부터 크리스에게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지만, 크리스 또한 유독 차분한 분위기.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다.”




크리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루드거가 기획처장의 자리에 올랐음에도 깍듯이 존대하지 않았다.




루드거도 딱히 기대도 하지 않았기에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뭐가 궁금하십니까.”




“우리와 함께 간다는 전문가는 어디에 있지?”




크리스는 사전에 루드거에게 한 가지 소식을 들었다.




이번 작전에서, 여기 둘 말고도 한 명이 더 올 거라고.




그리고 그 사람은 세계수에 대해서 상당한 전문적인 지식을 지닌 사람이라고.




“곧 올 겁니다.”




루드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멀리서 누군가 다급하게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숨을 헐떡이며 급하게 뛰어오는 것은 주홍빛 머리를 지닌 엘프, 벨라루나였다.




그녀를 본 크리스가 의외라는 듯 안경 너머에서 눈을 크게 떴다.




그야 그럴 수밖에.




루드거가 말한 전문가가 엘프라는 말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엘프? 그렇군. 그래서 세계수를 확인하는 전문가로 부른 거였어.”




“의심은 풀렸습니까?”




“아직이다. 저 엘프를 신뢰할 수는 있나?”




크리스는 세오른에서도 깐깐한 성격으로 유명하듯 이런 부분에서 철저했다.




이름도 전공도 모르는 엘프를, 이쪽이 냅다 전문가랍시고 빈자리에 꽂았으니 어지간히도 걱정되었다.




‘당연한 의문인가.’




루드거는 자신이 무슨 장황한 말을 하더라도 크리스가 지닌 의심의 불씨를 끌 수 없음을 알았다.




하지만 이 상황을 대비한 답변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아일린 1황녀님께서 보증하셨습니다.”




“…….”




1황녀의 이름이 나오자 크리스도 눈가에 주름만 잡을 뿐 직접적으로 따지지 않았다.




그것이 진짜냐, 라고 묻기엔 루드거의 태도가 너무 당당했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로 아일린 1황녀가 벨라루나를 추천해 주지 않았고, 보증 또한 해 주지 않았다.




사실 루드거가 멋대로 그녀의 이름을 빌린 것뿐이었다.




‘그런데 그게 뭐.’




어차피 서로 알 것 다 아는 사이기에 이 정도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만에 하나 크리스가 이 모든 일이 끝나고 직접 1황녀에게 벨라루나를 보냈는지 물어볼 수도 있겠지만.




총명한 아일린이라면, 그 상황에서 대충 눈치채고 자신이 보냈다고 대신 말하리라.




물론 속으로는 멋대로 자신의 이름을 판 루드거에게 짜증을 내겠지만 말이다.




‘그거야 뭐 회의에서 멋대로 나를 골탕 먹이려던 것의 복수라고 하면 그만이고.’




크리스는 잠시 고민하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때마침 벨라루나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그녀는 크리스를 보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헤, 헤헤. 안녕하세요. 벨라루나 페타나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크리스 베니모어입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끝낸 세 사람은 곧바로 맨홀 앞에 섰다.




그들 말고 다른 돌입조는 각자 다른 하수구 입구를 통해 들어갈 것이다.




“준비됐습니까?”




루드거의 물음에 크리스와 벨라루나가 고개를 끄덕이는 거로 답했다.




“좋습니다. 그럼.”




루드거는 곧바로 지하 수로를 향해 뛰어내렸다. 그 뒤를 크리스, 벨라루나가 따랐다.




* * *




같은 시간대에 루드거 말고도 다른 지하 돌입조가 지하수로 안으로 향했다.




돌입조는 대부분 2인 1조로 구성되었다.




지하수로로 들어온 케이시 셀모어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미로처럼 복잡하고 넓은 지하 수로.




그보다 더 아래로 가면 해방군과 흑마법사들이 숨어 있는 비밀 아지트가 있으리라.




“케이시.”




케이시와 함께 붙게 된 기사, 테리나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설마 이런 식으로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러게. 조금은 더 좋은 일로 만날 줄 알았는데 말이야.”




케이시는 입가에 쓴웃음을 머금으며 오랜 친구와 반가운 해후를 나누었다.




