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A - 343화 지옥 특강 (2)
◈ 343화 지옥 특강 (2)
루드거의 지옥 같은 특강은 학생들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한계까지 몰아붙였다.
하지만 마냥 무리를 시키지는 않았다.
루드거는 대체 어떻게 알았는지, 여기까지다 싶으면 딱 거기에 맞춰서 쉬게 했기 때문이다.
그 부분을 노려서 은근하게 꾀병을 부리면, 또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벌충 구보를 시켰다.
그걸 수차례 겪다 보니 학생들은 이제 엄살을 부리지도 못하고 그저 최선을 다해야만 했다.
평민이고 귀족이고 상관없었다.
이 순간만큼은 모두가 똑같이 숨을 헐떡이며 땀범벅이 될 때까지 달려야 했다.
그리고 수업이 육체적으로만 힘드냐고 한다면, 또 그건 아니었다.
모두가 체력을 회복하는 그 시간 동안에는, 루드거의 재미난 특강을 들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마법수는 비록 마나로 이루어져 있어서 생명체라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의지를 지니고 현실에 존재하지. 그 이유는 전에 말했다시피 마법사의 의지가 오랫동안 마나에 깃들며 생기기 때문이다.”
그때 한 학생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보면 마법수는 인공 생명체나 다름없네요?”
마나에 인간의 의지가 깃들어 태어난 유사 생명체.
아니, 그것을 생명체라고 볼 수 있을까.
달리 말하면 호문쿨루스나 키메라처럼 만들어진 존재나 다름없는데.
키메라와 동일 선상에 놓는 것도 웃긴 일이다.
키메라는 적어도 피육으로 구성된 신체가 있지만, 마법수는 그마저도 아니다.
오히려 더 세세히 따지면.
마법수는 정령에 가까웠다.
그것도 인조 정령.
“관점에 따라서는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
“관점이요?”
“소환학파 학계에서는 아직도 마법수로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마법수를 자연적으로 발생한 생명체로 봐야 할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존재로 봐야 할지에 대한 주제로 끝없는 갑론을박이 이어지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요?”
“맞아. 사실상 사람이 만든 거잖아.”
“그런데 일부러 만들려는 것도 아니니까 인공적은 아니지 않나?”
“그러면 그게 자연 발생이라고?”
“크립티드도 비슷하잖아. 길들일 수 있는 크립티드라 하면 납득 못 할 것도 아닌데.”
학생들도 저마다 의견을 나누었다.
마법수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는지, 학생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분분했다.
그들은 이윽고 정답을 알려 달라는 듯 루드거를 빤히 응시했다.
마치 어미 새에게 모이를 달라는 아기 새들 같았다.
“마법수는 사실상 자연 발생이라고 보는 추세다. 인공적이라는 말을 사용하려면 만드는 사람의 적극적인 의지가 들어가야 하는데, 마법수는 누군가 만들고 싶어 한다고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
“왜죠? 인공적인 방식으로는 마법수를 만들 수는 없는 건가요?”
“지금까지 그런 방식으로 성공했다는 소식은 없으니, 사실상 없다고 봐야겠지.”
실제로 비슷한 시도는 종종 있었지만, 전부 실패했다.
마법수는 오직 한 마법사당 한 개체.
다른 마법수는 무슨 방법을 동원해도 태어나지 않는다.
“마법수 말고도 그런 실험은 이전부터 꽤 많이 있었다. 인조 마법수를 필두로 강령술의 영혼을 골렘에 깃들게 한다거나, 혹은 자연의 힘을 이용해 정령을 만들려는 경우도 있었지.”
“그 경우에는 성공한 사례가 있나요?”
그 질문에 루드거는 잠시 대답을 망설였다.
인조 마법수는 없는 만큼, 다른 예시도 없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나머지 예시는 실존했다.
강령술을 통해 고렘에 영혼을 깃들게 하는 것.
조금 다른 방향이지만, 오토마톤에 인간의 영혼을 강제로 주입한 [강철의 합창단] 프로젝트가 그러했다.
그리고 그 끔찍한 실험의 성공작이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르파였다.
인조 정령도 마찬가지다.
대자연의 기운을 억지로 모으고 빗어서 정령을 만들려 해도 정령은 탄생하지 않는다.
정령은 단순히 에너지가 모인다고 해서 창조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극소수의 정령사는 새로운 정령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셀리나가 바로 그 증거였다.
에스메랄다가 자신의 순수하던 시절의 영혼을 일부 떼어다가 만든 인조 정령.
아르파도 셀리나도.
결국, 학계에서 존재가 불가능하다고 말한 자들.
하지만 그 둘이 탄생하게 된 내막은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들은 사회의 무관심 아래에 잠긴 어두운 심연 속에서 태어났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공을 들여 가꾼 화단에서조차 피지 않는 아름다운 꽃이, 더럽고 지저분한 오물더미 위에서 개화하다니.
