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A - 308화 가르침 (1)

 ◈ 308화 가르침 (1)




루이폴트는 루드거의 말을 허세라고 판단했다.




진짜 마법?




궁극의 존재가 된 자신의 앞에서 그런 망발을 논하다니 가당치도 않았다.




“어디 그러면 이것부터 막아 보시지?”




루이폴트가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검은 파문이 퍼져나갔다.




파문은 루드거를 훑고 지나갔다.




하지만 루드거는 여전히 자리에 서 있었다.




루이폴트는 눈을 가늘게 좁혔다.




악마의 힘 때문에 흰자위가 검게 바뀌고 동공도 노란빛을 띠게 된 그의 눈동자가 의아하다는 감정을 내비쳤다.




“이상하군.”




루이폴트는 처음에는 귀찮음이 일었지만, 그 이후에 드는 감정은 의문이었다.




마음을 좀먹고 파고들어 정신을 나약하게 만드는 힘.




아무리 마력과 오러를 끌어 올려도 절대로 방어가 불가능한 공격.




그것이 그가 다루는 악마의 힘이었다.




“인간이라면 필연적으로 마음의 상처와 나약함이 존재할 수밖에 없을 텐데. 어째서 너는 그렇게 멀쩡하지? 너도 악마의 힘을 다루나?”




“말이 많군.”




“그렇다면 더욱 이상해. 한낱 인간의 힘 따위로 어떻게 악마의 힘에 멀쩡할 수 있는 거지?”




루이폴트는 루드거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일개 아카데미 교사밖에 되지 않는 남자가, 소드마스터와 렉서러 마법사조차 쓰러진 공격을 견디다니.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이쪽의 관자놀이를 지근거리게 만드는 불안감을 주는 것까지.




“멀쩡했던 적 없다.”




루드거가 그리 답하지 루이폴트가 눈썹을 휘었다.




“그 너저분한 힘은 분명 내 마음에 파고들었다. 정말 더러운 기억을 보여 줬지.”




“뭐?”




“다만, 그것이 거짓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 바로 깨어나더군.”




그 말을 들은 루이폴트는 루드거가 진실을 말하는 건지 진위를 판별하고자 했다.




저 당당한 말에서 거짓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 말인즉슨, 루드거는 정말 자신의 정신력으로 악마의 힘에 저항했다는 말이다.




“그게, 가능하다고?”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지. 그리고 덕분에 나도 기분이 많이 나빠졌어.”




루드거는 파이프 담배의 다 타 버린 재를 툭툭 털어 냈다.




“기분도 좋지 않은데, 목격자는 알아서 줄여 줬고. 내게 있어서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가 찾아왔지.”




루이폴트가 눈동자를 굴려 루드거의 주위를 살폈다.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문 이후로 그의 주위에는 넘치는 마나가 바깥으로 흘러나와 푸른 안개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안개는 흩어지지 않고 더욱 밀도 있게 응집하여 루드거의 주위에 맴돌았다.




이상한 현상이다.




보통 마법사는 자신이 지닌 모든 마나를 한꺼번에 다루지 못한다.




괜히 마력 방출량과 마나 장악력에 따라 마법사의 수준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루드거는 지금 자신이 최대한 담을 수 있는 마력 이상을 다루고 있었다.




그게 가능한 것인가?




옮길 수 있는 물건의 최대 크기가 정해진 수레가, 그보다 수십 배 이상 거대한 물건을 담고도 멀쩡히 움직이는 것을 보는 듯한 그런 기괴함.




게다가 놈의 눈동자의 색깔이 변했다.




아니, 변했다기보다는 원래의 색을 되찾았다는 것이 맞는 말이리라.




눈동자가 푸른빛을 띠던 것은 그 안에 그만큼 거대한 마나를 품고 있어서였다.




‘그것도 이상해. 대체 뭘 어떻게 하면 전투 시에도 그 정도의 마나를 계속 저장해 두고 있는 거지?’




어쩌면 조금 전부터 루드거에게서 계속 느끼는 불쾌감의 원인은 거기에 있는 걸지도 몰랐다.




“하. 그래, 어차피 상관없는 일이지.”




루이폴트는 자신이 괜한 상념에 빠졌음을 깨닫고 헛웃음을 흘렸다.




루드거가 보여 주는 모습이 신기하기는 하다만, 저게 전부일 수도 있지 않은가.




