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A - 310화 악마 바사라 (1)
◈ 310화 악마 바사라 (1)
폭포수처럼 쏟아지던 검은 액체가 서서히 가늘어지더니 멈췄다.
내용물을 남김없이 쥐어짜 내기라도 한 듯 죽어 버린 세계수에서는 더는 아무것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또옥.
세계수의 구멍을 통해 마지막 한 방울이 툭 떨어졌다.
바닥에 쏟아진 검은 액체는 커다란 웅덩이를 이루었다.
그 웅덩이 위에 한 뼘의 거리를 두고 한 존재가 떠 있었다.
칠흑과도 같은 새까만 어둠으로 물든 전신. 붉은색 선들이 몸 곳곳에 문신처럼 그어져 있었다.
팔은 4개였고, 등 뒤로는 박쥐의 피막을 펼친 것 같은 새까만 날개까지 달려 있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머리 위에 자라난 두 개의 검은 뿔.
녀석을 본 루드거가 속으로 탄식을 흘렸다.
‘돌아 버리겠군. 이젠 악마의 힘을 빌린 해방군 간부도 아니고, 진짜 악마냐?’
완전히 악마화를 끝낸 루이폴트.
아니, 루이폴트의 육체를 차지한 악마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아아, 좋구나.”
음산하고 음울하고, 동시에 듣기 좋으며 고혹적이기까지 한 목소리.
상반되는 감정을 동시에 느끼게 만드는 기이한 목소리는 정신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 목소리에서는 더 이상 루이폴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길고도 길었다. 저 지긋지긋한 생명수의 안에서 발버둥 치던 차에 마침내 빠져나올 수 있게 됐어. 감사를 표하지 않을 수가 없구나.”
악마는 그렇게 말하며 안드레이를 향해 씨익 웃어 보였다.
진심으로 고맙다는 듯이.
악마는 대부분 힘을 빼앗겨 당황하는 안드레이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악마는 루드거를 바라봤다.
“흠. 그대로군. 조금 전부터 시종일관 불편한 기운을 계속 내뿜고 있던 자가.”
루드거는 함부로 대답하지 않았다.
정신을 뒤흔드는 힘을 지닌 악마가, 대화를 빌미로 무슨 심계를 꾸미고 있을지 몰랐기 때문이다.
“경계하고 있는 거로군.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이 몸의 원래 주인인 루이폴트와 다르게 나는 그대와 싸울 생각이 없으니까.”
“……싸울 생각이 없다?”
침묵으로 응수하려던 루드거는 그렇게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악마라는 녀석치고는 말하는 것이 매우 정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전부 죽이겠다고 미쳐 날뛰던 루이폴트가 훨씬 더 악마 같았다.
“그대는 상당히 거대한 힘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막 부활한 나로서는 굳이 상대할 필요가 없다는 거지.”
“생각보다 말을 잘하는군. 겉모습은 흉해 보이는데 말이야.”
“나는 태초부터 이 모습으로 존재해 왔다. 그걸 두고 흉하다고 하는 것은 조금 너무한 말이 아닌가 싶군.”
뭐지.
루드거는 악마와 대화를 하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뭔가 문헌에 적힌 악마와 다르게 너무 정상적이지 않은가.
이쪽의 도발 어린 말에도 분노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답을 하다니.
“애초에 내가 왜 그대와 싸워야 하지?”
“부활을 위해 인간을 이용하지 않았나.”
“원래 내 힘을 이용하려고 한 것은 인간들이다. 그러니 나는 힘을 빌려준 대신, 저 감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약간의 대가를 받았을 뿐. 이 모든 참상은 결국 인간이 일으킨 것이 아닌가.”
그것도 그랬다.
하지만 루드거는 마지막까지 경계심을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언제 갑자기 녀석의 태도가 일변해서 달려들지 몰랐으니까.
