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A - 347화 무속성 마력수 (2)
◈ 347화 무속성 마력수 (2)
“선생님. 리네는 괜찮은 거 맞죠?”
루드거를 따라 양호실까지 따라온 에렌디르가 그렇게 물었다.
“그래.”
“그래도 갑자기 쓰러진 이유가…….”
“아마 마법수 때문일 거다. 너도 느껴서 알겠지?”
“네. 그 특이한 마법수 때문에 모두 놀랐으니까요.”
“갓 태어난 마법수 중 일부는 꽤 예민한 구석이 있다. 자기도 모르게 주인의 마력을 과하게 소모하기도 하지. 리네가 기절한 것은 그 때문이다.”
에렌디르는 정말로 단순히 그런 이유냐고 물으려 했지만, 그 질문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루드거의 심각한 표정이 그녀의 질문을 허락하지 않아서였다.
“에렌디르. 후배가 걱정되는 마음은 알겠지만, 이만 가 보도록. 들어야 할 수업이 있지 않나.”
“하지만…….”
“여긴 나에게 맡겨라. 나는 이후에 시간이 많이 남아 있으니 리네를 간병하는 일 정도는 해 줄 수 있다.”
“……굳이 선생님이 하실 필요도 없잖아요.”
“내 수업에서 벌어진 일이다. 내가 하지 않으면 누가 하지?”
에렌디르는 결국 알겠다며 병실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루드거는 침상 위에서 곤히 잠든 리네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왜, 죄책감을 보이시는 거예요?
리네가 쓰러지기 전에 했던 마지막 말.
그것이 루드거의 감정을 복잡하게 어지럽혔다.
‘순간이지만, 봉인 마법을 뚫고 판정안의 기운이 폭발적으로 강해졌다.’
루드거는 문헌에서 그런 내용을 읽었다.
판정안은 올바른 사람을 보는 눈.
그러나 판정안의 능력은 단 한 줄로 정의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판정안은 예로부터 성녀로 각성할 수 있는 존재가 타고났다는 신비로운 힘.
그 힘은 부정한 것을 구별하며 숨은 어둠을 찾고 사이한 것을 몰아낸다.
판정안의 첫 번째 힘.
부정한 것을 구별하는 눈.
리네가 사람을 보며 이 사람은 속내가 검거나 위험한 사람이라고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이 기초적인 능력 덕분이었다.
반대로 남들이 다가가기 힘들어하는 에렌디르나 루드거에게 허물없이 다가가는 것도.
판정안이 위험하다는 신호를 보내지 않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이 힘이 더욱 강해지면서 새롭게 늘어나는 특성이다.
‘감정을 읽는다고 했지.’
그 어떤 사이한 존재도 판정안의 앞에서는 자신의 본질을 숨길 수 없다.
판정안은 모습을 감춘 악을 보며, 그들이 입에 담는 거짓을 구분하기 때문이다.
마음을 읽는 것과 감정을 읽는 것은 다르다.
다만 상대가 자신을 적대하거나, 혹은 모종의 꿍꿍이를 품은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리네가 루드거에게 왜 죄책감을 보이냐고 물은 것은, 바로 이 판정안의 강해진 권능 때문이었다.
‘어째서 갑자기 강해진 거지? 그 힘을 억누르기 위해 일부러 봉인 마법까지 사용했는데.’
가장 큰 이유라면 역시 그 마법수다.
지금까지 어떤 문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신비로운 마법수.
녀석이 무언가 힘을 드러냈고, 그 때문에 리네의 판정안이 순간이지만 폭발적으로 강해졌다.
‘하지만 이상해. 리네의 무속성 마력과 판정안은 분명 별개의 것일 텐데.’
실제로 역대 판정안의 소유자들이 무속성 마력을 지녔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반대로 무속성 마력의 보유자가 판정안을 지니지도 않았고 말이다.
어떻게 보면 리네는, 그런 두 특이한 케이스가 하나로 합쳐진 시대의 기형아.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유일무이한 존재였다.
‘기존의 지식으로는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는 건가.’
