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A - 313화 부정의 길 (2)

 ◈ 313화 부정의 길 (2)




“그렇다 해도 전 악마의 힘에 손을 댈 정도로 망가지지 않았습니다.”




루드거의 날카로운 지적을 안드레이는 겸허히 받아들였다.




그라고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모르지 않았으니까.




“악마의 힘이 위험하다는 건 알고 있다. 그걸 사용한 시점에서, 나는 너와 다르다는 것도. 하지만 내게도, 그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악마의 힘에 조종을 당해서입니까?”




“아니.”




안드레이는 단호하게 답했다.




“악마는 자신이 힘을 빌려준 대가로 육체를 얻기 위해 수작질을 부린다고 했지만, 나는 그 말이 틀리다 생각한다. 왜냐면 그 힘을 다루고자 한 것은 온전히 나의 의지였으니까. 이 모든 선택은, 전부 내가 내린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유가 무엇입니까?”




루드거는 분명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안드레이가 탐욕에 미쳐 인체 실험을 하며 망가졌다고 말하지만, 대화를 나눠 보는 것만으로도 루드거는 알 수 있었다.




안드레이는 지극히 제정신이라고.




그는 미치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그의 눈빛은 깊은 바다처럼 맑고 깊었다.




서드의 성공을 앞뒀을 때는 악마의 힘 때문에 감정적이기는 했지만, 그 힘을 소실한 지금은 나이와 위계에 어울리는 마법사의 모습 그 자체였다.




“한 아비가 자기 자식을 살리기 위해 나를 찾아왔었네.”




안드레이는 자신이 과거에 겪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의 나는 정체를 감추며 빈민가 사람들을 치료해 주던 중이었네. 이유야 별거 없어. 그저 내가 제조할 약물을 검증하고 싶었을 뿐이거든. 적당히 이용하려는 거였지. 그러던 차에 그가 나에게 왔네. 자식을 데리고서.”




그날의 일을 떠올린 안드레이는 재미있다는 듯 입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그의 눈동자는 침울하게 가라앉았다.




“놀랍게도 그는 극렬한 루멘시스교 추종자였네. 흑마법사를 경멸하고 배척해야 하는 사명을 지닌 자였단 말이야. 그런 그가 흑마법사인 나를 찾아왔지. 세상에 이런 웃긴 일이 있겠는가.”




안드레이는 마른기침을 흘렸다.




“그런데 더 웃긴 일이 무엇인지 아나? 데려온 아이는 이미 죽어 있었다는 거네. 그 온기는 채 식지 않았어.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았던 거지. 그때 아비가 말하더군. 부디 아이를 살려 달라고 말이야.”




“…….”




“나는 물었지. 아이는 죽었다고. 어째서 죽은 아이를 살려 달라고 하는 거냐고. 그러니까 아비가 그러더군. 흑마법사라면 시체를 살릴 수 있지 않냐고.”




그 어처구니없는 말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는지 안드레이가 클클 웃었다.




“나는 원래 마법사였으며, 흑마법사들도 분파가 갈린다는 걸 말하려 했지만 소용없다는 걸 알았지. 말해 줘도 모를 테니까. 그 대신 나는 다른 걸 물었네. 아이가 아팠으면서 왜 병을 치료할 생각을 하지 않았느냐고 말이야. 아이가 죽은 것은 정말 별거 아닌 열병 때문이었거든. 정말 간단한 해열제 하나만 사서 먹였어도 아이는 살 수 있었지.”




안드레이가 왜 그랬냐고 따지듯 물었고, 아비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




“신에게 기도하면 이뤄 주리라 생각했다더군.”




“…….”




“웃기지도 않은 일이야. 인간의 병을 어찌 신에 대한 기도 따위로 치료한다는 말인가. 하지만 더 어처구니가 없는 건, 그는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있었다는 거네. 자식의 숨이 끊어지기 바로 그 직전까지도! 그런데 정작 그 아이는 결국, 신에게 기도하던 아비의 바람과 다르게 죽고 말았지.”




신의 이름 때문에 살 수 있음에도 살지 못하고.




살릴 수 있음에도 살리지 못한다.




정말이지, 지독할 정도로 불쾌한 희극이었다.




“그 신의 이름으로 루멘시스교는 생체 실험을 박해했지. 살아 있는 사람의 대상도 아니고, 단지 시체를 활용할 뿐이었는데 말이야. 생체 실험을 옹호하려는 것은 아니네. 다만, 발전을 위해서는 때론 부정한 길도 필요하다는 거야. 지키지 못하면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소중한 것을 잃고 난 뒤에 깨달으면 뭐든 늦고 마는 것인데.”




