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A - 330화 오밸리 (2)

 ◈ 330화 오밸리 (2)




신 마탑의 로테론.




렉서러 등급의 마법사이자, 이번 해방군 테러를 저지하는 데 지대한 공을 세운 영웅이 아니던가.




황제로부터 훈장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 이후에도 아직 황성을 떠나지 않았을 줄이야.




아니, 그것까지는 상관없다.




다만, 어째서 저자가 자신을 노골적으로 불렀냐는 것이다.




‘설마.’




이오나가 눈을 가늘게 떴다.




자신은 수인이다.




수인이 이 세상에서 어떠한 차별을 받는지는 이오나 본인도 알고 있다.




예전에 비해서 나아졌다곤 해도 수인을 향한 차별적인 시선은 여전한 법.




특히 마법사들의 경우에는 자만심과 선민의식이 남아서 그런 경향이 강했다.




로테론은 무려 6위계 마법사.




저 정도의 자리까지 오르려면 평범한 성격은 절대로 아닐 터.




이오나는 긴장감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이곳은 드발크 황성.




아무리 로테론이라 해도 이런 곳에서 함부로 자신을 어떻게 할 수는 없을 거다.




하지만 수인을 혐오하는 극단적인 마법사라면 무슨 미친 짓을 벌일지 모른다.




이오나가 긴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때 이오나를 가만히 응시하던 로테론이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널 어떻게 할 생각으로 부른 것이 아니니까.”




“……!”




“그 반응을 보면 전혀 몰랐다는 것 같군. 현명하고 눈치가 빠른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나.”




“당신은 누구…….”




이오나가 그렇게 묻자, 로테론은 대답 대신에 새하얀 장갑을 낀 오른손을 철가면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는 그걸 천천히 벗었다.




지금까지 가면으로 정체를 감추던 로테론이 어째서 자신의 앞에서 가면을?




이오나는 서서히 드러나는 로테론의 모습을 보는 순간 눈을 크게 떴다.




“오랜만이구나. 이오나.”




온전히 모습을 드러낸 로테론이 이오나를 향해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오나와 비슷한 갈색 피부와 짐승과 같은 눈동자.




그리고 기다란 곱슬진 갈색 머리카락까지.




두 사람은 어떻게 보면 남매라고 할 정도로 닮아 있었다.




“테나론?”




이오나는 로테론을 보며 그 이름을 입에 담았다.




로테론은 단지 가명일 뿐.




그의 진짜 이름은 테나론이었다.




그리고 겉모습에서 알 수 있든 그는 이오나와 배다른 남매였다.




“당신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모처럼의 만남인데, 그런 것부터 묻는 건가.”




“말 돌리지 마. 애초에 당신은 차기 족장의 자리에 앉을 수 있었으면서도 갑자기 홀연히 사라졌어. 도망쳤다고.”




“어쩔 수 없었다. 원로들은 내가 마법을 배우는 것을 전혀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오밸리의 이름을 버리고 마법을 배우러 온 거였다고?”




“어차피 서출인 나에게 오밸리의 이름은 어울리지 않았어.”




테나론은 이오나의 배다른 남매이며, 오밸리 가문의 서출이었다.




그는 뛰어난 전사의 자질을 지니고 있었으며 이성은 늑대의 우두머리처럼 차분했다.




수인족들은 혈통의 중요성을 여긴다.




비록 테나론이 절반은 가벼운 피가 섞였지만, 절반은 오밸리 가문의 피가 흐르니, 능력만 있다면 차기 족장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테나론은 사라졌다.




누군가에게 암살의 사주를 받은 것도, 혹은 누군가 당신은 족장의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한 것도 아니다.




그냥 스스로가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이오나는 그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녀는 테나론과 사이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어린 시절, 테나론은 배다른 남매인 이오나와 자주 놀아 주기도 했다.




가문 원로들의 눈을 피해 어깨너머로 몰래 배운 마법을 이오나에게만 보여 주기도 했다.




“당신은 분명 족장이 될 수 있었어.”




“아니. 난 될 수 없었다. 오히려 그 자리는 네가 걸맞아.”




“왜? 그깟 마법 때문에?”




“그깟 마법이 아니야. 그리고 이오나, 네가 이런 말 할 처지는 아니지. 너 또한 수인족이면서 세오른에 입학했으니까.”




“그건…….”




나는 당신이 보여 줬던 마법에 매료되었던 거라고.




