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A - 341화 마법수 소환 (3)

 ◈ 341화 마법수 소환 (3)




현장 학습이 끝나고 1, 2학년은 많이 어수선해졌다.




어지간히 눈치가 없는 에이단조차 그것을 여실히 느낄 정도.




“레오. 다들 왜 저러는 걸까?”




에이단은 저들끼리 열심히 떠드는 동급생을 보며 레오에게 물었다.




레오가 진심이냐는 표정으로 에이단을 돌아봤다.




“너, 다들 왜 저러는지 진짜로 몰라?”




“응. 무슨 일 있었어?”




“……아니다. 네가 이러던 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었지.”




새삼 에이단이 어떤 성격인지 알았기에 레오는 별말 없이 에이단이 의문을 해결해 주었다.




“이번에 학사 과정이 바뀌는 것은 너도 들어서 알고 있지?”




“응. 현장 학습 기간 동안 수업이 너무 미뤄져서 부득이하게 바꿀 수밖에 없다고 했잖아.”




“그래. 안 그래도 빡빡했던 수업 일정이 그거 때문에 1.5배 가까이 늘어서 다들 죽을 맛이지.”




“그런가? 다들 딱히 그런 표정은 아닌 모양인데?”




“그중 반절 가까이 되는 수업은 다른 거로 대체되었거든.”




“아.”




에이단도 그것까진 확인하지 않았기에 몰랐던 일이었다.




레오는 역시나, 하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세오른에서는 이번 테러 사건을 매우 크게 보는 모양이야.”




“그렇겠지. 그런 심한 일이 벌어졌으니까.”




“원래라면 3학년 때부터 배우게 될 실전 마법 관련된 수업 있지? 이번에 대대적인 개편을 통해 신입생과 2학년도 배울 수 있게 하겠데.”




“어, 정말? 그게 뭔데?”




“꽤 여러 가지 있지만, 가장 관심을 끄는 건…….”




“마법수 소환!”




뒤에서 잠자코 대화를 엿듣던 테이시가 머리를 불쑥 내밀며 끼어들었다.




레오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테이시는 그런 레오의 반응을 깔끔하게 무시했다.




“에이단. 너도 알다시피 마법수 소환은 3학년이 돼서야 배울 수 있는 수업이야. 그런데 그걸 우리도 배울 수 있게 해 주는 거라고. 기대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겠어?”




“마법수…….”




에이단은 그 단어를 사탕처럼 입안에서 한 번 굴렸다.




에이단의 두 눈동자가 미지의 마법을 향한 열정과 총기로 반짝였다.




“그거 엄청 기대되네!”




테이시는 당연한 반응이라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고, 레오는 이럴 줄 알았다며 콧방귀를 꼈다.




하지만 레오도 내심 마법수 수업을 기대하고 있기는 했다.




자신과 함께하게 될 동반자를 소환하는 걸 싫어하는 마법사는 없다.




게다가 마법수는 정령과는 궤를 달리하는 존재.




자연의 힘을 머금은 정령과 다르게, 마법수는 사용자의 마력과 성향에 따라 그 형태와 성능이 천차만별로 갈린다.




사용자에 따라서는 마법수는 정령조차 하지 못하는 일을 해낼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물론 그것은 자신의 마법수가 어떤 형태로 나올지 모르는 학생들로선, 그저 이랬으면 좋겠다 싶은 희망 사항일 뿐.




하지만 재능이 없으면 배울 수조차 없는 정령학과 다르게, 모든 마법사라면 반드시 타고날 수밖에 없는 마법수는 어떻게 보면 기회의 장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학생들은 자신이 어떤 마법수를 소환하게 될지 벌써부터 부푼 가슴을 안고 기뻐하는 것이었다.




“의미 없는 가정이야. 애초에 특이한 마법수는 마법학계 전체를 통틀어서도 1%가 채 되지 않아.”




“어, 정말?”




“마법수는 상식선에서 나타나는 녀석들밖에 없어. 대부분 동물이나 식물의 형상을 갖추고 있지. 그나마 특이한 케이스라고 한다면 도구의 형상 정도? 물론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겠지만, 저치들이 기대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걸.”