다만 오랜 세월을 통한 경험으로 미루어 보건대, 지금 눈앞의 악마는 정말로 이쪽에게 해코지할 마음이 없어 보였다.
‘당연히 지녀야 할 적의나 악의가 느껴지지 않아.’
루드거도 실제로 악마를 만나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렇다면 문헌이 일부러 악랄하게 거짓된 내용을 기재하기라도 했던 걸까.
‘기록한 자들이 루멘시스 교단임을 생각하면 마냥 아니라고 할 수도 없겠군.’
하지만 루드거는 마지막까지도 긴장의 끈을 쉬이 놓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제 어쩔 생각이지?”
“흐음. 원래 이렇게 갑자기 밖으로 나오게 될 경우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예전부터 내게 주어진 사명이 있으니 그걸 완수해야겠지.”
“사명?”
“그렇다. 나와 같은 ‘사도’들은 모두 저마다의 사명이 있지. 물론 그 사명을 따르지 않는 녀석들도 있지만, 나는 따르는 주의라서 말이야.”
악마는 그렇게 말하더니 한 손을 들어 올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케이시를 검지로 겨누었다.
무언가 있다는 것을 가리킬 때 취하는 너무나도 단순한 손동작.
부드럽게 말하면서 취하는 그 행동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다.
직후.
손가락 끝에서 쏘아진 검은 마력이 케이시를 집어삼켰다.
마력은 약 직경 2m 크기의 검은 구체로 변하고는 이윽고 한 점으로 수축하듯 사라졌다.
구체가 사라진 자리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지면마저도 동그랗게 움푹 파여 예리한 곡면을 드러냈다.
그 광경에 안드레이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단순한 동작으로 펼친 공격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위력이었다.
반대로 악마는 의아해했다.
“흠?”
악마의 고개가 돌아가 루드거를 향했다.
그는 조금 전까지 쓰러져 있던 케이시 셀모어를 품에 안고 있었다.
악마의 시선이 크레이터와 루드거를 번갈아 살폈다.
“방금 뭘 한 거지?”
“그건 내가 묻고 싶군.”
케이시를 얌전히 바닥에 눕히는 루드거의 목소리에 노기가 서렸다.
“싸우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나?”
“그래. 싸우지 않는다 했지.”
“그런데 왜 갑자기 기절한 사람을 죽이려 한 거지?”
“흠?”
악마는 루드거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고개를 옆으로 틀었다가, 이윽고 손뼉을 짝 하고 쳤다.
“아, 그런 거였군. 그 말대로다. 나는 싸움을 할 생각이 없어. 특히 그대와는 더더욱.”
“……그런데 내 동료를 죽이려 했다?”
“그게 잘못인가?”
루드거는 악마의 말에 무언가 이상한 걸 깨닫고 말았다.
싸우지 않겠다고 하면서 케이시를 죽이려 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자신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반응이었다.
“……그런가.”
루드거는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눈앞의 저 악마가 내뱉은 모든 것은 정말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다.
상대를 향한 적의는 티끌조차 없다.
그것을 넘어 감정조차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케이시를 죽이려 했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저 길가의 벌레를 밟아 죽이듯이.
그것이 그의 사명이었기 때문이다.
“악마와 잠시라도 대화가 통하리라 생각한 내가 멍청했군.”
“흠. 그대의 반응을 보면 이쪽을 향한 강렬한 적개심을 보이는데, 나는 전혀 이해할 수가 없군. 그쪽도 나와 싸우면 좋지 않다는 걸 알지 않나?”
“그렇다면 나더러 네놈이 여기 사람들을 전부 죽이는 걸 지켜보라 이건가?”
“그러면 안 되나?”
콰아아아!
악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불기둥이 악마의 발아래에서 치솟아 올랐다.
한차례 열풍이 휘몰아치고 불길이 사그라지자 여전히 멀쩡하게 공중에 떠 있는 악마의 모습이 보였다.
“이해할 수가 없군.”