그 이상으로 수인족이 언제까지고 부족 안에서만 갇혀 지내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이오나는 그 말을 하지 않았다. 테나론도 굳이 모르는 이야기는 아니었으니까.




“여전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얼굴이구나.”




“보였어?”




“다른 일족들은 네가 표정 변화가 없다고 하지만, 그건 널 모르는 놈들이나 하는 말이지. 이렇게나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데 말이야.”




테나론은 피식 웃더니, 이내 표정을 지웠다.




“이오나. 내가 왜 족장의 자리를 벗어던지고 정체를 감춰 가며 살아온 줄 아나?”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거야?”




“족장의 자리가 내게는 이제 무의미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




족장의 자리가 무의미하다니.




그것은 수인족의 근본을 부정하는 짓이었다.




수인들은 족장을 필두로 부족을 이루며, 강대한 연맹을 구성해 왔으니까.




그래서 모든 수인족은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모욕을 주는 자들을 결코 용납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오밸리의 피를 이은 테나론이 그 자부심을 짓밟았다.




“테나론. 내가 비록 일족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지만, 해서는 될 말과 안 될 말이 있어.”




“이오나. 네가 그래서 안 되는 거다. 고작 족장의 자리를 가지고서 일희일비하다니.”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야.”




이오나는 화를 내기보다는 차분하게 물었다.




어째서 촉망받던 기재가 모든 걸 버리고 숨었는가.




오밸리의 이름을 벗어 던지고.




얼굴마저 가린 채.




로테론이라는 존재로 살아왔는가.




“이오나. 너는 나의 힘이 무엇인지 알지.”




“……예전에 보여 주었던, 그 옛 영웅들의 영혼 말이야?”




로테론이 테나론이던 시절.




그는 이오나에게만 자신의 진짜 힘을 보여 주었었다.




[근원] 마법을 완전히 다루기 이전, 위대한 영혼으로부터 힘을 부여받아 최고의 기재로 촉망받던 자신의 능력을.




그것만으로 테나론은 족장의 자리에 오르기 충분했다.




“분명 강한 힘이었다. 실제로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그런데 왜…….”




“진정한 ‘괴물’을 만나기 전까진 말이지.”




“괴물, 이라고?”




이오나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테나론이 말하는 괴물이 대체 누구란 말인가.




“누구도 모르는 일일 거다. 내가 놈을 마주했던 것은 정말 우연이었고, 누구의 시선도 닿지 않는 황량한 평야였으니까.”




테나론은 아직도 눈을 감으면 그날의 일이 생생했다.




“나는 뼈아픈 패배를 경험했다.”




“패배? 당신이 패배라고?”




“그래. 위대한 전사, 영웅, 족장의 힘을 빌리며 모든 힘을 쏟아 내서 놈과 싸웠지만 패배했지. 더 웃긴 건 뭔지 아나? 놈은 그저 순수한 자신의 기량과 무력으로만 싸웠다는 거야.”




“대체, 어떻게…….”




족장은 당대 최강의 전사만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테나론이 차기 족장으로 손꼽히지 않았던가.




“놈은 나와 같은 수인족이었다. 하지만 달랐어. 수인족이면서 수인족이 아니었지. 나는 놈과 정정당당한 싸움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놈은 나를 ‘사냥’하려 했다.”




“차기 족장 후보자를 사냥한다고? 대체 누가?”




“판토스. 그는 자신을 판토스라 불렀다.”




이오나는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그러나 이오나는, 테나론이 저 이름을 말할 때 몸을 살짝이지만 떤 것을 발견했다.




테나론은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었다.




“치렁치렁한 백색 산발 머리. 천년바위를 그대로 가공한 것 같은 근육질 거구의 몸. 그리고 세상 모든 것을 자신의 먹잇감으로 보는 흉흉한 눈빛까지. 놈은 머나먼 북부 지방에 존재한다는 백곰일족의 후예로 보였다.”




테나론은 그와 만나서 싸웠고.




처절한 패배를 경험했다.




승리를 거머쥔 판토스는 테나론을 죽이지 않고 그대로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마치 이쪽의 목숨은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였다.




테나론은 그 행동에 치욕을 느꼈고, 동시에 거대한 깨달음을 얻었다.




자신이 얼마나 좁은 우물 안에 갇혀서 지내고 있었는지.




뭐가 차기 족장이란 말인가.




뭐가 최강의 전사란 말인가.




진짜 최강은 자신을 두고 할 말이 아니었다.




판토스.




그 괴물 같은 수인이야말로 진정한 최강이다.