“…….”




“사람들이 뭘 알겠는가. 배운 것도 없으니 그저 남들이 하는 대로, 시키는 대로 보고 따라 할 수밖에. 지성과 과학이 발전한 지금 시대에도 마찬가지야.”




흐릿한 안드레이의 눈동자에는 헤아릴 수 없는 지혜가 담긴 채 루드거를 품었다.




“그래서 나는 신을 증오하네. 병을 치유하는 것은 사제의 축복이 아니라 약과 항생제지. 병자를 치유하는 것은 신의 은총이 아니라 의학과 수술이야. 불치병도 마찬가지네. 연구를 하면 그것은 더 이상 불치(不治)가 아니게 되지.”




그렇게 말하는 안드레이의 목소리에는 뜨거운 열기가 가득했다.




“사람을 살리는 것은 사람이어야 해. 그 누구도 신의 이름으로 사람을 살리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되는 거야.”




그래서였다.




신의 이름을 증오하며 악마의 힘을 다루고자 한 것은.




그들에게 틀렸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




모두가 그토록 혐오하는 악마의 힘으로, 인류의 발전 가능성을 열어 주고 싶었다.




안드레이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맺혔다.




“하지만 결국엔 실패했지. 그 결과가 바로 지금이고.”




자신의 행동이 아집에 휩싸인 자의 만행이라는 것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픈 사람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면 그거로도 족하다고 생각했다.




“너는 나와 비슷하다. 아니 오히려 나보다 더하겠지. 그 나이에 그런 힘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겪어야 했을까. 나로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어.”




안드레이는 루드거의 눈동자를 통해 그를 들여다보고자 했다.




하지만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가 보여 준 믿기지 않는 마법처럼 그의 감정도, 정체도, 기억도, 전부 미지 그 자체였다.




그렇기에.




자신의 모든 결과물을 넘겨주기에 가장 적합했다.




“네가 가야 할 그 길에 이것은 나름 쓸모가 있을 거다.”




안드레이는 자신의 평생 연구 자료가 이 자리에서 사라져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루드거에게 자료를 넘기려는 것은 어떻게든 흔적을 남기기 위한 발악이 아니었다.




이유는 오직 하나.




자신과 같은 길을 걷는 사람에게, 먼저 간 사람으로서 줄 수 있는 작은 선물이 이것뿐이었기 때문이다.




루드거는 손을 뻗어 안드레이의 손바닥 위에 떠오른 술식에 가져다 댔다.




새하얀 코드어로 적힌 마력의 술식이 루드거의 팔을 통해 몸으로 스며들었다.




안드레이는 그 과정을 모두 지켜보았다.




그것이 자신의 마지막 의무라는 듯이.




술식의 전달이 끝나는 것을 확인한 안드레이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뒤 루드거를 또렷이 응시했다.




그 눈동자는 단순히 루드거를 바라만 보는 것이 아니었다.




안드레이는 루드거를 통해,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어리석었던 옛날의 자신을.




“너는 실패하지 마라.”




그 말을 끝으로 안드레이의 남은 생명의 불길은 모두 꺼졌다.




안드레이는 꺼져 가는 의식 속에서 생각했다.




사람이 죽는다면, 그 순간에는 시야가 암전되듯 새까맣게 변한다고 들었다.




죽음 이후에 맞이하는 것이 어둠이라니.




참 자신의 최후에 어울리는 결말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안드레이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저 하얗기만 했다.




대체 무엇일까. 죽어 가면서 보는 마지막 환각이라도 되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새하얀 세상 속에서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다.




-아.




안드레이는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이 그 사람을 향해 걸어갔다.




처음에는 비틀거리던 걸음걸이가 어느덧 빨라지고.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전력 질주까지 하며.




안드레이는 이윽고 아이를 와락 껴안았다.




-미안하다.




안드레이는 아이처럼 울었다.




-아이야. 지켜 주지 못해서 정말로 미안해.




하나뿐인 딸아이는 괜찮다며 안드레이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그리곤 손가락을 들어 한쪽을 가리켰다.




그곳에 먼저 떠난 아내가 있었다.




안드레이가 그녀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렇구나. 계속 기다리고 있었구나.




딸아이가 안드레이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안드레이는 그 손길에 이끌려 걷다가 문득 자리에 멈춰서며 뒤를 돌아보았다.




딸이 물었다. 왜 그러냐고.




안드레이는 이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젓고는 다시금 앞을 보고 걸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란다.




그렇게 안드레이는 가족과 재회했다.




세 사람은 새하얀 세상 속에 서서히 녹아들듯 사라졌다.