게다가 이쪽은 이미 세계수의 세포와 여러 마법사의 신체를 이식했으며 악마의 힘까지 지녔다.




눈앞의 마법 교사가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건 알지만, 그래 봤자 인간이다.




“악마의 힘에 저항할 정도로 강력한 정신력을 지닌 것은 인정한다만. 싸움은 정신력으로만 하는 건 아니지.”




“그건 봐야 알겠지.”




단순한 허세로 보이지 않는 확고한 목소리.




루이폴트는 그런 루드거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절대적인 힘을 지닌 자신의 앞에서 저렇게 목이 뻣뻣하다니.




심지어 교사로서 가르침을 내리겠다는 망언까지 내뱉었다.




건방지기 짝이 없지 않은가.




“우선, 네놈은 조금 더 고개를 낮출 필요가 있겠군.”




루이폴트가 그렇게 중얼거리는 것과 동시에.




쩌억.




그의 양어깨에 달린 얼굴이 입을 벌렸다.




그것은 흡수한 마법사의 마법을 발동시키기 위한 신호와도 같은 것.




동시에 뜨거운 불길과 차가운 냉기의 돌풍이 발동되어 루드거를 향해 쏘아졌다.




루드거는 자리에 가만히 선 채로 주위에 부유하는 마력 안개의 일부를 끌어왔다.




넘실거리는 마력 안개가 움직이더니, 이윽고 얇고 가늘게 변하며 술식을 구성했다.




삽시간에 완성된 불길과 차가운 냉기.




루드거의 화염이 루이폴트의 냉기를 무마시켰고, 반대로 얼음은 화염을 꺼트렸다.




루이폴트는 그 모습을 보며 다음 마법을 쏘아 냈다.




바람을 얇게 발라서 펼친 것 같은 진공의 칼날이 루드거를 향해 연달아 쏘아졌다.




쿠르릉!




땅이 진동하더니 루드거의 앞에 벽이 솟구쳤다.




진공 칼날이 벽에 박히며 짐승의 발톱 자국 같은 상흔을 남겼다.




루이폴트는 허공에서 거대한 바윗덩어리를 만들었다.




그것을 그대로 루드거의 머리 위에 떨어뜨렸다.




거대한 질량을 머금은 바위가 루드거를 압사시키기 직전, 루드거를 중심으로 바람이 드릴의 모양으로 소용돌이쳤다.




솟구친 용오름이 바위의 중심을 꿰뚫으며 사방으로 파편을 흩뿌렸다.




그 치열한 접전 속에서도 루드거는 자리에서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루이폴트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루이폴트의 복부에 튀어나온 얼굴이 입을 벌리며 눈을 부릅떴다.




얼굴 앞으로 마법진이 새겨지더니 루이폴트를 중심으로 거대한 물이 해일처럼 일어나 루드거를 덮쳐들었다.




마력의 안개가 꿈틀거리더니 재차 술식을 자아냈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넝쿨의 줄기가 해일처럼 일어났다.




넝쿨의 파도는 루이폴트가 일으킨 물을 빨아들이며 그 크기를 불려 나가 도리어 루이폴트를 집어삼키려 들었다.




“뭐?”




그 광경에 루이폴트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곧바로 화염을 일으켜 식물들을 모조리 태워 버렸다.




허공에서 흩어지는 무수한 불씨 속에서, 루이폴트는 루드거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힘을 숨기고 있었나?”




루드거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의지가 곧 마법이 되었고, 수차례나 루이폴트를 괴롭힌 빛의 창이 우수수 쏘아졌다.




루이폴트는 저 빛 마법이 가장 까다롭다는 걸 잘 알았다.




속도가 너무도 빨라서 대응이 힘든 공격.




루이폴트는 악마의 검은 마력을 일으키며 몸 주위를 한꺼번에 둘렀다.




전 방위에서 들이닥치는 공격을 완벽하게 차단할 생각이었다.




동시에 루이폴트는 두 손에 마력을 모아 뇌전을 일으켰다.




그대로 루드거를 향해 보랏빛 번개를 쏘아 내려는 순간.




루이폴트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뭐지?’




주위를 둘러본 루이폴트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어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과도 같은 어둠이 그를 에워쌌다.




당황한 루이폴트의 발아래 지면이 움푹 파고들었다.




