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A - 369화 Haunted Land (2)

 ◈ 369화 Haunted Land (2)




아르파의 말에 루드거는 무언가 이질감을 느끼고 꼬마 아이가 있던 곳을 살폈다.




‘없다.’




조금 전까지 앞에 있던 꼬마 아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이었다.




이쪽이 꿈이라도 꾼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감쪽같았다.




루드거는 심각한 얼굴로 웅크리고 있던 몸을 폈다.




‘유령? 혹은 귀신? 이 카사르 분지에 과도하게 밀집된 마나로 인해 이상 현상이라도 발동한 건가.’




영혼과 유령의 존재가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실제로 영혼의 잔류 사념과 대화를 나누거나 그 힘을 빌리는 [강령술]이 마법으로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대부분 그런 식으로 불러 낸 영혼의 경우에는 반투명한 인간의 형상을 띤다.




‘반면 내가 봤던 그 아이는, 누가 보더라도 살아 있는 사람이었다.’




착각했을 리가 없다.




누군가 있다는 걸 알았을 때 경계심과 감각을 극도로 끌어 올린 상태였다.




그 상태에서 유령의 사념도 구분하지 못한다고?




말이 되지 않는다.




“리더?”




“……아무래도 내가 헛것을 본 것 같구나.”




당장에 그 아이가 진짜고 유령이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무언가를 찾는다는 아이의 말이 걸리기는 했지만, 카사르 분지에서 으레 발생하는 영적 현상이라 치부하기로 했다.




“그래서, 이 근방은 모두 둘러본 건가?”




“네. 리더는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기왕 여기까지 왔는데, 텐트 안에만 죽치고 있을 수는 없지. 나가서 구경이라도 해 보지.”




“네! 좋아요!”




내심 아르파도 구경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루드거가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아르파는 싱글벙글 웃으며 루드거의 옆에 바짝 붙었다.




루드거가 가는 대로 열심히 따라가겠다는 의지가 돋보였다.




“아르파.”




“네, 리더.”




“혹시 이곳으로 오는 길에 뭔가 묘한 것들을 보지 못했나?”




“네? 묘한 것들이라면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무엇이라도 상관없다. 상식과는 다르게 이상한 것이라면 뭐든지.”




“으음. 그걸 저에게 물으셔도, 딱히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것이 없어서요. 이곳은 제게 있어서 전부 신기한 것으로 가득 찬 곳이거든요.”




생각해 보니 그랬다.




아는 사람에게만 초콜릿과 사탕은 서로 별개의 것이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겐 그 2개는 그저 단맛이 나는 과자나 다름없었다.




“그런가.”




“리더. 괜찮으세요? 조금 전부터 뭔가 이상하신 거 같아요.”




“잠시 헛것을 봤을 뿐이다.”




루드거는 말을 할까 말까 고민했다.




하지만 이내 아르파에게는 해 줘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우리 숙소로 웬 꼬마 아이가 들어왔다.”




“꼬마 아이요?”




“그래. 나이는 6살에서 7살 정도. 처음에는 부모님을 잃고 이곳에 몰래 숨어들어 온 아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더군.”




“6, 7살 정도 되는 아이들이라.”




아르파는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잠시 멍한 얼굴로 허공을 응시했다.




그 행동은 단순히 멍때리는 것과 달랐다.




아르파는 지금 자신이 이 카사르 분지에 들어오면서 봤던 풍경들을 ‘전부’ 떠올리는 중이었다.




“확인했어요. 어제 도시에 도착했을 때부터 오늘 카사르 분지 입구에 오기까지, 마법사가 아닌 일반인은 있었어도 10살 미만의 아이는 단 한 명도 없었어요.”




“흠.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사실이겠군.”




“다만, 방금 리더의 말씀대로 카사르 분지에 온 이후에 본 풍경을 하나씩 재확인 중인데, 무언가 하나 잡혔어요.”




“뭐지?”




아르파는 자신이 본 것을 그대로 설명했다.




“높게 솟은 천막들 너머에 존재하는 숲. 그곳에 자라난 나무의 틈새에 무언가가 보였어요. 리더의 말대로 7살 정도 돼 보이는 꼬마 아이예요.”




“내가 본 그 아이인가?”




