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A - 309화 가르침 (2)
◈ 309화 가르침 (2)
‘할까?’
한스는 지금 일생일대의 기로에 서 있었다.
어쩌면 좋을지 몇 번이고 고민해 보았지만, 뚜렷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망설이기를 수차례.
한스가 조금 전부터 계속 느끼고 있던 불안감이 정수리 꼭대기를 찌르듯 치솟았다.
결국, 견디지 못한 한스는 결국 용기를 내서 입을 열었다.
“안 가시는 겁니까?”
“뭐냐.”
소파에 누워 있던 그란데르가 고개만 살짝 돌려 한스를 응시했다.
귀찮다는 기색이 역력한 붉은 눈동자를 마주하자 한스는 끝없는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것만 같은 공포를 느꼈다.
쫄지 말자.
그래도 형님의 스승님이니까 때리진 않겠지.
한스는 침을 꿀꺽 삼키며 입을 열었다.
“형님을 도와주러 가시지 않는 거냐고 물었습니다.”
“또 그 이야기더냐. 나는 이미 거기에 대한 충분한 답을 했던 거로 기억한다만.”
“예, 그랬죠. 하지만, 아시지 않습니까.”
“뭘 안다는 말이냐.”
“당신께선 지하에 무언가 있다고 말씀하셨죠. 그리고 실제로 확인해 보니, 흑마법사들이 비밀리에 악마의 힘을 실험하고 있었습니다.”
악마라는 말에 그란데르가 살포시 미소 지었다.
“흐음. 힌트를 주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빨리 알아차렸구나. 하지만 그게 뭐 어떻다는 거지? 어차피 그 힘은 껍질에 둘러싸인 채 봉인돼 있다.”
“지금은 그렇죠. 하지만 흑마법사 놈들과 해방군이 무슨 실험을 벌이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 봉인 당한 힘이 깨어날지도 모른다고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그란데르는 헛소리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다.
그 대신 홍옥 같은 눈동자에 호기심을 담아 한스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예?”
“네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 그게…….”
한스는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망설였다.
솔직히 말해서 이성적으로 생각하며 머리를 열심히 굴려서 내놓은 말이 아니었다.
굳이 따지자면 직감.
동물적인 직감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감 때문입니다, 라고 말할 수야 없지 않은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한스가 뭐라고 대답할지 망설이는 가운데.
그란데르가 한스를 지그시 응시했다.
그 눈동자를 들여다보는 순간 한스는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그토록 말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 속마음을 입에 올리고 말았다.
“감 때문입니다.”
엇?
한스는 말해 놓고 아차 싶었다.
자신이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의아함과 동시에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란데르가 눈을 부라리며 자신을 우롱하는 것이냐며 화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스의 걱정과 달리 그란데르는 화내지 않았다.
오히려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앉은 뒤, 관심이 간다는 듯 물었다.
“호오? 감이라. 그 감으로 뭘 느낀 거지?”
“예? 뭐, 뭘 느꼈다니요. 그냥…… 이대로 가면 뭔가가 일어날 것 같으니까…….”
“그냥 뭔가 일어날 것 같다고 생각만 들었다?”
“……예.”
“흠. 아직 본인은 완전히 자각하지 못한 능력인가. 제자 녀석이 참 재미있는 걸 주웠구나.”
“예?”
한스가 대체 왜 그러냐고 따지려는 순간 그란데르가 말했다.
“사실 네가 나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아도 움직일 생각이었다.”
“저, 정말요?”
“아무렴 네가 느낀 것을 나도 못 느꼈겠느냐. 무언가가 지하에 있다고 알려 준 것도 나이거늘.”
그런데 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인가.
직접 묻지 않았지만 눈빛에서 그 감정이 드러난 것일까, 그란데르는 가당찮다는 듯 팔짱을 끼며 소파 등받이에 몸을 푹 기댔다.
“내가 가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다. 움직일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지.”
“아니, 움직일 생각이었다가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뇨.”
“느껴지지 않는 거냐?”
“예?”
한스가 되묻자 그란데르는 됐다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네놈의 본능은 위기감지 쪽으로만 극도로 발달한 모양이구나.”
“아니, 그게 대체 무슨…….”
“되었다. 네가 보채더라도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은 변함이 없으니. 그냥 가만히 지켜보기나 하면 된다.”
그란데르는 지하에서 느껴지는 힘의 파동에 입가에 씨익 미소를 지었다.
마치 잘 자란 자식을 대견해 하는 어머니의 미소처럼 말이다.
“녀석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테니까.”