미처 대비하지 못한 루이폴트가 균형을 잃고 구덩이에 굴러떨어졌다.




구덩이 아래에는 금속으로 이루어진 무수한 창날이 돋아나 있었다.




루이폴트는 자연스럽게 거기에 꿰뚫리는 신세가 됐다.




“크학!”




루이폴트는 등을 뚫고 가슴팍으로 튀어나온 금속 창대를 붙잡았다.




평범한 창이 아니다.




금속 마법과 연금술, 거기에 더해 강화까지 추가해서 만든 마법.




루이폴트가 손에 힘을 주자 창대가 퍼석 하고 부서졌다.




“고작 이딴 걸로!”




그는 검은 마력을 두른 팔을 휘두르며 주위의 창들을 우수수 부러뜨린 뒤 자리에서 뛰어올라 구덩이에서 빠져나왔다.




그런 루이폴트를 기다리는 것은 온갖 속성 마법의 향연이었다.




나무뿌리가 그의 양 팔다리를 속박하더니 빛의 창이 복부를 찔렀다.




팔다리에 힘을 줘 뿌리를 끊어내려는 순간 바람의 탄환이 날아와 그의 미간을 후려쳤다.




그걸 무시하며 힘을 주려 하는데, 등 뒤에서 거대한 묵직함이 느껴졌다.




허공에서 떨어지는 거대한 바위가 루이폴트를 짓뭉갠 것이다.




‘대응을…….’




바위에 깔린 루이폴트는 지상으로 추락하면서 머리를 굴렸다.




그 순간 지면이 불쑥 일어나며 직육면체의 매끈한 금속 기둥이 솟아올랐다.




바위에 깔려 추락하던 루이폴트는 그대로 바위와 금속의 사이에 끼인 채 충돌했다.




충돌의 여파로 바위가 부서지며 파편이 우수수 쏟아졌다.




그 파편의 틈새로 온갖 속성 마법이 화살처럼 날아가 루이폴트를 쉴 새 없이 때렸다.




‘뭐지.’




찰나의 틈새도 주지 않고 몰아치는 마법의 폭풍.




그 속에서 루이폴트는 손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당하기만 해야 했다.




‘이게 뭐냔 말이다.’




상대는 고작 하나다.




하지만 조금 전 여럿과 동시에 싸울 때보다 고전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였다.




‘어떻게 인간이, 모든 속성의 원소를 다룰 수 있는 거지?’




루이폴트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가 지닌 상식으로 마법사는 최대로 다룰 수 있는 원소의 개수가 한정되어 있다.




현대 마법계에서 10개나 되는 원소 중에서 아무리 많이 다룬다고 하더라도 7개를 넘어간 사람이 존재한다는 기록은 없었다.




그런데 루드거는 지금 10개의 원소를 모두 사용하고 있었다.




희귀한 빛 마법을 사용할 때부터 나름 축복받은 녀석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어둠에 식물, 심지어 금속까지.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재능.




그 짧지만 강렬한 단어가 루이폴트의 뇌리에 맴돌았다.




루이폴트는 자신이 마법사로서 맞이한 한계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피나는 노력을 했고 전투가 벌어지는 곳에서 자신을 극한까지 몰아세웠다.




그럼에도 그의 앞에는 벽이 존재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넘을 수 없는 재능이라는 벽.




정당한 방법으로는 그것을 절대 넘을 수 없다는 걸 깨닫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다른 길을 택하리라.




추하고 더럽혀진 길이라도, 강해질 수만 있다면.




그런 루이폴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흑마법이었다.




그래서 루이폴트는 해방군에 투신했고, 뒷세계와 커넥션을 만들어 실험체를 자처했다.




인체 실험을 통해 육체를 강화시켰다.




살아 있는 마법사를 갈아 자신의 몸에 이식시켰으며 악마의 힘마저 받아들였다.




전부 재능이라는 벽을 뛰어넘기 위해서였다.




모든 것은 결과와 힘이 증명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루이폴트는 강해졌고, 이제 그에게 남은 깃은 이 힘을 마음껏 휘두르는 것뿐이었다.




자신을 우습게 여기던 자들을 찍어 누르며 그걸로 우월감을 느낄 생각이었다.




너희가 틀렸다고.




강해지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고.




그 옳고 그름은 승자가 말해 주는 것이다.