레오는 그렇게 말하며 은근슬쩍 테이시를 곁눈질했다.




너도 마찬가지야, 라는 시선에 테이시가 발끈했다.




“웃기시네. 나는 이번 수업에서 누구보다도 뛰어난 마법수를 소환할 거거든?”




“그래그래. 열심히 해 봐. 얼마나 대단한 녀석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적어도 널 닮지 않았으면 좋겠네.”




“흥. 그러는 레오 너야말로 소환하는 마법수는 작고 형편없는 마법사일 거야.”




“너 말 다 했냐?”




두 사람이 으르렁거리기 시작하자 에이단은 그 사이에 끼어서 필사적으로 중재해야만 했다.




겨우 만류에 성공한 에이단은 식은땀을 닦으며 화제를 전환할 겸 물었다.




“그런데 마법수 소환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되는 거야? 듣자 하니 3학년 때부터 배우는 과정이면, 당장 우리가 배우는 데는 무리가 아닐까 싶은데.”




매우 합리적인 질문에 레오와 테이시도 덩달아 침묵했다.




레오가 먼저 입을 열었다.




“뭐, 분명 그러긴 하겠지. 애초에 3학년 수업 과정인 이유가 뭐겠어. 그때부터 배울 수 있다고 판단을 했으니까 그런 거잖아.”




그걸 신입생에게 강제로 배우게 한다고 해서 쉽게 배울 수 있다고는 확신할 수 없었다.




“나는 생각이 달라.”




그 말에 반발하고 나선 것은 테이시였다.




“마탑 이야기 들었어? 세오른 말고, 구 마탑에서 가르침을 받는 사람은 어린 나이부터 어려운 마법들을 교육받는데.”




“그게 왜.”




“걔들은 우리처럼 3학년이 돼서 마법수를 배우지 않아. 오히려 더 어릴 때부터 소환이 가능하지. 그걸 감안하면 우리라도 못 배울 건 없어.”




“그런 애들도 오랫동안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거잖아. 몇 년간 계속해 온 사람과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하는 우리가 같겠냐.”




“그런 건 해 봐야 아는 거지. 혹시 알아?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마법수 소환에 관한 재능이 있을지.”




그때 가만히 듣고 있던 이오나가 말햇다.




“아니면, 초보자도 쉽게 배울 수 있을 정도로 마법수 소환을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 수업을 맡거나.”




레오는 그런 이오나를 향해 슬쩍 운을 띄웠다.




“너도 들었구나?”




이오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에이단과 테이시 둘뿐이었다.




“어? 뭐야?”




“뭔데. 혹시 벌써 누가 가르치는지 나왔어?”




마법수 담당 교사라니.




현재 3, 4학년을 담당하는 교사일까? 그게 아니면 현장 학습의 멘토처럼 외부에서 데려온 임시 강사일지도 몰랐다.




그런 에이단과 테이시의 기대감은, 전혀 다른 의미로 충족하게 됐다.




“몰랐어? 루드거 선생님이 마법수 소환 특강 가르치잖아.”




* * *




“오랜만이다.”




루드거가 학생들을 둘러보며 그렇게 말했다.




현장 학습 때도 봤는데, 오랜만이라고 하면 뭔가 빈말 같겠으나 틀린 말은 아니었다.




테러 사건 이후로 학생들은 개인의 휴식 시간을 가졌고, 그로부터 오늘까지 꽤 긴 공백이 있었으니까.




“다들 멀쩡한 거 같으니 다행이로군.”




아무리 루드거라 하더라도 테러 사건을 겪은 학생들에게 심한 소리를 할 수는 없었다.




다만, 그 말조차도 별로 친근하거나 부드럽지 않고, 특유의 쌀쌀맞은 말투 때문인지 딱딱하게 느껴졌지만 말이다.




실제로 루드거는 ‘다들 무사해서 다행이다’라는 말보다는 ‘수업에 빠지는 놈이 없어서 다행이다’라는 기색을 팍팍 풍겼다.