누군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리네가 축복을 받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남들은 갖지 못할 특이한 재능을 2개나 지닌 것은, 가지지 못한 자에겐 선망의 대상일 테니까.
하지만 루드거는 그것이 축복도 선물도 아니라는 걸 안다.
─원하지 않는 힘은 저주나 다름없다.
그가 신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처럼.
리네 또한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을 뿐 많은 괴로움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무속성 마력. 그것만큼은 어떻게든 해결법을 찾아야 해.’
무속성 마력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희귀한 속성의 마력이다.
루드거조차 많은 서적과 논문을 찾아 읽었지만, 아직도 저것이 정확히 무슨 마력인지 알아내지 못했다.
단,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무속성 마력은 사용자의 생명을 갉아먹는다는 점이다.
꽈악.
루드거의 주먹에 자연스럽게 힘이 들어갔다.
전대 무속성 마력의 소유자는, 결국 자신의 마력을 버티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그날의 광경은 아직도 눈앞에 생생하다.
‘그렇다 해도 여유 시간은 있다고 생각했다.’
무속성 마력의 소유자는 아무리 길어도 25살을 넘기기 힘들다.
세월이 흐를수록 마력은 강대해지는데, 육체가 그걸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점차 강하게 차오르는 마력은 몸에 독이다.
그것을 빼내지 못한다면, 그 사람의 삶은 서서히 종말을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다.
‘리네의 나이를 생각하면 아직 몇 년은 거뜬하다 생각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리네의 발전이 빨랐다.
설마 자신이 넘겨준 무속성 마력에 관한 책 때문일까.
아니면 판정안과 결합해서 둘이 모종의 시너지를 일으켰기 때문일까.
‘무속성 마력으로 이루어진 마법수도 난생처음 보는 것이었고.’
녀석이 힘을 발휘하자 리네의 판정안이 강해지기까지 했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결국, 녀석에게 연락을 취해야 하나.’
평소에 서로 없는 셈 치면서 지내던 사람이 한 명 있다.
개인적으로 만나길 꺼리는 정도는 아니지만, 굳이 좋고 싫고를 따지자면 후자에 가까운 사람이다.
루드거가 리네의 기억을 지운 뒤 맡긴, 리네의 마법 스승이었다.
‘실력만 놓고 본다면, 오웬즈의 간부로 들어와도 손색이 없는 놈.’
그러나 루드거가 그를 부르지 않은 것은 그와의 사이 때문이었다.
리네의 마법 스승은 루드거를 매우 싫어했다.
철천지원수를 대하는 것처럼.
루드거는 그 이유를 알았기에, 그에게 리네를 맡긴 뒤에는 간섭은커녕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
자신이 그럴 자격이 없다는 것도 있지만, 녀석이 싫어하다 못해 발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둘 사이에 과거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무속성 마력 연구에 관해서는 두 사람의 뜻이 일치하고 있기에 그쪽도 지난 세월 동안 열심히 연구했을 것이다.
모종의 성과는 있을 터.
‘생각해 보면 놈의 문제도 있었군. 데리고 다니면서 얌전히 키우라 했더니 세오른에 보내 놔?’
녀석에게 짜증이 일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루드거였다.
‘그 멍청한 놈. 겉으로는 근엄한 척은 다 했겠지만, 리네가 간절히 부탁하면 거절하지 못했겠지.’
녀석이 어떤 놈인지 알기 때문에, 리네가 세오른에 온 것이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못 미더운 놈이지만, 지금까지 놀고만 있지는 않았을 거야. 성격은 그래도 실력 하나는 진짜니까.’
실력만 놓고 보면 오웬즈의 간부에 견줄 정도.
루드거는 녀석이 오웬즈에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걸 가정해서 코드네임까지 따로 생각해 뒀을 정도였다.
‘녀석과 내가 사이가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녀석의 코드네임은 <괴테>가 됐을 것이다.
“으음.”
그때 누워 있던 리네가 신음과 함께 눈을 떴다.
* * *
리네는 깜짝 놀랐다.
눈을 떠보니 양호실이라니?
자신이 언제 정신을 잃은 건지 깨닫지 못했다.