그는 여전히 루드거의 행동거지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표정이었다.
루드거가 그런 악마를 향해 엄숙하게 고했다.
“여전히 모르겠다는 얼굴이군. 그러면 평생 모른 채로 죽어라.”
“그거참 애석한 일이로군.”
악마는 진심으로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이쪽은 싸울 생각은 추호도 없었건만.
“싸우기 전에 한 가지만 묻지. 조금 전 어떻게 내 공격에서 그 인간을 지켜 낸 거지? 분명 움직일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는데 말이지.”
루드거는 그 모습이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 와중에 궁금한 걸 물어본다고?
하지만 루드거는 당연히 대답해 줄 생각이 없었다.
그 확고한 의지를 느낀 것인지 악마는 흠 하고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말해 줄 생각은 없다 이건가. 조금 특이하군. 일순간이지만 그대의 위치가 약간 바뀌었으니까. 그 찰나의 순간에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할 텐데.”
흐릿하게나마 본 광경을 다시 떠올리던 악마는 이윽고 별 상관없는지 고개를 주억거렸다.
“한번 확인해 볼 필요가 있겠어. 어디 이것도 지켜 낼 수 있는지 볼까?”
악마는 그렇게 말하며 4개의 팔을 활짝 펼쳤다.
악마의 주위로 새까만 눈송이 같은 것이 생성되었다.
눈송이는 천천히 허공을 부유하더니 각기 목적을 가지고서 쓰러진 사람들을 향해 내려앉았다.
검은 눈송이가 몸에 닿기 직전, 루드거가 움직였다.
그의 몸이 삽시간에 검은 그림자로 뒤덮였다.
새까만 망토가 펄럭였고, 얼굴에 까마귀의 가면이 드리워졌다.
그리고 대량의 마력을 사용해 마법을 삽시간에 짜 올렸다.
스륵.
기절한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그림자에 집어삼켜졌다.
이윽고 그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눈송이로부터 멀리 떨어진 장소였다.
그림자를 통한 공간 마법이었다.
목적지를 잃은 눈송이는 맨바닥에 닿아 폭발적으로 확산했다.
바람을 넣은 풍선처럼 팽창한 구체가 주변 공간을 집어삼켰다.
조금 전과 같이 눈송이가 닿은 장소가 깔끔하게 분해되어 사라져 있었다.
악마는 자신이 아무도 죽이지 못했다는 사실에 분노하지 않았다.
오히려 흥미가 가득한 시선으로 루드거를 응시했다.
“그림자를 통해 공간을 이동시키는 마법이라니. 요즘 시대의 마법사들은 그런 것도 가능한가? 하지만 이 육체의 기억 속에 그런 마법은 존재하지 않는 거로 아는데.”
루드거는 대답하는 대신 벨라루나에게 다가가 그녀의 옆구리에 채워진 파우치를 뒤적였다.
파우치 안에 담긴 실험체 샘플 살덩어리들에 살짝 멈칫했지만, 이윽고 원하는 것을 꺼낼 수 있었다.
그것은 곱게 접은 종이였다.
종이를 펼치자 안쪽에는 말린 약초가 들어 있었다.
루드거는 말린 약초를 파이프 담배 안에 채워 넣으며 꾹꾹 눌렀다.
악마는 루드거가 하는 행동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루드거가 검지 끝에서 라이터와 같은 불을 일으킨 뒤 그것을 파이프에 붙였다.
까마귀 가면 아래로 파이프를 문 루드거가 곧 연기를 뻐끔 내뱉었다.
다만, 이번에는 나오는 연기는 하얀색이 아니었다.
오히려 보기만 해도 위험하다고 느껴지는 보라색이었다.
이전에 콰지모도를 상대할 때 빨았던 약초보다 훨씬 더 강화시킨 물건.
루드거가 벨라루나에게 만들어 달라고 특별 주문을 한 독초였다.