그것은 어쩌면 이 세상이 그렇게 아름답지도, 정의롭지도 않다는 방증일지도 몰랐다.
“그 부분에서도 아직 성공한 사례가 없다.”
그러나 학생들에게마저 그런 무거운 진실을 말해 줄 필요는 없겠지.
“그러면 사실상 마법수는 자연 발생이네요?”
“그래서 자연 발생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이렇게 주장하고는 한다.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이니, 그런 인간에게서 마법수가 태어난다고 해서 그것을 인공적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큰 범주에서는 모든 것이 자연 발생이나 다름없다고 말이지.”
설명을 듣던 학생들은 이 자리에 필기구가 없는 것을 아쉬워했다.
그만큼 루드거의 이야기는 관심을 잡아끄는 무언가가 있었다.
“다만, 그것이 자연 발생이고 인위적인 발생이고는 중요치 않다. 지금 너희들이 신경 써야 할 것은, 마법수의 존재를 인지하는 것이지.”
“인지는 어떻게 하는 건가요? 아직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잖아요.”
“마법수는 너희가 마법을 배우는 그 순간부터 이미 깃들어 있다. 다만 아직 껍질을 깨고 나오지 못한 알의 상태일 뿐이지. 너희는 끝없이 마나를 관조하며 그 알을 찾고, 그것을 부화시켜야 한다.”
그렇기에 루드거는 학생들을 연마장에 불러서 굴린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이, 마법수를 일깨우게 만드는 과정이었으니까.
다만, 죽어라 몸을 혹사하는 입장에선 이게 과연 맞는 방식인가에 대해 의문이 들 뿐.
“그러니 어서 집중해라. 소모한 마력이 차오르기 전, 자신의 몸 상태를 제대로 점검할 줄 알아야 한다.”
물론, 그것이 한 번에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학생 중 대다수는 마력 고갈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처음 마력 고갈을 겪는 사람은 전신에 힘이 빠지는 탈진 상태에 제정신을 유지하기도 힘들다.
지금 대부분 학생도 겨우 제 몸을 가누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런 마력 고갈 상태도 여러 번 겪다 보면 적응이 된다.
처음이야 힘들지만,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마력을 회복하면서 다른 부분에도 신경을 쓸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보통은 이걸 실전을 겪으며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지만, 루드거는 그렇게 친절하지 않았다.
없는 시간을 쥐어짜 내야 하는 만큼, 고통이 뒤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탈진이라고 마력을 회복하는 것에 집중하지 마라. 의도적으로 그 과정을 억눌러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몸 상태를 세밀히 살펴라.”
루드거의 지시에 필사적으로 고갈상태를 벗어나려던 학생들은 눈을 감으며 집중하기 시작했다.
훈련 3일 차.
특강을 듣는 학생들은 서서히 감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아직 마법수를 소환하는 데 성공한 학생은 없었지만, 일부 학생들이 자신의 몸에 깃든 무언가를 발견한 것이다.
‘뭐지?’
플로라는 눈을 감으며 명상을 하다가 자신의 몸 안에서 느껴지는 기묘한 이질감에 눈썹을 찡그렸다.
마력을 모두 소모하고, 회복을 최대한 억제하며 내면을 관조하길 3일 차.
그녀는 자신의 마나 안쪽에 감춰져 있던 ‘무언가’를 발견하게 됐다.
그것은 씨앗 같기도 했고, 혹은 무언가의 알 같기도 했다.
어쩌면 안쪽에 소중한 물건이 담긴 상자처럼 보이기도 했다.
평소에 몸 안에 가득 찬 마나 때문에 감지할 수 없었지만, 마나를 모두 비워 내는 걸 몇 차례 하다 보니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다.
‘이게, 선생님이 말씀하신 마법수의 알이라는 거구나.’
이러니까 인지할 수 없지.
마법수의 알은 몸 안의 마나와 똑같은 마나로 이루어져 있었다.
당연히 지금처럼 고갈 상태가 아니라면, 이 존재를 감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마력 방출량 실험이 없었더라면 알아차리는 것이 더 늦었을 거야.’
마력 방출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몸 안에 희미하게 존재하는 마나 패스의 존재를 찾아야 했다.
그러나 사막에서 지맥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는 절대 쉬운 과정이 아니었다.
마력 억제제의 도움이 필요했고, 그 상태에서 운용할 수 있는 한 줌의 마력을 세밀하게 다루는 법까지 배워야만 했다.
그 일을 반복하다 보면, 결국 마나 패스를 뚫었을 때 당사자는 자신의 마나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이 어떠한 마나를 지니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상황에도 충분한 도움이 됐다.
‘작아. 하지만 그만큼 단단해. 지금까지 이 존재를 몰랐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플로라는 여기서 고민에 빠졌다.
마법수가 될지도 모르는 알을 발견한 것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이후에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 그 방법을 전혀 모른다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플로라는 감았던 눈을 뜨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대부분 학생은 표정을 구기며 집중을 하고 있었다.
