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A - 328화 우정의 평행선 (2)

 ◈ 328화 우정의 평행선 (2)




세디나는 줄리아의 앞에서 머뭇거렸다.




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망설이는 세디나를 향해 줄리아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답해 줘. 대체 왜 그날, 약속을 지키지 않은 거야?”




“…….”




세디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날의 약속이라면 세디나도 기억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 세디나와 줄리아는 서로 절친한 친구였다.




마법에 재능이 뛰어났던 줄리아는 로쉔 가문의 후원을 받던 학생 중 하나였다.




그러다 보니 줄리아는 로쉔 가문에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곳에서 유일한 또래인 세디나와 가까워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줄리아는 당시에도 감히 비교할 자가 없다고 언급될 정도로 뛰어난 영재였다.




어른들이 입을 모아 칭찬했으며 그녀의 재능을 높이 샀다.




그렇기에 줄리아는 또래 아이들을 시시하게 여겼다.




하지만 세디나는 달랐다.




세디나는 어딘가 신기한 아이였다.




잘 웃고 밝으며, 어딘가 자연스럽게 이끌리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었다.




자연과 함께 노니는 그녀의 모습을 볼 때면, 마치 동화 속의 요정을 마주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거만했던 줄리아는 세디나에게 자연스럽게 빠져들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절친한 친구가 되었고, 진심으로 즐겁게 어울려 지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세디나의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부터였다.




어머니를 잃은 세디나는 바뀌었다.




줄리아와의 만남을 거부하고, 혼자가 되는 것을 택했다.




누구와의 만남도 거부하고, 세디나는 홀로 방 안에 틀어박혔다.




줄리아는 큰 충격을 받았다.




세디나가 가문의 누구도 만나지 않는다는 것은, 사용인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래도 친구인 자신만큼은 만나 주리라 여겼는데, 세디나는 그마저도 거부했다.




줄리아는 그런 세디나의 행동에 큰 배신감을 느꼈다.




그게 누구였더라도 그런 일을 겪는다면 회의감을 느끼며 포기하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줄리아는 포기하지 않았다.




-누구 맘대로 나를 안 만나려 해?




줄리아는 천재라 불렸고, 누구보다도 자아가 강했다.




다른 사람들이 쉽게 포기할 일도, 줄리아는 자존심 때문에라도 절대 포기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세디나는 겁먹은 토끼가 굴 깊은 곳으로 파고들듯 줄리아를 계속 피해 다녔다.




줄리아가 마탑의 몽상학파에 들어가게 됐을 때도 세디나는 줄리아를 찾아오지 않았다.




줄리아는 머리로는 세디나를 이해했다.




가장 믿고 따르던 어머니가 돌아가셨으니, 세상에 혼자 남은 것처럼 느꼈으리라.




친구가 있다고 해도 가족의 빈자리를 채워 줄 수는 없었다.




줄리아도 안다.




세상에 혼자만 있다는 감각은 그녀도 느꼈으니까.




천재는 고독하다.




주위에서는 대단하다고 치켜세우지만, 내면에 차오르는 공허함을 씻을 수가 없다.




그렇기에 줄리아는 자신처럼 특별한 세디나에게 빠져들었던 것이다.




적어도 친구인 자신에게만큼은 솔직하게 말해 줬으면 좋았을 텐데.




도움을 요청했다면 어떻게든 도와줬을 텐데.




세디나는 줄리아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귄 친구였다.




자만심과 확고한 자아로 똘똘 뭉친 천재 소녀에게 첫 친구는 무엇보다도 소중했다.




그만큼 그 친구가 자신을 밀어내려 했을 때 받은 상처는 천재 소녀에게 가혹할 정도로 거대했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것을 붙잡고 있을 만큼.




“대답해 줘.”




“…….”




세디나는 변명의 말조차 꺼내지 못했다.




줄리아에게 죄책감은 오래전부터 느끼고 있었다.




누구보다도 재능 있고 아름다우며, 자신을 신경 써 줬던 친구.




소심하고 겁쟁이인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줄리아는 좋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웃으며 놀던 것은 예전의 일이었다.




세디나는 자신이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세디나는 자신의 가문을 증오했고, 그 일념만으로 검은 여명회에 들어가 온갖 궂은일들을 맡아 왔다.