“다들 알다시피 너희들은 특강을 듣게 됐고, 그 특강을 담당하게 된 것이 바로 나다. 기존에 내 수업을 듣고 있었으니, 굳이 자기소개할 필요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이해하나?”




그 질문에 곳곳에서 네, 하는 대답이 들려왔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마법수 소환에 대한 수업을 시작하겠다. 과정은 촉박하니, 다들 최선을 다해 따라올 수 있도록. 이것은 단순한 권유가 아니다. 알겠나?”




그때 누군가가 손을 들었다.




바로, 에렌디르 3황녀였다.




“그래. 에렌디르. 무엇이 궁금하지?”




“저, 선생님. 이번 수업은 마법수 소환이라고 들었습니다만.”




“그렇다. 조금 전에도 내 입으로 말하지 않았던가?”




“그랬죠. 그랬는데.”




에렌디르는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왜 마법수 소환 수업을 연마장에서 하는 건가요?”




지금 학생들이 모인 곳은 평소 루드거의 수업을 듣던 강의실이 아니다.




거대한 운동장보다 훨씬 더 넓은 규모를 자랑하는 연마장.




80여 명의 학생들은 모두 이곳에 모여 있었다.




“마법수 수업은 명상이 필수라서 외부가 아닌 실내에서 진행하는 거라고 들었는데요.”




“다른 수업은 그렇다. 하지만 이건 내 수업이다. 당연히 어디서 하는지는 순전히 나의 자유지.”




“…….”




그것도 그랬다.




수업을 하겠다는 담당 교사가 자기가 이렇게 하겠다는데, 어떻게 학생이 토를 달겠는가?




그래도 납득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기에, 루드거는 설명해 주기로 했다.




“좋다. 첫 수업인 만큼 친절을 베풀기로 하지.”




오오.




설명해 주시는 건가.




“알다시피 너희들은 3학년이 아니다. 세오른의 커리큘럼을 2년 이상 따라온 선배들과 비교하면 2년이라는 세월의 공백이 존재하지. 그런데도 너희가 3학년과 같은 과정을 이수하면, 같은 결과를 낼 거 같나? 너희 같은 햇병아리들이?”




“…….”




학생들은 입을 다문 채 동시에 같은 생각을 했다.




선생님. 그건 친절이 아닌데요.




“당연히 내가 가르치는 방식은 3학년과 다를 수밖에 없다. 더 빨리 배울 수 있지만, 더 힘들겠지. 싫은 사람은 말해도 좋다. 물론 그래도 강제로 배우겠지만 말이야.”




그러면 왜 싫은 사람을 물어보는 건데요?




학생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루드거를 바라봤다.




루드거의 말은 솔직히 말해서 너무 제멋대로였지만, 이성적으로는 납득이 갔다.




게다가 이런 경우도 하루 이틀은 아니었기에, 학생들은 이제 순순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다면 이번 수업 내용은, 루드거 선생님의 특제 방식으로 진행하는 건가요?”




테이시가 손을 들어 올린 뒤 기대감을 잔뜩 드러내며 물었다.




그 말에 학생들은 루드거의 대답을 기다렸다.




루드거의 특제 방식.




말만 들으면 정말 달콤하기 짝이 없는 단어의 집합체다.




‘설마 이번에도 뭔가 대단한 발상으로 수업 진행을?’




‘아니면 우리한테 마력 방출량을 늘리게 도움을 주나?’




‘남들이 모르는 새로운 방법!’




루드거는 학생들의 눈빛에는 모를 수가 없을 정도로 생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루드거는 그런 학생들을 보며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런 건 없다.”




“네?”




“이런 것까지 다 방법이 있으면, 그것도 따로 아케인 체임버에서 발표했겠지.”




“아.”




“대신 지금 가르치려는 것은 확실히 먹히는 방법이다. 실제로 많은 집단에서 이런 방법을 사용하고 있지.”




“어디에서요?”




“군대다.”