* * *
루이폴트는 두 팔에 힘을 줘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등 뒤에 무거운 납덩어리가 올라가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의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다.
악마의 힘을 다루는 그의 육체는 소드마스터의 것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집채만 한 바위에 깔려도 그것을 들어 올릴 수 있는 근력을 지녔는데, 지금은 자신의 몸 하나 가누는 것조차 힘들었다.
“무슨, 짓을 한 거냐?”
호흡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루이폴트는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이 거대한 압박감.
루드거가 무언가를 한 것은 분명했는데, 그게 대체 무엇인지 감조차 잡히지 않은 상황.
루이폴트의 뇌리에 불안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설마 이게 정말로 진짜 마법이라는 것인가?
자신이 모르는, 재능의 총아만이 사용할 수 있는 마법?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이런 마법이 있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다.
하물며 고작 수인으로…….
“고작 수인으로는 이 정도의 위력을 낼 수 없다, 그렇게 생각했겠지.”
“…….”
자신의 생각이 읽혔다는 생각에 루이폴트가 입을 다물었다.
사실 읽히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으니까.
루드거의 말을 보면 분명 이 공격은 수인이 맞았다.
루이폴트는 그래서 더더욱 이해하기 힘들었다.
수인은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방식이다.
더 정확하고 확실한 마법은 술식이 아니면 발동하기도 힘들거니와, 그 위력은 현저히 약했다.
게다가 저 단순한 손동작은 뭐란 말인가.
수인으로 마법을 발동하려면 손을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저렇게 손을 내밀기만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었다.
“말하지 않았나. 진짜 마법이라고.”
“웃기지, 마라! 이런 마법은, 들어 본 적도 없어!”
루이폴트는 이를 악물며 외쳤지만, 머릿속 어딘가에서는 그 말이 정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마의 힘이, 반발을 일으킨다.’
더욱이 루이폴트를 놀라게 만드는 것은 자신의 전신을 짓누르는 황금빛 기운.
악마의 힘은 그 황금빛 기운 앞에서 저항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쪽은 있는 힘을 다해 일어나려고 하는데, 고작 손동작 하나에 개구리처럼 납작 엎드려야 한다고?’
말도 안 된다.
저 힘이 고작 뭐라고 악마의 힘이 밀린단 말인가.
저건 신성력도 아니지 않은가.
“괴롭나.”
바닥에 납작 엎드린 루이폴트를 향해 루드거가 입을 열었다.
“표정을 보아하니, 육체의 고통보다 수치심을 훨씬 더 크게 느끼는 모양이로군.”
“너, 이, 새끼…….”
루드거의 말에 루이폴트가 입술을 깨물었다.
이쪽을 내려다보는 상대의 시선이 자신의 비통함을 더욱 쥐어짜는 듯했다.
루이폴트는 루드거에게서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겹쳐 봤다.
한계를 맞이한 자신을 업신여기는 시선으로 바라보던 자들의 모습이.
너는 안될 거라고 이쪽을 비웃는 사람의 비아냥이.
그래서 전부 죽이고 싶었다.
전신의 실핏줄이 도드라지게 일어났다.
루이폴트의 입술과 코를 비집고 검은 피가 흘러내렸다.
“죽여 버리겠다. 아니, 그냥 죽이는 것도 아니고, 최대한 고통을 주마! 제발 죽여 달라고 빌게 해 주겠다!”
“박제된 표본 같은 녀석이 입은 잘 살아 있군.”
“닥쳐!!”
루이폴트는 발작하듯 외쳤다.
루드거는 그런 루이폴트의 몸을 더욱 강하게 짓눌렀다.
악마의 힘은 분명 위협적인 것이 맞다.
하지만 그가 다루는 항마촉지인의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이대로 더 강하게 짓눌러 녀석을 완전히 없애버릴 생각을 품으려는 순간이었다.
‘뭐지?’
루드거는 일순, 루이폴트의 등 뒤에 누군가 업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받았다.
아니, 착각이 아니었다.
인간의 형상을 한 검은 그림자가, 루이폴트의 귓가에 얼굴을 가져다 대며 뭐라고 속삭이고 있었다.
‘그것’은 고개를 들어 루드거를 보더니 이윽고 씨익 웃었다.
이목구비가 없는 새까만 맨얼굴에, 새하얀 초승달이 그려졌다.
루드거는 그 모습에 이유를 알 수 없는 섬뜩함이 밀려왔다.
무언가 조취를 취하려는 그 순간 그것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직후, 루이폴트로부터 변화가 일어났다.
“크아아악!”