세상의 어둠을 보았고, 거기에 직접 발을 담갔다.




그녀는 더 이상 순수했던 로쉔의 여식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줄리아를 예전처럼 친구로 대할 수 없었다.




네가 알던 그 아이는 이제 없어.




나는 더 이상 예전의 그 순수했던 세디나가 아니야.




그 말은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마음속에서 공허하게 메아리쳤다.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자신은 여전히 겁쟁이인 채 그대로라서.




그래서 계속 무시하고 도망쳤다.




언젠가 줄리아가 제풀에 지쳐서 떨어져 나가길 바라면서 말이다.




알고 있다. 설명도 하지 않고 도망만 치면서 자신이 바라는 대로 흘러가길 원하다니.




지독히도 이기적인 행동이다.




하지만 줄리아는 포기하지 않았다.




줄리아는 세오른에 들어와서도 세디나에게 다가갈 기회만 엿봤다.




세디나도 눈치가 없는 것은 아니었기에, 그걸 알고 있었다.




알았지만, 무시하며 묵과했다.




차라리 이런 메마른 관계가 낫다고.




이쪽은 그저 무시하기만 하면 그만인 일이었다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대체 왜.”




이쪽을 향해 슬픔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줄리아의 눈동자를 마주한 순간.




세디나는 지금까지 자신이 피해 왔던 과거를 다시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세디나는 무슨 대답을 할지 고민하다가 마음을 단단히 먹으며 입을 열었다.




“왜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학기 초부터 너를 봐 왔어. 물론 그때는 너에게 다가가지 않았지. 네가 나를 피했으니까. 그만큼 너는 상태가 안 좋아 보였고.”




그 말에 세디나는 차마 반박하지 못했다.




그녀는 검은 여명회에 들어와서도 오랫동안 겉돌았다.




조직원들에게 신뢰를 받지 못했으며, 실력을 지녔음에도 배척당하고 경계 받아 왔다.




그럴수록 세디나는 강박증에 걸린 사람처럼 더욱 스스로 채찍질하여 자신을 몰아세웠다.




자신에게는 이제 이것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썩은 동아줄이라 해도 그걸 붙잡고 놓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다시 네가 밝아지는 걸 발견했어. 예전의 너처럼. 아마…… 루드거 첼리시 선생님의 조교로 들어갔을 때부터겠지.”




그랬다.




세디나가 결정적으로 바뀌기 시작한 계기.




그것은 처음에 퍼스트 오더라 생각했던 루드거 첼리시와의 만남 이후였다.




“그게, 왜?”




“분명 루드거 선생님이 너에게 좋은 영향을 준 거겠지. 하지만 세디나, 그거 알아? 루드거 선생님은 위험한 사람이야.”




그 말에 세디나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줄리아가 갑자기 저런 말을 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가 없었다.




설마 루드거 선생님의 정체가 탄로 나기라도 한 걸까?




세디나가 놀라건 말건 줄리아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세디나. 너도 알다시피 나는 꿈 마법을 사용할 줄 알아. 사람의 꿈속에 들어가서, 그 사람의 꿈을 엿보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지.”




“설마, 선생님의 꿈을 엿봤단 말이야?”




“처음에는 그러지 못했어. 루드거 선생님에게는 꿈이 존재하지 않았거든. 꿈꾸지 않는 자. 몽상학파 내에서도 정말 찾아보기 힘든 희귀한 체질이었지.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희미하지만 루드거 선생님의 꿈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




줄리아는 그때를 상기했다.




아주 희미하지만, 루드거에게서 보았던 꿈의 줄기.




루드거가 ‘오더 시노드’를 다녀온 이후로 생긴 꿈 세계와의 미약한 접선을 줄리아가 단번에 잡아챈 것이었다.




같은 몽상학파의 마법사라도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힘들었겠지만.




줄리아의 뛰어난 재능은 그걸 가능케 했다.




“꿈의 흔적은 아주 희미했고 짧았어. 하지만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고, 봤지.”




“그, 그건 나쁜 짓이잖아.”




세디나는 자신이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다.




사람을 죽인 자신이, 타인의 꿈을 맘대로 엿본 걸 가지고 나쁜 짓이라 하다니.




그러나 세디나가 할 수 있는 항변은 이것뿐이었다.




줄리아는 세디나의 말에 굳이 변명하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다른 방법이 없었으니까.