분명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 녀석은 대체 뭐냔 말이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복병이 나타났다.




자신의 힘을 숨긴 채, 범인들의 사이에서 가만히 있던 진짜 재능을 지닌 사람이.




이쪽이 발악해도 배우지 못한 여러 속성의 마법을 다채롭게 사용하며, 믿기지 않는 마력 장악력과 방출량을 지니기까지 했다.




악마의 힘에 영향을 받지 않는 정신력은 덤이었다.




그것이 루이폴트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켰다.




안 된다.




이래선 안 되는 것이다.




세상은 이렇게 불공평하면 안 됐다.




루드거가 보여 준 마법은 루이폴트의 몸에 심각한 타격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루이폴트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열등감을 뒤흔드는 데는 성공했다.




악마의 힘으로 타인의 정신을 파고드는 자가, 도리어 정신적으로 수세에 몰리다니.




그야말로 아이러니함의 극치인 상황이었다.




“크아아아!!”




루이폴트가 악마의 힘을 방출했다.




검은 마력이 용솟음치며 루드거의 마법을 밀어냈다.




아니, 밀어내다 못해 마법을 상쇄시키듯 분해해 버렸다.




변화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루이폴트의 두 팔에 검은 마력이 집중되더니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자신의 덩치만큼 비대해진 양팔이 주먹을 까득 말아 쥐었다.




루이폴트는 두 팔로 지면을 내리찍었다.




맨땅에 거미줄 같은 금이 쩍쩍 가며 지면이 뒤집혔다.




튀어 오른 파편과 함께 뿌연 먼지구름이 일어났다.




그 먼지구름 속에서 한 차례 노란빛이 번뜩이더니 루이폴트가 루드거를 향해 포탄처럼 쏘아졌다.




동시에 루이폴트의 신체로부터 검은 파장이 쏘아졌다.




전과 다르게 주위에 광역으로 흩뿌리지 않고 루드거에게 집중해서 쏘아 보냈다.




먼저 도달한 파장이 루드거의 몸을 강하게 훑고 지나갔다.




루드거는 기절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다루던 마나의 안개가 순간이지만 흐트러지는 것은 막지 못했다.




발현되려던 술식이 무산됐다.




루이폴트는 바로 그 부분을 노렸다.




다른 녀석들처럼 기절은 하지 않더라도, 파장의 힘을 집중한다면 술식 정도는 파훼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




실제로 루이폴트의 의도는 먹혀들었다.




루드거의 지척까지 접근한 루이폴트가 거대해진 오른팔을 뒤로 쭈욱 뺐다.




루이폴트의 입가에 귀밑까지 길게 찢어지며 소름 끼치는 미소가 맺혔다.




이대로 주먹을 내지르기만 한다면 루드거의 연약한 육체는 물먹은 종이처럼 찢어지게 될 것이다.




인정한다.




마법만으로 너는 분명 이 자리에서 최강이 맞다.




하지만 싸움은 마법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었다.




싸움의 기본은 자신이 지닌 모든 힘을 다 사용하는 것.




그런 점에서 루이폴트는 악마의 힘을 다루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그때 루드거가 기이한 행동을 보였다.




마치 최후의 발악을 하듯.




루이폴트를 향해 활짝 핀 손을 내뻗은 것이다.




“의미 없는 발악을……!”




루이폴트의 외침은 끝맺어지지 못했다.




갑자기 거대한 압력이 그의 몸을 위에서 아래로 짓눌렀기 때문이다.




루이폴트는 주먹을 미처 휘두르지도 못한 채 개구리처럼 바닥에 납작 엎어졌다.




“……?!”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루이폴트가 눈을 부릅떴다.




엄청난 저항감 속에서 루이폴트는 겨우 목에 힘을 주어 루드거를 올려다볼 수 있었다.




왼손은 기도를 하듯 수도를 수직으로 세운 채 자신의 가슴팍에 가져다 댔고.




오른손은 여전히 자신을 향해 내뻗고 있는 자세였다.




정말로 별것 아닌 동작.




그러나 그 동작이 자아낸 결과물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수인(手印)?”




비슷하지만 뭔가 달랐다.




루이폴트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말하지 않았나.”




이쪽을 믿을 수 없다는 시선으로 올려다보는 루이폴트를 향해 루드거가 말했다.




“진짜 마법을 보여 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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