“녀석은 수인족 족장의 자리를 ‘따위’로 치부했다. 그렇겠지. 그 정도의 힘이라면 족장은커녕, 대륙의 모든 종족 사이에서 역사에 남을 영웅이 됐을 테니.”




“그런데 왜…….”




“놈은 그것만으로 성에 안 찼기 때문이다. 족장이라는 자리조차 그 괴물을 담기에는 그릇이 한없이 작았던 것이지.”




“…….”




“그의 말대로야. 족장의 자리는 우리 일족에겐 영광된 자리지만, 이 넓은 세상의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너무나도 작고 하찮지. 그리고 나는 고작 그런 자리에 오르자고 이렇게 노력했던 게 아니야.”




“그래서 떠난 거였어? 족장의 자리가 눈에 차지 않아서?”




“그래. 내가 원하는 것은 더 높은 자리였으니까. 그래서 마법을 배우기로 했다. 내가 다루는 힘을 더 확실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었거든. 그전에는 거대한 힘을 그저 닥치는 대로 휘두르는 애송이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테나론은 로테론으로 이름을 바꾸고 활동했다.




자신의 이 힘.




[근원] 마법을 더욱 깊게 탐구하여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런 마법의 지식은 오직 마법사들만이 다루고 있었다.




“물론 힘들었다. 정체를 감춘 채 마법사들 사이에서 마법을 배운다는 것은 하루하루가 까마득한 절벽에서 외줄 타기를 하는 기분이었지.”




수인족인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마법 처리가 된 가면을 착용했다.




수인족 특유의 체취를 감추고, 야성을 억제했다.




인간으로서 활동하면서 인간보다 훨씬 더 절제된 삶을 살았다.




얼굴에 가면을 쓴 로테론의 기행은 마법사들 사이에서도 받아들이기 꺼려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로테론은 그런 상태에서 노력 끝에 렉서러 등급에 올랐고, 신마탑의 기둥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이걸 갑자기 나에게 털어놓는 이유가 뭐야.”




“네가 나를 찾는 것 같아서.”




“내가?”




“그래. 그러기 위해서 온 거 아니었나.”




그 말이 맞았다.




이오나는 더 넓은 세상을 보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사라진 차기 족장인 테나론을 찾기 위해 제국으로 온 이유도 없지는 않았다.




“지금 미리 말해 두겠지만, 포기해라. 나는 돌아가지 않아. 내게 있어서 족장의 자리는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거든.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너도 그냥 족장의 자리를 포기하고 네가 원하는 삶을 살길 바란다.”




“……나는 족장이 되기 위해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기로 했어.”




“그런가.”




테나론. 아니, 이제는 로테론이라 불리는 그는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오나는 어릴 때부터 이런 아이였다.




감정 표현은 드물고, 항상 무표정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지만.




그 마음속에는 일족을 부흥시키겠다는 커다란 야망이 있었다.




서로 넓은 세상을 보겠다고 나온 두 사람이었지만.




결국, 그 끝에 지향하는 바는 정반대였다.




“그래서, 그 자리까지 올라간 지금 만족해?”




이오나의 물음에 테나론은 코웃음을 치고는 고개를 저었다.




“만족? 그래. 수인족치고는 참 높은 자리까지 올랐지. 내 근원 마법을 사용하지 않고도 나는 6위계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고. 하지만 아직도 부족하다.”




로테론은 지하 수로에서의 싸움을 떠올렸다.




그는 악마의 힘을 다루던 안드레이에게 무참히 패배했다.




그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철가면이 깨졌으며, 그의 비장의 마법이라 할 수 있는 근원 마법까지 사용했다.




그렇게까지 했음에도 안드레이에게서 승리하지 못했다.




안드레이가 워낙 강한 것도 있지만, 거기에 악마의 힘과 세계수의 세포를 이용해 육체를 강화한 것도 큰 이유였다.




이길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오히려 안드레이를 몰아세운 것만으로도 로테론은 대단한 강자가 맞았다.




하지만 로테론은 만족하지 않았다.




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스스로 위로하지도 않았다.




“나는 아직도 약해.”




고작 여기서 무너진다면.




그 백발의 수인을 향한 복수는 절대 이루지 못할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게다가 그 남자.’




루드거 첼리시라고 했던가.




처음 본 것은 아케인 체임버의 그랜드 홀이었다.




그곳에서 루드거는 자신이 발견한 마법 이론을 발표했고, 모두의 관심을 끌었다.




거기서는 단지, 한 개인이 너무 커다란 정보를 쥐고 있다는 생각에 우려만 했을 뿐.