그게 옳지 않은 방법이라는 걸 알아도 세디나를 변하게 만든 루드거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었다.




세디나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고작 일부였을 뿐이지만, 나는 분명 보았어. ……루드거 첼리시 선생님이 살인을 저지르는 걸.”




살인.




그 말에 세디나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세디나에게 루드거가 누굴 죽였다는 말은 그렇게 놀라운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말하는 것도 웃기지만, 그것은 이제 ‘당연하다’라는 경지까지 접어들고 말았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것은, 그 사실을 줄리아가 알아차렸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도 들켜서는 안 되는 비밀을.




‘어, 어떡하지?’




세디나는 고민했다.




줄리아가 마음만 먹는다면, 이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물론 함부로 믿는 사람은 없겠지만.’




루드거가 지금까지 쌓아 온 명성이 얼마인가.




어지간한 인신공격에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견고했다.




하지만 줄리아는 1학년 수석이며 몽상학파 소속의 마탑 유망주다.




그녀가 지닌 발언권이 약하다고 할 수 없었다.




그녀가 만일 소문을 낸다면, 누군가는 그것을 믿을 것이다.




혹은 믿지 않더라도, 루드거를 싫어하고 그를 끌어내리고자 하는 사람들이 부채질하겠지.




안다.




고작 그런 거로 루드거가 위협을 받을 가능성은 없었다.




하지만 세디나는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사실 자체를 용납할 수가 없었다.




‘말려야 해. 하지만 어떻게?’




줄리아를 말릴 수 있는 마땅한 명분이 세디나에게는 없었다.




오히려 억지로 질책했다가는 오히려 줄리아의 의심을 사게 될 것이 분명했다.




세디나는 잠시 고심을 한 끝에 입을 열었다.




“……무슨, 사건이었는데?”




우선은 나는 몰랐다는 태도를 통해 줄리아가 알아낸 사실을 확인할 생각이었다.




그 말에 줄리아는 화색이 되었다.




처음으로 세디나가 자신의 말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루드거 선생님의 수업을 듣는 학생 중 리네라는 아이 알지?”




세디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리네는 세디나도 기억하고 있는 학생이었다.




1학년 중에서 보기 드문 무속성 마력을 지녔으며, 평민임에도 외모가 빼어나 눈에 띄었으니까.




무엇보다 리네는 루드거가 상당히 아끼는 학생이었다.




아니, 어쩌면 모든 학생 중에서 가장 아끼고 있지 않을까.




솔직히 세디나도 조금은 질투심을 느낄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그 리네라는 아이의 이름이 왜 갑자기 나온단 말인가?




그런 세디나의 눈빛을 읽은 것인지 줄리아가 설명을 이었다.




“과거, 리네는 루드거 선생님과 만난 적이 있었어.”




“둘이 만나 적이 있었다고?”




“그래. 아주 먼 과거야. 리네가 아이일 때지. 루드거 선생님이 우리보다 더 어릴 적이고.”




줄리아는 최소 10년은 더 된 과거라고 말했다.




그녀는 그때 자신이 본 그 꿈속의 풍경을 고스란히 입에 담았다.




“그때 루드거 선생님이, 리네의 어머니를 죽였어.”




“……!”




자신도 몰랐던 이야기에 세디나가 눈을 크게 떴다.




동시에 루드거가 왜 리네라는 학생에게 그런 태도를 보였는지 이해가 갔다.




머릿속의 퍼즐 조각이 맞춰졌다.




‘선생님이 그 아이에게 보였던 죄책감은, 이 일 때문이었던 거구나.’




하지만 아직 해소되지 않은 의문이 있었다.




“정작 그 리네라는 애는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는데.”




“그거야 당연하지. 리네의 당시 기억은 누군가에 의해서 봉인됐으니까. 그리고 그 기억을 봉인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명뿐이지.”




루드거 첼리시.




그가 리네의 어머니를 죽이고, 그녀의 기억을 봉인한 것이다.




“그러니까 세디나. 당장 그 사람의 조교를 그만둬. 루드거 선생님은 위험한 사람이야. 자신의 정체를 감춘 살인마라고.”




“그건…….”




“네가 거짓말이라 생각해도 이해해. 하지만 나는 진심이야. 다 너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란 말이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직도 너를 친구라 생각하고 있어.”