군대라는 말이 나오기 무섭게 학생들의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내달렸다.




지금 루드거 선생님이 뭐라고 하셨지?




군대? 군대라고?




제발 자신들이 잘못 들은 거길 바라는 학생들을 향해, 루드거는 잔인한 현실을 입에 담았다.




“지금부터 너희들은, 군인들이 받는 마법수 소환 이수 과정을 그대로 이행할 것이다.”




“네? 정말요?”




“3학년들처럼 수업을 받으면 늦다. 알다시피 3학년들도 수업 초기에는 마법수의 감각을 잡지 못해 1학기가 다 끝나 갈 무렵에 소환이 가능해진다. 지금 시작하는 너희들은, 일러도 2학년이 넘어야 가능하다는 거지. 그러면 이 수업의 의미는 없다.”




루드거는 첫 수업 때 보였던 것처럼 강철과 같은 위엄을 드러냈다.




절대로 타협은 없을 것이며, 이 방법을 반드시 고수하겠다는 확고한 의지에 학생들은 도무지 반박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나는 최소한 내 특강을 듣는 녀석 중 낙오자가 생기는 것을 별로 반기지 않는다. 좀 더 강하게 말하면, 용납하기 힘들 정도지.”




그 말이 학생들의 숨통을 조일 무렵.




루드거는 마지막에 준비한 당근을 건넸다.




“하지만 효과는 확실히 보장할 수 있다. 이 특강을 듣게 된다면, 너희는 이번 학기가 끝나기 전 바로 마법수를 소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 확신에 찬 말이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마법수를 소환할 수 있다고?’




‘그 정도면 뭐, 조금 힘들어도 되지 않을까.’




‘드디어 나에게도 기회가 온 거야!’




힘든 대가로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다면 마다하지 않는다.




이곳에 모인 학생들은 그런 의미에서 전부 다 마법사다웠다.




학생들의 눈동자에 당혹감이 사라지고 의욕이 차올랐다.




그것을 확인한 루드거는 속으로 만족감을 드러냈다.




‘됐군.’




저 의기충천한 상태를 보면 이쪽이 시키는 대로 잘 따라 줄 것이다.




이제 무르고 싶어도 무를 수 없다.




‘제대로 가르쳐 주마.’




학생들은 크나큰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이 특강은 힘든 만큼 확실한 성과를 낼 것이다.




다만, 학생들이 각자 생각하는 힘들다는 정도가, 실제 특강 내용에 한없이 미치지 못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




“다들 의욕이 가득한 것 같으니, 곧바로 수업을 시작하도록 하겠다.”




학생들이 모두 눈을 빛내며 루드거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일단 뛰어라.”




그 말에 학생들은 일순 이해가 가지 않았다.




“뛰라고 했다. 여기 연마장을 돌면 된다.”




“그냥 돌면 되는 건가요?”




“조건이 있다. 마력으로 육체를 강화해서 마력을 모두 소모해야 한다. 마력이 고갈되면 몸이 지칠 때까지 달려라.”




“지칠 때까지요?”




“그래. 마력을 모두 소모하고, 체력도 모두 소모해야 한다. 만약 여유가 있는데도 멈추거나 농땡이를 피우는 놈이 있다면.”




루드거는 자신의 마력을 바깥으로 방출하며 한 글자씩 또박또박한 어조로 말했다.




“그 녀석은 내가 수업이 끝난 뒤에도 따로 불러서 개인 교습을 맡아 주도록 하겠다.”




루드거의 개인 교습이라니.




세상에 이보다 가슴이 쿵쿵 뛰는 말이 어디에 있을까.




물론 이성적으로 두근거린다는 것이 아닌, 공포와 두려움으로 두근거린다는 차이점이 있었다.




“뭣들 하나? 달리지 않고.”




“…….”




“참고로 제일 먼저 나가떨어지는 놈은 내가 눈여겨볼 것이다.”




그 말에 학생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피기 무섭게 연마장을 달리기 시작했다.




뒤늦게 학생들은 군대 방식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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