그 이상으로 그녀를 놀라게 한 것은, 자신을 옆에서 계속 간병하고 있던 사람이 루드거였다는 점이었다.
“서, 서서서선생님?! 왜, 왜 여기에 계시는 건가요?!”
“기억 안 나나? 너는 수업 도중 쓰러졌고, 그런 너를 여기까지 데려온 것이 나다. 먼저 할 말이 있지 않나.”
“어, 그. 감사합니다?”
“그래.”
“그, 그건 고맙긴 한데요. 굳이 계속 기다려 주실 필요는 없잖아요.”
“내 수업에서 벌어진 일이니, 담당 교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
리네는 루드거에게 괜한 부담을 지웠다는 생각에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리네. 몸 상태는 괜찮나?”
“네? 아, 네. 지금은 괜찮은 거 같아요.”
리네는 자신의 몸 상태를 이곳저곳 점검하며 답했다.
그녀는 뒤늦게 자신이 왜 기절을 했는지 떠올렸다.
“저, 마법수 때문에 기절한 거였죠?”
“기절하기 전에 뭘 봤는지 기억이 안 나나?”
“어, 그러니까…… 제가 마법수를 소환했고, 제 마법수가 뭔가 이상한 힘을 뿜어냈고. 그 다음에…….”
그다음에…….
리네는 그 말을 중얼거렸지만 끝맺지 못했다.
“기억이 안 나요.”
“안 난다고?”
“네. 마지막에 뭘 본 거 같고, 저도 모르게 뭐라고 중얼거린 거 같기는 한데. 그게 기억이 안 나요.”
“…….”
루드거는 리네의 모습을 유심히 살폈다.
혹시라도 알면서 모르는 척을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지만.
표정을 보면 전혀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지난번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그때 리네는 루드거의 본명을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어쩌면 기억의 봉인이 미세하게 흐트러진 걸지도 몰랐다.
“제가, 뭐라고 했나요? 혹시 실례되는 말을 한 건 아니죠?!”
루드거는 그런 리네에게 준비한 답을 내놓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마법수를 처음 소환한 충격 때문에 기절했을 뿐이지.”
“아.”
“처음으로 마법수를 소환한 것은 좋았지만, 이번에는 그 정도가 지나쳤다.”
루드거의 걱정 어린 질타에 리네는 괜히 부끄러워졌다.
“죄송해요.”
“하지만 사전에 언급하지 않은 나의 잘못이니, 네가 굳이 사과할 필요는 없단다.”
“네?”
“너의 마법수는 새로 태어난 아기와도 같은 존재다. 처음 마주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채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마법수가 그러기도 해요?”
“마법수라고 무조건 주인의 명령에만 따르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거부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주인을 잡아먹으려 들기도 하지.”
그 말에 리네는 이유 모를 공포를 느꼈다.
마법수에게 잡아먹힌다니.
듣기만 해도 무섭지 않은가.
“물론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제가 마법수를 그렇게 잘 아는 편은 아닌데요. 제 마법수도 극히 드문 케이스 아닌가요?”
“그건…….”
생각해 보니 그랬다.
루드거가 대답을 망설이자 리네가 울상이 됐다.
“그, 그러면 저 잡아먹히는 건가요?!”
“아니, 그러진 않고.”
“어떡해! 아직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이렇게 빨리 가다니!”
“리네.”
“마법수에게 잡아먹히면 많이 아프나요? 고통은 없겠죠? 아니면 유언장이라도 적어야……?”
“진정해라. 리네.”
루드거의 단호한 목소리가 리네의 어지러운 마음을 삽시간에 가라앉혔다.
마치 요동치는 마음의 중심에 무거운 닻이 쿵 내려앉은 기분이었다.
“그럴 일은 없을 거다. 마법수에게 잡아먹힌 마법사는 마력을 과도하게 사용해 마력 폭주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평소 자신의 마법수를 험하게 대한 것 때문에 벌어진 참사였지.”
“그, 그런가요.”
“그래. 그러니 네가 마법수를 제대로 대하기만 한다면, 잡아먹힐 위험은 전혀 없을 거다.”
