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A - 357화 하이에나와 목줄 (1)

 357화 하이에나와 목줄 (1)




제국의 여러 기업이 줄줄이 파산했다.




그중에는 한창 주가를 달리던 기업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었다.




사업가들은 이 거대한 충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혹시라도 도시나 국가 차원에서 도움을 주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었지만, 그마저도 소용없었다.




제국은 그들을 철저히 무시했다.




생각 머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도와주지 않으리라는 걸 눈치챘을 것이다.




세오른의 투자 건으로 지금 무너져 가는 기업들과 황실이 서로 반대의 노선을 탔다는 것은 유명한 일이니까.




낮아지는 주가로 인해 투자자들이 사방에서 밀려들면서 기업 본사는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내 돈을 돌려달라고 고함을 지르는 사람들.




간혹 분위기가 과격해져서 총을 뽑아 쏘아 대는 사람도 있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기하고 있던 경찰들은 그런 사람들을 빠르게 제압해서 연행했다.




“……빌어먹을.”




란팔츠 회장은 저택으로 몰려온 사람들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란팔츠의 주식이 연일 하한가를 때린 탓에, 막대한 돈을 잃은 사람들이 찾아온 것이었다.




대체 자신이 돈을 잃은 걸 왜 남한테 돌려달라고 하는 건가.




투자의 책임은 온전히 자신의 몫인 것을.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던 란팔츠 회장은 입술을 으득 깨물었다.




그것은 얼마 전, 케이든 루모스 공작에게 자신이 들었던 말이기도 했다.




‘케이든 루모스. 나를 이렇게 이용하고 버리겠다 이거지? 그래, 두고 보자고.’




드라헨 란팔츠는 이 순간 다짐했다.




언젠가 반드시 복수해 주겠다고.




자신을 이용한 케이든 루모스, 자신의 자리를 빼앗아 간 로열 스트리트의 올리버, 그리고 이쪽을 무시한 세오른까지.




‘란팔츠는 무너지지 않아. 비록 뼈아픈 손실이었지만, 핵심 사업은 아직 건재하니 다시 일어날 수 있다.’




벌려 놓은 사업체들을 모조리 정리하고 알짜배기만 겨우 지켜 냈다.




그것만 잘 유지해서 굴린다면, 예전은 아니어도 남들이 우습게 여기지 못할 정도까진 올라가리라.




드라헨은 그렇게 생각했었다.




저택 입구에 찾아온 의문의 손님들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웅성웅성.




‘뭐야?’




몰려든 인파에서 번지는 동요가 저택에 있는 드라헨에게도 전해졌다.




광기에 차서 몰려든 사람들이 얌전히 좌우로 길을 비켜 주는 이질적인 광경.




드라헨의 눈살이 자연스레 찌푸려졌다.




‘대체 누가 온 거지?’




직후 만들어진 길을 통해 들이닥치는 검은 제복의 기사들을 보는 순간, 드라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나이트크롤러 기사단?”




저들이 대체 왜 자신을 찾아왔단 말인가.




드라헨의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타고 흘렀다.




나이트크롤러가 왜 자신을 찾아왔는지 이유를 모르지는 않았다.




오히려 짐작 가는 바가 너무 많아서 문제였지.




‘아니. 아니야. 지금까지 얌전히 있다가 갑자기 그런 이유로 찾아왔을 리가 없어.’




드라헨 란팔츠는 일단 찾아온 손님을 맞이하기로 했다.




나이트 크롤러 기사단이라 해도, 설마 자신을 어떻게 할 생각은 하지 못할 테니까.




“드라헨 란팔츠인가. 연행해라.”




하지만 나이트 크롤러 기사단은 드라헨을 보는 순간 곧바로 그를 구속했다.




인간을 뛰어넘은 기사의 초인적인 육체는 드라헨에게 반항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주위의 사용인과 경비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돈 받고 하는 일이라지만, 나이트크롤러 기사단에게 감히 대적할 생각을 품지 못했다.