물론 그 장소가 퀴퀴하고 어두운 지하 수로라는 것이 썩 분위기가 살지 않았지만 말이다.




“이제 와서 하는 말치고는 좀 그런데, 잘 지냈어?”




“그래 보이나?”




“아니, 전혀.”




테리나는 케이시의 대답에 피식 웃었다.




“너는 여전하군. 아니, 여전한 건 아닌가. 케이시 너도 나름 많이 바뀐 거 같아.”




“내가?”




“그래. 예전의 너는 조금 더, 음…… 뭐라고 해야 할까.”




어떻게 말할지 망설이는 테리나의 모습에 케이시는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냥 말해. 화 안 낼게.”




“그렇다면 가감 없이 말하지. 예전의 너는 조금 더 당당했지.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무모했어. 아직 여물지 못한 풋내기처럼.”




“그건 좀 화날 거 같은데.”




“하지만 그것도 옛날이야. 지금은, 그래도 많이 의젓해진 거 같더군.”




의젓해졌다라.




케이시는 그 말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테리나는 자신이 바뀌었다고 말하지만, 그녀는 스스로가 바뀌었다는 자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구가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면 분명 바뀐 거겠지.




“그래도 예전의 모습은 여전히 남아 있어서 안심했다. 특히 회의할 때 황녀님께 당당하게 따질 때는 말이지. 보면서 참 너답다 싶더군.”




“아, 그건 뭐…….”




“그래도 조금 신기했다.”




“뭐가?”




“네가 그렇게 감정적으로 따지고 들던 것 말이야.”




감정적이라는 말에 케이시가 자기도 모르게 어깨를 움찔 떨었다.




“케이시. 혹시 루드거 첼리시 교사와 알고 지내던 사이였나?”




“내가?”




“그 남자에게 질문하는 것치고는 묘하게 그런 기미가 보여서 말이다. 너답지 않다고 해야 하나.”




테리나의 감은 예리했다.




그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테리나가 케이시에 대해서 나름 알고 지내던 사이였던 것도 크게 작용한 것도 있었다.




“아니면, 그 남자와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나?”




“무슨, 일이라니?”




“그거야 나는 모르지. 애초에 그런 상황만 가지고 멋대로 추측하기도 그렇고. 다만, 가장 보편적으로 생각을 한다면…….”




“생각한다면?”




“남녀 간의 애정 문제처럼 보였다.”




그 말에 케이시의 푸른 머리털이 고양이의 털처럼 곤두섰다.




“뭐어?! 그, 그런 거 아니거든!”




“하하. 물론 농담이다. 하지만 너도 이런 농담에 꽤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군. 예전이었으면 그러지 않았을 텐데, 혹여 걸리는 부분이라도 있는 건가? 그러면 축하해 줄 일이군.”




“아니라니까!”




“그렇다면 그런 거로 치지.”




“아니라면 아닌 거야! 그냥……!”




케이시의 뒷말이 그녀의 감정을 대변하듯 침울하게 내려앉았다.




애써 의식하지 않으려 했지만, 루드거의 이야기가 나오자 다시 떠올라 버렸다.




그날의 기억이.




“……있지 테리나. 만약에 너는, 누군가 자신이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악인으로 비난을 받는다면 어떨 거라고 생각해?”




난데없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테리나는 케이시가 허투루 말을 하는 사람임을 알았기에 진지하게 고민했다.




“잘못하지 않았는데 비난을 받았다라…….”




“그런데 너는 그것도 모르고 그 사람을 나쁘다 생각했어. 계속 미워하고 그 사람에게 화를 냈지. 계속, 몇 년이나.”




“그런가.”




답지 않게 침울해하는 친우의 모습에 테리나는 무슨 일인지 깨달았다.




그 말에 무슨 대답을 할지 고민하다 입을 열려는 그 순간이었다.




테리나의 시선이 불현듯 날카로운 칼날처럼 변하며 지하수로 저 너머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오는군.”




그 말에 분위기가 바뀐 것은 케이시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래도 이야기는 이 일이 끝나면 해야 할 거 같다.”




“……그러네. 괜히 내가 감성적이었나 봐.”




자연스럽게 테리나가 앞에 서고 케이시가 그 뒤를 지키듯 자리 잡았다.




멀리서 적들의 침입을 알아차린 키메라들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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