툭.




내밀었던 팔이 힘없이 떨어지고 안드레이의 고개가 푹 숙여졌다.




주름이 가득해 푸석해진 안드레이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맺혀 있었다.




루드거는 안드레이가 죽기 전에 대체 무엇을 보았는지 모른다.




자신의 모든 것을 털어놓고 떠나간 것에 대한 자기만족일까.




아니면 어떻게든 연구 자료를 남겼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일까.




그것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안드레이의 미소를 보면, 마치 인간으로서의 그 영혼이 진실로 구원받은 듯한.




‘구원인가.’




루드거는 안드레이를 향해 가볍게 묵념을 한 뒤 주변을 둘러보았다.




거대한 공동은 싸움으로 인해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여기저기에 부서진 파편과 잔해, 세계수 뿌리의 흔적들이 가득했다.




‘이렇게 흔적이 과하게 남아서야, 기절한 사람들에게 무슨 핑계를 둘러대야 할지 벌써부터 막막해지는군.’




지금이라도 기절한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같이 기절한 척이라도 할까.




‘마력도 지나치게 소모해서 힘들고.’




루드거는 마력 회복약을 꺼내 입안에 털어 넣었다.




과도한 마력 운용으로 인해 곧 육체에 큰 부담이 다가오리라.




그때를 대비해서 지금이라도 휴식을 취할까 생각하는 그때였다.




스스스스.




오싹한 한기와 함께 거대한 존재감이 부상하는 것이 느껴졌다.




황급히 뒤를 돌아보자 손바닥 형태로 찍힌 크레이터의 중심에 새까만 점이 떠오르는 것이 보였다.




‘설마?’




그 공격을 맞고도 죽지 않았다고?




점은 서서히 커지더니 허공에서 타오르는 검은 불꽃이 되었다.




시꺼먼 불꽃 사이로 타오르는 핏빛 눈동자가 떠올랐다.




[이럴 순 없다! 이럴 순 없어!]




악마가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 외침은 마치 바로 옆에서 소리를 지르는 것처럼 머리에 직접적으로 울렸다.




성대를 통해 내뱉는 말이 아닌, 영혼 자체에 의사를 전달하는 외침.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거품을 물고 기절했을 것이다.




‘빌어먹을. 무슨 바퀴벌레도 아니고, 잡아도 잡아도 끝이 없는 거냐. 원래 악마란 놈들은 다 이렇게 질긴가?’




루드거는 속으로 짜증을 내면서도 몸 상태를 점검해 보았다.




마지막 기술을 쓰면서 대부분의 마력을 소모한 지금, 악마와 싸운다면 질 가능성이 컸다.




‘녀석이 완전히 힘을 회복하기 전에 없앤다.’




하지만 어떻게?




항마(降魔)에 대해서 거의 최고나 다름없는 기술을 사용했음에도 녀석은 죽지 않았다.




대체 무슨 방법으로 녀석을 죽여야 한단 말인가.




그렇게 고민하던 루드거는 악마의 상태가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육체가 재생하지 않는다?’




지금 허공에 떠 있는 녀석은 말 그대로 형상화된 힘이나 다름없었다.




육신 없이, 아직 사라지지 않은 기운만이 모여서 만들어진 영체의 상태.




‘그렇다면 지금 녀석도 마냥 멀쩡한 상태는 아니라는 말이로군.’




이거라면 가능성이 있었다.




루드거가 악마를 경계하며 마법을 발동하려는 순간, 고래고래 외치던 악마의 소리가 뚝 그쳤다.




이윽고 악마의 붉은 눈동자가 루드거를 향했다.




[인간……!]




“루드거 첼리시다.”




[네놈이, 네놈이 결국 전부 망쳤다!]




육체를 소실하고, 영체에도 큰 타격을 입은 악마는 요동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는 전에 볼 수 없는 증오와 분노를 품은 채로 루드거를 노려보았다.




이 영체의 상태로 어떻게든 루드거를 죽일 생각으로.




루드거는 그런 악마의 시선을 피하지 않으면서도 녀석의 상태를 살피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악마의 크기는 어느덧 집채만 하게 부풀어 올랐지만 거기까지였다.




그것이 한계라는 듯 악마의 영체는 더 이상 거대해지지 못했다.




오히려 이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치는지 끝부분부터 서서히 가루처럼 흩어지고 있었다.




녀석은 지금 시한부 상태였다.




육체라는 주어진 틀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아무리 악마라 하더라도 현계에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을 느낀 것은 악마도 마찬가지였다.




악마에게 남은 것은 이제 겨우 형상화한 힘이 전부였다.