그리고 그 효과는.
이전에 사용했던 것의 10배 이상.
루드거의 몸 주위로 푸른 마력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마력의 안개는 기존의 안개에 더해져 그 크기를 더욱 키워 나갔다.
더.
더 많은 마력이 필요했다.
상대가 문헌 속의 악마라면, 고작 이 정도로는 상대하기 힘들다.
신의 힘? 그것은 정말 최후의 최후다.
신의 힘은 자칫 잘못 사용하면 여파가 크기에 최대한 자중해야 했다.
그렇기에 당장에 사용할 수 있는 최선을 위해서는 비축된 마력을 최대치로 늘릴 필요가 있었다.
“아, 안 돼.”
케이시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 * *
케이시는 무한한 어둠 속에서 추락했다.
정신의 무저갱 아래로 끝없이 추락하는 과정.
아이러니하게도 그 감각이 케이시에게 한 기억을 불러일으켰다.
-수고했다.
폭포수 아래로 몸을 던져 가며 추락하는 자신을 향해 그렇게 중얼거리던 남자의 모습.
그것을 떠올리는 순간, 케이시는 제정신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래.
그 남자가 자신을 질책할 리가 없다.
누구도 구하지 못했다고 비난할 리가 없었다.
왜냐면 그는.
그 모든 슬픔과 괴로움마저도 혼자서 떠안을 사람이었으니까.
지키지 못한 것도, 이루지 못한 것도.
그 남자에게는 모든 괴로움은 결국 자신의 불찰이자 모자람이었으니까.
그럼에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았기에 끝까지 쫓아가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고작 이런 거짓된 환상에서 무너질 수 없었다.
케이시는 감았던 눈을 뜨며, 거짓된 세계를 제대로 마주 보았다.
콰직!
검은 세상에 새하얀 금이 가더니 깨진 유리처럼 산산 조각났다.
그리고 케이시는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 * *
루드거는 케이시를 보며 의외라는 눈빛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몸 상태를 꼼꼼히 살피는 것은 잊지 않았다.
정신을 차렸다고는 하지만 케이시의 상태는 썩 좋지 않았다.
정신적 충격이 워낙 컸던 것인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말 그대로 눈만 뜬 것에 지나지 않았다.
“나, 나도 싸워야…….”
그럼에도 케이시는 루드거의 바지 자락을 쥐고서 필사적으로 중얼거렸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자신도 함께 싸우겠다고.
루드거는 간절하게 올려다보는 푸른 눈동자를 가만히 응시했다.
“나, 나도…….”
당신과 함께.
그렇게 말하려던 케이시는 뒷말을 끝맺지 못했다.
루드거가 몸을 숙이며 케이시의 입술에 검지를 가져다 댔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자신의 바지를 쥔 케이시의 손을 떼어 냈다.
케이시는 눈을 크게 떴다.
루드거가 보여 준 일련의 행동은 평소와 달랐다.
이쪽을 노골적으로 무시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매몰차지도 않았다.
오히려 가느다란 유리 세공품을 만지듯 조심스러웠고.
또 배려해 주듯 부드러웠다.
“아.”
루드거의 검지가 입술에서 멀어지자 케이시는 안타까움이 가득한 탄성을 흘렸다.
지금 루드거의 행동에서,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잘 알았기 때문이다.
“쉬어라.”
루드거는 그렇게 말하며 그림자를 일으켰다.
케이시를 비롯해 기절한 사람들의 몸이 그림자에 의해 고치처럼 둘러싸였다.
그리고 그 고치는 그대로 그림자에 잠기며 공동에서 벗어난, 아주 멀리 떨어진 안전한 장소로 이동했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공간 마법으로 옮기는 행위는 막대한 마력을 잡아먹는다.
하물며 그 거리가 이 공동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라면 말할 필요도 없다.
거리에 따라 소모되는 마력은 급격히 늘어나니까.