그 처음 보는 형태의 마법수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는 차후의 문제였지만 말이다.
“그보다 죽는 것은 싫은 모양이군.”
“보통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나요?”
“대부분은 싫어하겠지.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그보다, 하고 싶은 일이 많다고 했나?”
“네? 아, 그…….”
리네는 자신이 아무렇게나 외친 말을 루드거가 꺼낼 줄 몰랐는지 꽤 당황한 눈치였다.
“네 뭐…… 그야 그렇죠?”
“너는 뭘 하고 싶지?”
“뭘 하고 싶냐니. 음, 너무 많아서 고민이기는 하네요. 여러 마법을 탐구해 보고 싶기도 하고, 세상 여기저기를 구경해 보고 싶기도 하고, 또 새로운 경험을 해 보고 싶어요.”
“장래희망은 있나?”
“저는 마법 연구원이 되고 싶어요.”
“연구원?”
“네!”
리네는 한층 밝아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마법들이 많잖아요? 제가 지닌 무속성 마력도 그렇고요. 저 말고도 자신이 어떤 마력을 지녔는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마법 연구원이 되고 싶어요.”
“그런가.”
장래희망을 고른 이유가 지극히 이타적이라니.
보통 이 또래의 아이들은 마법으로 성공해서 성공하기만을 바라던데 말이다.
“마법 연구원이라면 보통 힘든 길이 아닐 거다.”
“그래도 해야죠! 꿈이니까요.”
“연구원이 되려면 마법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필요하고, 기본적으로 작성해야 할 논문 레포트도 상당수일 거다. 이론적인 부분에서 뛰어나야 하며, 본인의 마법적 성취도 낮아서는 안 되겠지.”
“어…… 그 정도요?”
마법 연구원이 되고 싶다고 생각은 했는데, 이 정도로 힘들 줄은 몰랐다.
“연구원, 그것도 마법을 연구하는 사람은 지성의 꼭대기에 앉은 자들이 해야 하는 일이니까. 당장 현존하는 7위계 임페라 등급의 마법사인 클린턴 경도 마법 연구원이시다. 그래서 세간에는 모습을 잘 보이지 않으시지.”
“그, 그렇군요.”
리네는 순식간에 침울해졌다.
꼭 되고 싶었던 목표가, 알고 보니 보통 어려운 길이 아니라는 걸 깨달으니 의욕이 팍 시들어 버린 것이다.
루드거는 그 모습이 산책을 나가지 못해 시무룩해진 강아지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너무 그렇게 실망하지 않아도 된다. 네가 노력을 한다면, 충분히 마법 연구원이 될 수 있을 테니까.”
“정말인가요?”
리네의 표정이 다시 확 밝아졌다.
자신의 감정이 솔직한 학생.
그것이 리네라는 아이였다.
루드거가 아끼고 또 미안해하는.
그렇기에 보답해야 하는 사람.
“내 수업의 이론적인 부분은 아주 잘 따라오고 있으니까. 타고난 마력만 잘 다루게 된다면, 너는 분명 세기에 남을 마법 연구원이 될 거다. 내가 장담하지.”
“그래도, 역시 힘든 일이겠죠?”
“힘들겠지. 때로는 막막해서 포기하고 싶을 거다.”
“으으 역시. 아, 혹시 선생님도 비슷한 일을 겪어 보셨나요?”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저, 정말요? 루드거 선생님은 되게 똑똑하시니까, 뭐든 다 잘하시는 줄 알았는데.”
“사람은 누구나 다 실패를 하고, 현실의 벽에 막혀 좌절하기도 한다. 거기엔 나도 자유롭지 않지.”
리네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렇다면 루드거 선생님은 그런 경우에 어떻게 이겨 냈어요?”
“이겨 낸 적은 없다. 다만, 꾹 참고 견뎠을 뿐.”
그래. 단지 견뎠을 뿐이다.
영혼과 기억에 새겨진 이 상처가 아물더라도 흉터가 남듯.
온전히 이겨 내는 일은 불가능했으니까.
“왜죠?”
루드거는 자신을 순수하게 응시하는 눈동자를 향해 말했다.
“그래야만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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