자신처럼 갈피를 잡은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제일 빨랐구나.’
그때 플로라의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누구인가 해서 봤더니 루드거였다.
“플로라. 갈피를 잡았군. 네 안에 잠들어 있는 그걸 발견한 거겠지?”
“어떻게 아셨어요?”
“반응을 보고 알았다. 보통 가장 먼저 깨닫는 것은 관조를 통해 내부에 잠들어 있는 알의 존재를 인지하는 것이니, 너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것은 자신을 높게 평가해 준다는 뜻일까.
플로라는 그 사실이 내심 기뻤지만, 그 이상으로 궁금함이 더 컸다.
“선생님의 말씀대로 제 마나에 담긴 알의 존재는 느꼈어요. 하지만 이후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어요.”
“그렇겠지. 그것은 아직 껍질을 깨고 나오지 않은 상태니까. 굳이 말하면 너는 아직 출발선에도 서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그 출발선에 서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여기까지 왔으니 그 설명을 들을 자격은 되리라.
그러나 플로라의 기대감은 루드거의 이어진 말에 와르르 무너졌다.
“모른다.”
“네? 모른다니요?”
“알을 찾는 방법까진 내가 가르쳐 줄 수 있지만, 그것을 깨우는 방법은 모른다. 정해진 방법이 없기 때문이지.”
“정해진 방법이 없다니…….”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비슷한 비유로 말해 주도록 하지. 3명의 사람이 있다. 그리고 3명의 사람에게 각기 새장에 담긴 새를 건네주었지.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이 새를 한번 울게 만들어 보라고. 그러면 어떨 거 같나? 모두가 같은 방법을 사용했을까?”
“네? 그야, 사람마다 방법이 다 다르겠죠.”
“그렇다. 누구는 어떻게든 새가 울게 만들기 위해 온갖 재롱을 피울 것이고, 누군가는 새가 울도록 고통을 가할 것이며, 또 누군가는 알아서 울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3명에겐 3명의 방식이 있다. 그렇다면 여기 모인 수십 명의 학생에게 몇 가지 방법이 있을 것 같나.”
플로라는 루드거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이해했다.
“결국, 이 알을 깨우는 것은 사용자 본인의 역량이라는 거로군요.”
“그래. 그건 누군가 조언해 준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네 안에 잠든 마법수의 알은 결국 오롯이 너만의 것. 그것을 깨우는 것은 순전히 네만의 방식이다.”
“그러면 이거 하나만 물어볼게요. 루드거 선생님은 본인의 마법수를 어떻게 깨우신 거예요?”
루드거는 자신의 마법수인 아테르 녹터누스를 떠올려 보았다.
그는 스승님에게 마법에 대한 가르침을 받을 때부터 항상 혼신의 힘을 다해야 했다.
그렇다고 억지로 시켜서 한 것은 아니었다.
루드거는 자신의 나약함을 통감했다.
끝없이 들리는 신들의 이명과 더불어, 브레투스에서 보내는 암살자를 피해 몸을 숨겨야만 했다.
그래서 죽을힘을 다해 공부했고, 마법을 배웠다.
“굳이 따지자면, 나는 간절함이었다. 그 마음에 응해서 알이 깨어난 것이지.”
“간절함…….”
“물론 이건 나의 방식일 뿐. 너에겐 전혀 다를 것이다. 그러니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우선 갈피를 잡았으니 더는 연마장을 뛸 필요는 없다.”
그 말을 들은 학생들 몇 명이 명상을 멈추고 눈을 슬쩍 떴다.
설마 나도? 하는 생각으로 기대감을 품은 것이다.
“내가 너희에게 이야기했나? 아직 마법수의 존재를 감지하지 못한 놈들은 계속 달려야 하니 그리 알도록.”
* * *
루드거의 특강은 계속 이어졌다.
여전히 감각을 잡지 못한 학생들은 루드거에 의해 연마장을 죽어라 달렸다.
루드거는 그 모습을 잠자코 지켜보았다.
이미 방법과 길은 전부 알려 주었다.
그것을 어떻게 걷는지는 이제 학생들의 몫이었다.
‘보통 이 과정을 겪으려면 최소 반년은 잡아야 하는데.’
루드거는 그걸 보름으로 단축했다.
반년에서 보름. 길이만 따지면 12배나 차이 나는 기간.
바꿔 말하면, 평범한 과정을 12배나 농축해서 학생들을 굴렸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 때문인지 루드거의 수업 방식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귀족 파벌의 수장인 휴고가 이때다 싶어서 루드거를 잘근잘근 물어뜯었다.
물론, 대놓고 앞에서는 그럴 용기가 없었기에 뒤에서 공작을 펼치는 중이었다.
루드거도 그 사실을 알았지만, 가볍게 무시했다.
어차피 그런 인간들이 뒤에서 뭐라 떠들건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수업을 듣는 다른 학생은 그러지 않은 모양이었다.
“저, 그만두겠습니다.”
처음으로 포기자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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