뿌드득!
바닥에 엎어져 있는 루이폴트의 몸에 근육과 뼈가 뒤틀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떤 공격을 당해도 고통스러워하지 않던 루이폴트가 괴롭다는 듯 비명을 내질렀다.
루이폴트의 몸에 이식된 마법사들의 얼굴 또한 눈을 부릅뜨고 입을 쩍 벌리며 함께 비명을 내뱉었다.
여러 비명 소리가 겹치듯 울려 퍼지는 와중에 변화는 그치지 않았다.
크게 부풀었던 팔이 원래 크기로 돌아가는 대신 양어깨를 뚫고 팔이 하나씩 더 튀어나왔다.
4개나 되는 팔이 몸을 서서히 지면으로부터 밀어냈다.
놀랍게도 루이폴트는 루드거의 항마촉지인에 저항하며 서서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힘이 더 강해졌다.’
루드거 또한 루이폴트의 변화에 눈살을 찌푸렸다.
내미는 오른손은 유지한 채, 수도를 세웠던 왼손으로 검지와 중지만 세워 루이폴트를 겨누었다.
주위에 일렁이던 마력의 안개가 술식을 구성했다.
지면이 일렁이듯 움직였다. 날카로운 바위 송곳이 루이폴트의 손바닥을 꿰뚫어 그를 고정시켰다.
4개의 팔 전부를.
하지만 뒤이어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까득. 까득.
손바닥을 꿰뚫고 손등으로 튀어나온 돌기둥을, 루이폴트의 손이 갉아 먹기 시작한 것이다.
꿰뚫린 부분이 무언가의 입으로 변해 바위 송곳을 깨부수고 있었다.
손바닥에서 입이 튀어나오다니.
그전에도 육체가 변하기는 했지만, 이건 이제 인간이라 부르기도 미안한 수준이었다.
“거기.”
루드거가 멀리서 지켜보는 안드레이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저 녀석, 대체 왜 저러는지 압니까?”
“그걸 왜 나한테…….”
“그쪽이 녀석을 저렇게 만들지 않았습니까. 왜 저러는지 이유를 알아야 할 거 아닙니까.”
안드레이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어처구니가 없었다.
조금 전까지 서로 죽어라 싸우던 사이였는데, 갑자기 여기서 이런 질문을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것이다.
게다가 존대라니.
평소의 안드레이였다면 대꾸조차 하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그 또한 루이폴트의 기괴한 형상에 무언가 위기감을 느낀 것은 매한가지였다.
“모르겠다.”
“……장난합니까?”
루드거는 그렇게 따지려다가도 다시금 정신을 집중해 루이폴트를 억눌렀다.
지금도 실시간으로 밀려나고는 있지만,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루이폴트가 풀려나 날뛸 것이다.
최대한 억누르며 시간을 벌어야 했다.
“그럼, 추측이라도 가는 것은?”
“그건…….”
대답을 망설이는 안드레이의 모습에 루드거가 혀를 찼다.
“하긴, 괜한 걸 물었군요. 자기 실험체한테 힘을 빼앗겨 죽을 뻔한 사람에게 제가 과한 걸 바랐습니다.”
루드거의 비아냥에 안드레이가 울컥했지만, 화를 내지는 못했다.
그의 말대로였으니까.
자신이 만든 실험체에게 당하기나 하고, 악마의 힘도 일부 빼앗겼다.
게다가 자신이 숨겨 왔던 과거마저 놈의 입을 통해 까발려졌으니, 이보다 더 수치스러운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아마 녀석은 악마의 힘에 집어삼켜지고 있는 걸 거다.”
도발이 먹힌 것인지 반응이 왔다.
“계속 말씀하시죠.”
“모든 악마의 힘이 이런 건지는 모른다. 다만 저 죽은 세계수 뿌리에 봉인된 악마는, 부정적인 감정에 반응한다는 거야.”
실제로 악마의 힘으로 사용하는 검은 파장은 인간의 정신에 파고들어 그들을 삽시간에 무력화했다.
“……단순히 타인에게 영향을 주는 것만은 아니라 이거군요.”
“부정적인 감정은 자신에게도 영향을 주는 거겠지. 악마가 아닌 이상, 악마의 힘은 결국 빌려 쓰는 힘에 지나지 않으니까.”
“그래. 놈이 뭐 열등감 때문에 알아서 폭주하고 있다는 건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녀석을 막을 방법은? 없습니까?”
“그거까진 나도 모른다. 애초에 내가 만들려고 했던 것은 본디 궁극의 생명체였어.”