“…….”




줄리아의 진심은 세디나에게도 충분히 전해졌다.




세디나도 마찬가지였다. 줄리아를 정말 좋은 친구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말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지난 몇 년 동안 무슨 짓을 벌였는지.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줄리아에게 경멸을 받을까 우려하는. 그런 이기적인 생각은 아니었다.




오히려 줄리아가 알게 된다면, 그녀는 두 팔 걷고 나서서 세디나를 도와주려고 할 것이다.




세디나는 그것이 싫었다.




친구를 위험한 일에 휘말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줄리아에게는 고맙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멋대로 약속을 어기고, 밀어내려고 했던 자신을 아직도 걱정해 주고 있었으니까.




충분히 미워할 수도 있었는데, 줄리아는 그러지 않았다.




그렇기에 세디나는 더욱 줄리아와 예전의 관계로 돌아갈 수 없었다.




자신이 아닌, 줄리아를 위해서라도.




두 사람은 서로 가까워져서는 안 됐다.




“……미안해.”




“세디나!”




“하지만 나에겐…… 루드거 선생님은 둘도 없는 은인이야.”




“내 말 못 들었어?! 그건 다 거짓말이야!”




“줄리아. 네가 그렇게 말하는 것도 이해해. 하지만…… 너에게도 모르는 선생님의 좋은 부분은 분명히 있어.”




세디나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이게 전부였다.




숨겨야 할 것이 있는 입장에서, 줄리아에게 모든 걸 털어놓을 수 없었다.




“……내 말을 믿지 않겠다는 거야?”




“이건 나와 선생님의 일이야.”




그렇게 말하던 세디나는 잠시 입술을 깨물고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었다.




“……그러니까 너와는 상관없어.”




그 말이 내비치는 잔혹한 거절의 뜻.




줄리아의 부릅뜬 눈동자가 크게 떨렸다.




그녀의 표정은 금방 울 것 같으면서도 분노를 터뜨릴 것처럼 일그러졌다.




세디나는 줄리아를 차마 바라보기 힘들었다.




그래도 목에 힘을 주고서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차라리 여기서 줄리아가 포기해 주길 바랐다.




루드거에게 민폐를 끼칠 바에야 자신이 미움받는 것이 훨씬 더 나았다.




“너…….”




줄리아는 이윽고 무어라 말하려다가 입을 꾹 다물었다.




복잡한 감정으로 소용돌이치던 그녀의 표정은 가면을 쓴 것처럼 원래대로 돌아왔다.




세오른의 1학년 수석이자, 천재라 평가받는 마탑의 유망주인 줄리아 플룸하트로.




“……그래 알았어.”




줄리아는 그 말만 넘기고 찬바람을 일으키며 휙 떠나 버렸다.




세디나는 그런 줄리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주먹을 쥐었다.




가슴이 옥죄이는 것 같고, 지금이라도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지난 세월 동안 그녀를 무시해 왔던 일과, 지금 저지른 모든 잘못들을 사죄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줄리아가 한 말은 남아서 세디나를 괴롭혔지만, 세디나에겐 이것 말고 방도가 없었다.




‘게다가.’




루드거가 리네의 어머니를 죽였다는 말.




그것은 분명 거짓말이 아닐 것이다.




이쪽을 필사적으로 설득하려는 줄리아의 진심 어린 태도가 연기일 리가 없었다.




또 줄리아가 이렇게 쉽게 탄로 날 거짓말을 할 것 같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루드거는 정말로 리네의 어머니를 죽였다는 건데.




‘선생님은 어째서…… 그런 짓을.’




분명히 루드거에게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세디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이 일을 루드거에게 말해야 할지 말지 고민했다.




* * *




루드거는 자신의 앞에 놓인 은빛 액체를 지그시 응시했다.




겉모습만 보면 상온에 녹아 있는 수은을 보는 것 같다.




다른 물건들이 전부 저마다 뚜렷한 형상이 있는 것과 비교하면, 초라하다 못해 이질적이기까지 한 모습.




하지만 루드거는 알 수 있었다.




이 녀석에게는 ‘주어진 형상’이라는 것이 없다는 걸.




“안 그래도 요즘 남들 시선에 걸리지 않을 새로운 무기를 찾던 중이었는데.”




꽤 훌륭한 걸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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