수갑이 채워진 드라헨은 나이트크롤러의 수장, 테리나 라이언하울을 노려보며 외쳤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영장도 없이 찾아오다니! 정식으로 항의할 겁니다!”




“나이트크롤러 기사단이 어떠한 자들인지 잊은 모양이군.”




“영장 따윈 없어도 체포할 수 있는 특권을 지녔다 이겁니까? 그렇다 해도 아무런 죄 없는 사람을……!”




“죄가 왜 없다는 거지?”




테리나가 턱짓하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부관 로이드가 앞으로 나섰다.




“드라헨 란팔츠. 란팔츠 기업의 회장으로 지금까지 저질러온 온갖 비리, 부정 청탁, 공금 횡령, 불법 사주에 대한 증거가 여기에 있습니다.”




촤라락 펼쳐지는 종이들.




그 내용물을 눈으로 훑은 드라헨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테리나는 그중 한 장을 손에 쥐며 흔들어 보였다.




“무기 밀수에도 손을 댔고, 그걸 마피아와 갱단에게 몰래 지원해 줬으며, 여러 공무원과 유착관계까지 맺었더군.”




“그, 그건…….”




“우리가 이걸 몰라서 지금까지 너를 가만히 내버려 뒀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 한마디에 분위기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뭐라고 따지려던 드라헨은 입만 벙긋거렸다.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마치 사자의 앞에 선 피식자처럼, 육신이 공포에 잠식되었다.




테리나는 그런 드라헨을 하찮고 역겨운 무언가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응시했다.




잡아먹을 가치도 없는 무언가를 보는 그 눈빛은, 드라헨의 남은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았다.




드라헨은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이 지금까지 잘 숨겨서 들키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는 걸.




저들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계속 자료를 모으고 쌓고,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단지 지금까지는, 란팔츠라는 기업이 그만큼 거대하니 함부로 건드리지 않았을 뿐.




그들이 저지르는 비리보다도 그들이 제국에 벌어다 주는 돈이 더 많았으니까.




하지만 란팔츠가 무너진 지금, 그를 비호해 주는 것은 사라졌다.




덕분에 나이트크롤러가 나설 명분은 차고도 넘쳤다.




“지금까지 해 온 것이 있으니 사형까지는 가지 않을 거다. 하지만 남은 평생을 차가운 철창 안에서 지내야 하겠지. 다른 흉악한 범죄자들과 말이지. 끌고 가.”




테리나가 명령을 내리자 기사단원이 란팔츠를 연행했다.




드라헨은 실 끊어진 인형처럼 힘없이 끌려갔다.




나머지 기사단들은 곧바로 드라헨의 저택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남은 란팔츠의 뿌리마저 완전히 뽑아내기 위해서.




“와. 그 란팔츠가 이렇게 무너지다니. 정말 세상 살고 볼 일이네요.”




옆에서 부관인 엔야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대기업의 총수가 저렇게 초라한 최후를 맞이하리라곤 생각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




“언젠가 벌어져야 할 일이 벌어졌을 뿐이다. 그것이 원래보다 조금 더 앞당겨졌을 뿐.”




“그렇구나. 그런 것치고는 단장님은 표정이 뭔가 좋아 보이지 않으시네요?”




“야. 엔야. 조용히 안 해?”




“아 뭐요! 선배!”




질책하는 로이드와 반발하는 엔야.




언제나 있는 일이기에 테리나는 그걸 무시했다.




그보다는 이번 일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짜증이 일었다.




‘황녀님은 대체 무슨 생각이신지.’




이번에 란팔츠를 없애라고 명령을 내린 것은 아일린 1황녀였다.




물론 강요는 아니었다. 테리나 또한 뒤에서 나쁜 짓을 저지르는 란팔츠를 언젠가 없애 버리겠다고 벼르던 참이었으니까.