“거짓말을 하는군요. 저 녀석 또한 거쳐 가는 실험체라는 걸 제가 모를까 봐 그러십니까.”
그 말에 안드레이가 눈을 크게 떴다.
일개 교사 따위가 어떻게 그런 부분까지 간파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지금 루드거가 보여 주고 있는 힘부터 말이 되지 않는 건 매한가지.
어차피 여기까지 온 이상 숨길 것도 없었기에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정신적인 부분에 기인하는 악마의 힘은 본디 세계수의 생명력과 상극이었다.”
“저렇게 멀쩡한데 상극이었다고요?”
“그걸 융합되게 한 것이 실험의 요지였으니까. 세계수의 생명력과 악마의 힘은 서로 반발을 일으켰지만, 인간의 몸은 그러지 않았거든. 그야말로 훌륭한 중화제였지.”
생명력과 악마의 힘.
두 에너지의 간극을 메운 것이 바로 인간의 육신이었다.
물과 기름을 섞게 만드는 계면 활성제처럼.
인간의 육체는 세계수의 생명력도, 악마의 힘도 받아들일 수 있었으니까.
그 무수한 시행착오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 실험체 서드, 바로 지금의 루이폴트였다.
“그렇게 한다면 악마의 힘을 다룰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인간의 몸에 악마의 힘과 세계수의 생명력이라니. 그렇게만 한다면 인간은 더 위대한 존재로 진화할 수 있었으니까. 어떠한 육체적 결함도, 불치병도 겪지 않는…… 완벽한 몸으로.”
힘없이 중얼거리던 안드레이의 표정은 과거의 무언가를 떠올린 듯 살짝 먹먹하게 젖어 있었다.
악마의 힘 일부를 빼앗겼기 때문일까.
우수에 찬 그의 눈동자는 전보다 한층 맑아져 있었다.
“하지만 저 모습을 보면 오히려 반대였나 보군. 우리가 다룰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악마의 힘이, 사실 우리를 다루고 있던 거였다니.”
“그 말은 즉, 지금 악마의 힘이 통제되지 않고 날뛰고 있다 이겁니까?”
“날뛰는 것이 아니야. 오히려 의지를 품고서 움직이는 거지.”
“그게 무슨…….”
콰아아아!
루드거가 뭐라 따지려는 순간, 루이폴트가 자신을 억누르는 힘을 완전히 떨쳐 내는 데 성공했다.
강렬한 마력이 방출되며 눈을 제대로 뜨기 힘든 폭풍이 몰아쳤다.
어느덧 안드레이는 4개의 팔과 머리 위에는 뿔까지 자라나 있었다.
마치 새까만 심해 속에 잠긴 것처럼 전신을 차갑고 거대한 무언가가 짓누르는 기분이 들었다.
악마화가 완전히 끝난 루이폴트가 한 손을 들어 올려 세계수의 밑동을 향했다.
그러자 세계수로부터 변화가 일어났다.
뿌리 안쪽을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처럼, 꿈틀거리며 이동한 것이 한 장소에 모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안드레이도 마찬가지였다.
“커헉! 쿨럭!”
안드레이가 눈을 부릅뜨더니 검은 피를 토해 냈다.
너무나도 많은 양에 전신의 수분이 다 빠져나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
실제로 안드레이의 피부가 푸석해졌고, 뺨도 홀쭉해졌다.
안드레이는 자신의 몸 상태를 보며 크게 당황했다.
“이, 이게 무슨.”
동시에 세계수의 뿌리 아래가 부욱 부풀어 올랐다.
루드거는 눈이 종기처럼 부풀어 오른 형상을 눈에 담았다.
‘저건…….’
처음 이 지하 시설에 들어왔을 때, 세계수 뿌리의 끝부분에 사람 형상의 무언가가 튀어나와 있었다.
그것과 비슷하지만, 훨씬 더 강하고 거대한 무언가가 지금 뿌리를 뚫고 튀어나오려 하고 있었다.
푸화악!
이윽고 부풀어 오른 세계수의 한쪽 뿌리가 폭발하며 검은 액체가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검은 액체는 루이폴트를 집어삼키듯 떨어졌다.
‘세계수 안쪽에 갇혀 있던 것이 악마의 힘이라면.’
지금 분출되는 저 검은 액체는.
그리고 그것을 완전히 뒤집어쓴 루이폴트는 지금…….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루드거는 머리가 지끈 아파 왔다.
조금 전 보았던 웃는 얼굴의 검은 그림자.
녀석이 무엇인지 알아 버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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