그럼에도 루드거의 주위에 일렁이는 푸른 마력은 전과 다르게 크기가 준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루드거가 입에 문 파이프에서 내뱉는 보랏빛 연기마저 집어삼키며, 전보다 더 거대해졌다.
마치 거대한 생명체의 탄생을 지켜보는 것 같았다.
그 광경에 악마는 이유 모를 오한을 느꼈다.
‘이건 가만히 지켜만 보면 내가 위험하겠어.’
이대로 두면 안 된다는 본능적인 판단.
악마는 곧바로 루드거를 향해 정신파를 쏘았다.
루이폴트가 사용했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거대한 파도가 루드거의 정신을 좀먹듯 파고들었다.
그러나 루드거는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비틀거리는 일도 없이, 오히려 가당치도 않다는 듯 악마를 잔잔한 시선으로 응시했다.
“……어떻게?”
악마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렇게 물었다.
루드거의 정신은 이전보다 훨씬 더 견고해져 있었다.
게다가 루드거의 주위에 일렁이는 기분 나쁜 힘.
그것은 신성력과 비슷하지만 조금 달랐다.
분명 다루는 것은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마나가 맞았지만, 일반적인 마나와 다르게 묘한 성질을 품고 있었다.
악마는 루이폴트의 몸을 짓눌렀던 루드거의 힘을 떠올렸다.
“술식도 영창도 없이 펼치던 마법이로군. 하지만 이번엔 수인조차 없어. 어떻게 그걸 사용할 수 있는 거지? 그게 대체 왜 발동하는 거고?”
악마로서의 기억과 루이폴트의 육체에 담긴 기억까지.
그 모든 걸 다 뒤져 봐도 루드거가 보여 주는 모습은 이해하기 힘든 것이었다.
“애초에 그건, 마법이 맞긴 한 건가?”
악마의 질문에 처음으로 루드거가 반응을 보였다.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이것이 마법이 맞다고 시인한 것이다.
그 행동이 악마의 의문을 더욱 부추겼다.
“대체 어떻게 그런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거지?”
“믿음.”
흔들림 따윈 없는 루드거의 목소리에 악마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믿음? 고작 그런 거로 그 정도의 힘을 사용한다고?”
“그렇다면 반대로 묻지. 왜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지?”
도리어 묻는 루드거의 말에 악마는 말문을 잃었다.
오히려 저쪽에서 왜 못하냐고 물으니 마땅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당연히 안 되는 걸 왜 안 되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해야 한단 말인가.
“대답하지 못하는군. 문헌 속의 악마라는 존재도 결국 이것뿐이었나.”
“말해 두겠지만, 나는 악마가 아니라 바사라라는 이름이 있다. 그리고 사도인 우리를 멋대로 악마라 부르는 것은 너희 인간들이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루드거는 목소리에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존재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마법이 존재했다.
불가능하다 생각했던 일이 가능했다.
그렇다면 더한 것도 가능한 것이 아닌가.
마법의 존재를 경험했다.
신비의 힘을 목도했다.
그것은 이 세상에 살아가는 사람도 마땅히 느끼는 것이었다.
하지만 루드거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술식도 영창도 수인도 필요 없는.
오직 자신의 믿음과 신념만으로 펼치는 마법이 가능할 거라고.
왜냐하면 마법이란 그런 것이니까.
현실의 법칙을 비트는 기적이니까.
마법의 경험.
신비의 목도.
거기서 더 나아간, 하나의 문장.
“기적을 향한 믿음.”
아이러니하게도.
루드거는 마법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살았기 때문에.
오히려 마법을 당연시하게 받아들이는 이 세상 사람들보다 더 나아간 사고를 할 수 있었다.
“오라. 악마여.”
공식만으로는 계산되지 않는 진정한 신비.
루드거가 펼치는 진짜 마법은 그의 믿음이자.
마법의 무궁무진함을 향한 경외 어린 신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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