정작 그 남자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은 딱히 내린 적이 없었다.




로테론은 지하 수로에서 루드거가 싸우는 모습을 보았다.




싸움 중간마다 안드레이를 몰아세웠던 그의 마법.




마법 자체가 특이한 것이 아니다.




빛 속성이라는 특이함을 제외하면, 그의 마법은 위력이 크다거나 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마법을 사용하는 정확도와 속도, 빈틈을 찌르는 날카로움까지.




몇 번이나 넋을 잃고 바라보게 될 정도였다.




로테론은 그 마법에서, 비슷한 무언가를 보았다.




그 판토스라는 수인.




거구의 덩치를 지닌 것과 어울리지 않는 싸움법.




그 모습이 루드거가 사용하는 전투 방식과 상당히 닮아 있었던 것이다.




인간 중에서도 그런 존재가 있었는가.




로테론은 역시 이 세상은 넓다고 생각했다.




“나는 아직도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더 강해지지 않으면 안 돼. 그렇게 해야만, 언젠가 녀석에게 반드시 그날의 수모를 되갚아 줄 수 있을 테니까.”




“……그래. 그렇게 말해 주니 이유는 알겠어. 그런데 그걸 갑자기 여기서 내게 말하는 이유가 뭐야? 이럴 거면 기회는 전부터 있었을 텐데.”




“루드거 첼리시. 그 남자가 내 정체를 알았으니까.”




“알았다니……?”




“지하 수로에서의 싸움. 거기서 나는 내 가면이 벗겨져 수인족이라는 정체가 탄로 났다. 그리고 현장에 있던 자들이 내 모습을 보았지. 루드거 첼리시도 그중 하나였다. 내가 듣기로는 너는 루드거 첼리시의 수업을 듣는다고 했지.”




“그래.”




로테론은 자신이 알아낸 정보의 확실하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했다.




“오밸리 가문의 너에게, 내 정체에 대해서 말했으리라 생각했다. 혹은 당장은 아니어도 언젠가 말하리라 생각했지. 그래서 그냥 내가 먼저 꺼낸 것이다.”




“어…….”




그러니까 로테론은 루드거가 자신의 정체를 미리 까발릴까 봐 차라리 본인이 털어놓은 것이었다.




다만, 그 이야기를 들은 이오나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굳이?”




그 말에 로테론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썹을 찌푸렸다.




“굳이라니. 무려 6위계 마법사가 인간이 아니라 수인족이라는 막대한 비밀이다. 적어도 너에게만큼은 당연히 말하지 않겠나.”




이오나는 조금 어이없어하면서도 단호하게 답했다.




“……그 사람은 절대로 말하지 않을 거야.”




“뭐?”




“그러니까, 테나론 당신이 나에게 먼저 털어놓은 것은 그런 걱정 때문인데…… 그 걱정 자체가 의미 없다고 한 거야.”




이오나는 이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루드거는 절대 그런 정보를 함부로 소문내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왜냐고 묻는다면 딱히 명확한 이유는 없다.




다만 감이라고 해야 할까.




지금까지 루드거가 보여 준 모습을 통해 그러리라 생각할 뿐이었다.




“그보다 하나 물어볼게. 그래서 그 판토스라는 수인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그건 나도 모른다.”




“모른다니.”




“녀석은 워낙 신출귀몰하다. 주위에 동료를 두지 않고 오직 혼자만 다니는 놈이지.”




“친하게 지내는 사람도 없다고?”




“그 녀석이? 아마 자기를 낳은 부모에게도, 자기를 낳았으니 자랑스러워해도 좋다고 할 놈이다. 당연히 친구니 동료니 하는 것은 없겠지. 누군가를 섬기는 것은 더더욱 없고.”




그래도, 하고 로테론이 말을 이었다.




“그 정도의 강자라면, 분명 또 이 세상 어딘가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을 거다. 그렇게 확신하지.”




* * *




“야. 야야.”




드워프 소녀 세리단이 판토스의 허벅지를 가죽 장갑을 낀 주먹으로 툭툭 쳤다.




그제야 판토스가 커다란 고개를 돌려 세리단을 내려다보았다.




“그만 좀 먹어. 대체 살은 언제 뺄 거야.”




“……이것만 먹고 뺄 거다.”




여전히 넘어지기만 해도 굴러갈 것 같은 판토스는 손에 쥔 초콜릿을 입안에 털어 넣으며 궁색한 변명을 입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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