하지만 같은 목적을 지녔어도 두 사람의 의도는 달랐다.




테리나는 제국을 좀먹는 거머리를 없앤다는 정의의 실현이지만.




아일린은 다른 무언가였으니까.




‘그 과정에서 로열 스트리트의 가면의 남자, 올리버와도 모종의 거래를 나누셨다.’




지금은 몰락한 란팔츠와 로열 스트리트의 관계는, 테리나도 조사를 통해 알고 있었다.




세오른의 후원 건부터 해서 란팔츠의 비리가 하나둘 터지고, 떨어지는 주가를 누군가 공매도하지 않았던가.




거기에 아일린도 끼어 있으니 테리나로서는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올리버라 했지.’




그날 거리가 완전히 바뀌기 전 마주했던 그 남자.




얼굴에 화상 자국이 있다고 하며 가면을 쓴 그 남자는, 테리나의 본능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1황녀가 키운 또 다른 수족, 은 아닐 것이다.




그러기엔 그가 보여 주는 행보는 보통 수상한 게 아니었으니까.




‘계속 눈여겨볼 필요가 있겠어.’




* * *




대기업 란팔츠의 몰락은 세오른 내부에 어떠한 여파도 주지 못했다.




한때 투자자들이 많이 물러나서 올해 하반기의 예산에 구멍이 날지도 모른다는 헛소문이 돌았지만.




소문은 새로운 투자자의 등장으로 인해 깔끔하게 사라졌다.




애초에 마법 공부와 노는 것에만 신경 쓰는 학생들에게 학교의 투자자니 예산이니 하는 것은 관심 밖의 일이었다.




그러나 그러지 않은 사람에겐 이번 일은 너무나도 큰 시련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멍청한 놈!”




강의실에서 휴고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지금까지 배운 게 얼마나 되는데, 아직도 이걸 모르는 거냐!”




“……죄송합니다.”




휴고의 질책에 평민 학생이 고개를 숙였다.




사실 지금 휴고가 화를 내는 것은 애먼 트집에 불과했다.




가르치지 않은 것을 모르는 것은 잘못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원래 휴고는 학생들에게 이런 일을 자주 벌였다.




특히 평민 학생들에게 말이다.




자신의 수업을 듣는 건방진 평민들을 찍어 누르며, 동시에 귀족 학생들의 편의를 봐주는 것이 휴고였다.




보통 이럴 때면 귀족 학생들은 평민들을 향해 비웃음을 날릴 것이다.




고작 그 정도로 이 수업에 들으러 왔냐고.




하지만 평소와 달리 귀족 학생들도 오늘은 웃지 못했다.




휴고가 오늘은 유독 더 예민해서였다.




자신들이 봐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잘 들어라! 너희 평민들이 이곳에서 내 강의를 듣는 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겨야 한다! 그러지도 못할망정, 내 수업의 내용을 귓등으로만 들어? 그따위로 할 거면 당장 때려치워!”




“……죄송합니다.”




“제길. 이래서 귀족들로만 받아야 했는데. 더러운 평민이 끼어드니까 강의실 분위기만 더 흐리잖아.”




쯧 하고 혀를 차며 콧수염을 만지작거리는 휴고.




그 모습에 잔소리를 듣던 학생은 욱하는 감정이 눈썹을 치켜떴지만.




옆자리의 친구가 말린 덕분에 겨우 분노를 삭일 수 있었다.




‘저 인간 오늘따라 왜 이래?’




‘몰라. 원래도 이랬는데, 오늘은 유독 더 난리네.’




‘그냥 무시해.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오늘 유난히 기분이 더럽나 보지.’




저들끼리 뭐라고 숙덕이는 학생들을 무시하고 휴고는 수업이 끝나기 무섭게 강의실을 나갔다.




그는 쿵쿵거리는 발걸음으로 교무실로 향했다.