그것도 빠르게 소모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완전히 소멸하고 만다.




악마는 루드거와 싸우는 것보다는, 당장에 자신의 힘을 품을 그릇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땅한 그릇이 어디에 있을까.




루이폴트 같은 경우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일반인의 몸은 그의 힘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




루드거와 악마가 서로를 경계하며 눈씨름을 할 때였다.




악마는 불현듯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다.




악마의 시선이 옆으로 확 틀어지자 루드거 또한 순간 거기에 뭔가 있나 싶었다.




하지만 보이는 것은 반파된 공동의 외벽뿐.




그러나 악마는 달랐다.




그는 시선을 느꼈고, 그 안에 담긴 기묘한 힘의 파장을 읽어 냈다.




[아직도 있었구나! 저주스러운 성녀의 잔재가!]




“뭐?”




루드거가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묻기도 전에 악마가 쏜살같이 움직였다.




검은 안개의 형상을 한 악마는 공동의 천장으로 날아가, 싸움으로 인해 생긴 틈새로 들어갔다.




육체를 벗어던졌기 때문에 가능한 움직임이었다.




루드거는 갑작스러운 악마의 움직임에 미처 대응하지 못했다.




“이런 제길.”




끽해 봐야 공동과 연결된 다른 통로로 빠져나갈 줄 알았는데, 설마 천장에 새겨진 틈 사이로 도망치다니?




게다가 방향을 보면 녀석은 지상으로 향한 것이 분명했다.




‘남은 마력은…….’




루드거는 잔존 마력을 계산했다.




악마가 대체 무엇을 본 건지는 모르겠지만, 녀석은 분명 제 입으로 성녀의 잔재라 외쳤다.




성녀.




악마.




그리고 판정안.




루드거의 뇌리에 빠른 속도로 연관된 단어들이 떠올랐다가 종국에 한 소녀의 얼굴이 나타났다.




까득.




루드거는 잴 것도 없이 마력 회복약을 모조리 입에 털어 넣은 뒤 공간 마법을 발동했다.




그의 신형이 그림자에 뒤덮이며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 * *




저 멀리 드발크 황성의 입구가 보이는 대로변.




리네는 계속 달리다 말고 자리에 멈춰서 지면을 응시했다.




“리네?”




에렌디르가 왜 멈추냐고 물으려는 순간 리네가 사색이 되어 외쳤다.




“모두 피해요!”




그러나 그 경고는 너무 늦었다.




땅 아래에서 거센 진동이 울려 퍼지더니 지면에 가뭄이 온 것처럼 금이 가기 시작했다.




“어, 어어? 대체 뭐야?”




“갑자기 왜…….”




학생들과 그런 학생들은 인도하던 위병과 기사들은 당황했다.




푸화학!




갈라진 틈새를 통해 검은 연기가 용암처럼 분출했다.




새까만 안개는 허공에 떠오르며 거대한 붉은 눈동자로 수도를 한눈에 내려다보았다.




[어디냐!]




그 외침이 울려 퍼지는 순간, 목격자들은 자리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정신을 뒤흔드는 거대한 울림은 감히 저항할 수 없는 힘을 지녔다.




조급해진 악마는 눈동자를 굴리다가 마침내 발견했다.




자신을 믿기지 않는 눈으로 응시하는, 별빛이 가득 담긴 눈동자를.




[거기 있었구나.]




악마는 붉은 눈을 샐쭉 휘었다.




검은 안개가 소용돌이처럼 변하더니 리네를 향해 달려들었다.




리네는 다리가 얼어붙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검은 소용돌이가 리네의 몸을 집어삼키려는 순간이었다.




푸른 번개의 속성을 머금은 방패가 검은 안개를 막아 세웠다.




흩날리는 남청색 머리카락과 익숙한 뒷모습을 본 리네는 눈을 크게 떴다.




“플로라, 선배?”




플로라 루모스. 그녀가 나서서 리네를 지켜 준 것이었다.




어째서 그녀가?




아니.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플로라의 마법조차도 악마의 힘 앞에서는 오래 버티지 못했다.




악마는 방벽을 깨부수고 다시금 리네를 노리고자 했다.




그때 플로라가 방어 마법을 유지하며 한 손으로 가볍게 술식을 그었다.




이윽고 일어난 부드러운 바람이 리네를 뒤로 날려 버렸다.




아.




리네는 플로라에게 뭐라 말하려고 했지만, 그보다 플로라가 리네를 돌아보며 입을 여는 것이 먼저였다.




“이걸로 빚은 갚은 거야.”




직후 마력의 장벽이 부서지며 검은 안개가 플로라를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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