중간에 마주치는 학생들이나 사용인들, 다른 교사들은 휴고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자 알아서 길을 비켜 주었다.




평소 휴고의 평가를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휴고는 그런 사람들의 반응을 무시했다.




사실 신경을 쓸 겨를조차 없었다.




‘란팔츠가 무너져? 회장이 구속? 완전히 줄도산했다고? 내 마지막 동아줄이 이렇게 허무하게 끊어지다니! 이럴 수는 없어!’




휴고는 다급해졌다.




외부의 큰손, 란팔츠의 회장인 드라헨과 손을 잡은 것은 충분히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라헨은 몰락했다.




란팔츠는 그야말로 조각나 여러 기업에게 삼켜졌고, 남은 알맹이는 제국의 감사가 내려와 분해됐다.




‘내가 뭘 위해 고개를 숙여 가며 손을 잡았는데!’




솔직히 당황스럽다.




하루가 다르게 자신의 동맹이 빠른 속도로 몰락하는 걸 보는 입장에선, 이게 꿈인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하지만 이것은 지독할 정도로 생생한 현실이었다.




휴고는 다급해졌다.




란팔츠와 손을 잡은 것은 증거가 남지 않을지는 몰라도, 이쪽이 세오른 내부에서 벌이려던 짓을 사람들이 모르지는 않을 테니까.




어떻게든 관련 증거를 감추고, 아닌 척 고개를 움츠리며 얌전히 보내야 할 판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자니 잃은 것이 너무 많아서 속이 쓰렸다.




파벌을 이루던 많은 교사가 떠났고, 점점 학생들도 자신들을 무시하는 것 같다.




‘내가 그렇게 무너질 거 같아? 감히 나 휴고 부르테그가?’




씩씩거리며 자신의 집무실에 들어온 휴고는 쾅 소리 나게 문을 닫았다.




다른 교사들이 사용하는 집무실보다 몇 배는 넓은 장소.




그것을 다 활용하지 않음에도 휴고는 일부러 넓은 공간을 혼자서 사용했다.




이것이 자신의 권위라도 되는 것처럼.




“조교! 조교 어디 갔어!!”




휴고는 자신이 들어왔는데도 조교가 없자 참지 못하고 분통을 터뜨렸다.




안 그래도 짜증이 나 죽겠는데, 이 자식은 눈치 없게 또 어딜 간 거야?




“여기엔 아무도 없다.”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




휴고는 그제야 자신이 분노 때문에 시야가 좁아졌다는 걸 깨달았다.




평소에 자신이 앉아 있어야 할 집무실 책상.




그 너머에 창가를 바라보며 뒷짐을 진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당신과 나를 제외하면 말이지.”




“루, 루드거 첼리시…….”




고개만 반쯤 돌린 채 이쪽을 응시하는 푸른 눈동자를 마주하는 순간, 휴고는 전신에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그는 몸을 바르르 떨다가 이내 마음을 굳게 먹었다.




“여기에는 무슨 일이지?”




“무슨 일이냐고?”




루드거는 휴고가 그런 질문을 한다는 것이 웃긴지 그 말을 조용히 곱씹듯 읊조렸다.




“그래. 무슨 일일 거 같나?”




이쪽을 향한 존대도 예의도 없는 딱딱하고 사무적인 말.




은근하게 아래로 내리까는 듯한 뉘앙스도 꽤나 짙다.




루드거의 질문에 휴고는 눈동자를 굴렸다.




“……잘 모르겠네만. 바쁘니 이만 나가 주겠나? 수업 관련으로 해야 할 업무가 많아서.”




“그런 것치고는 집무실 책상이 깨끗하군. 애초에 일을 하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말이야.”




루드거는 완전히 몸을 돌려 휴고를 응시했다.




“그래서 휴고 부르테그 선생. 내가 왜 찾아온 것 같나?”




이쪽을 응시하는 루드거의 눈동자는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과 다를 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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