“달라요. 리더가 본 것은 여자아이였지만, 저건 남자아이예요. 하지만 저희가 있는 텐트 쪽을 몰래 지켜보고 있어요.”




평범한 마법사들은 멀어서 보이지 않겠지만, 아르파는 자신이 본 풍경을 뇌리에서 [확대]가 가능했다.




“리더의 말마따나 정말로 아이가 있네요. 몰래 숨어들어 온 것이 아니에요. 처음부터 이곳에 있던 것으로 보여요.”




그렇다면 방금 그 여자아이가 찾고 있다고 말한 사람이, 저 숲의 아이일까?




둘은 모종의 이유로 만나지 못하는 제약이라도 걸려 있는 걸지도 모른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걸까요?”




“아마 카사르 분지 내에서 벌어지는 영적인 현상이겠지. 아무튼 알겠다. 내가 본 것이 환각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군.”




“이제 어쩌실 생각인가요?”




“무시한다. 이곳에 존재하는 유령과 굳이 뭔가를 할 생각은 없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아. 리더는 검은 여명회의 퍼스트 오더를 찾는다고 하셨죠.”




“그래. 이름은 레슬리. 나이는 추정컨대 최소 40줄 이상의 중년 남성이다. 실력만 놓고 보면 꽤나 뛰어난 마법사이기도 하지. 누구인지 추정이 가능해 보이나?”




아르파는 고개를 저었다.




“이 카사르 분지에 모인 마법사들을 모두 대조해 봤는데, 리더가 말씀하신 사람만 해도 200명이 넘어요. 뛰어난 마법사라고 하셨지만, 저는 겉모습으로 마법사의 위계를 구분하는 능력은 없어서요.”




“그것도 그렇군.”




게다가 지금도 열린 입구를 통해 마법사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었다.




이미 레슬리가 들어와 있는지, 아니면 반대로 바깥에서 나중에 들어올 기회를 엿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총체적 난국이로군.’




루드거는 하나씩 차분하게 정리하기로 했다.




“일단 나가서 둘러보도록 하지. 여기까지 와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까.”




“네!”




루드거는 아르파를 데리고 천막 밖으로 나왔다.




거리에는 마법사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신기한 마도구를 파는 사람부터 자신의 마법을 뽐내는 사람, 당장이라도 전초 기지를 벗어나 이 땅의 신비를 연구하고 싶어 다리를 떠는 사람까지.




“아침인데도 조금 어둡네요.”




시간상 이른 아침이지만, 이곳에 태양 빛이 비치는 일은 없다.




강렬한 마나로 이루어진 안개가 햇빛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대낮에도 밤이 지속되는 자연 현상을 극야(極夜)라고 부른다.




카사르 분지는 극야라는 말에 딱 어울리는 장소였다.




그나마 차이점이 있다면, 분지 내부의 마나가 자체적으로 발광(發光) 현상을 일으켜 크게 어둡지는 않다는 것이려나.




전초 기지의 중심으로 들어가자 많은 마법사가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이전까지 마법사들이 개별적으로 찾아온 사람들이었다면, 이곳에 모인 자들은 전부 저마다의 [소속]이 존재하는 자들.




그들은 바삐 움직이며 짐을 싸고, 여러 도구를 챙기고 있었다.




함께 따라온 짐꾼들이 커다란 가방을 짊어졌다.




그때 누군가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곧 비밀의 저택으로 향하는 탐험대가 출발합니다! 움직일 사람들은 지금 바로 합류하세요!”




마도구로 목소리를 키운 탓인지 그 외침은 전초 기지 곳곳으로 울려 퍼졌다.




마법사들은 그 말에 눈을 빛내며 몰려오기 시작했다.




“리더. 이건?”




“아무래도 다들 한 치의 시간도 낭비하고 싶어 하지 않는 모양이구나.”




“비밀의 저택이라면, 카사르 분지에 존재하는 예의 그 신비로운 저택을 말하는 거겠죠?”




“그래. 누가 지었는지도, 언제 지었는지도 모르는 미지의 장소. 유일하게 드러난 단서는, 저택의 주인이 마법사였으며 그 안에는 우리가 모르는 마법에 대한 지식이 잠들어 있다는 거지.”




“하지만 여기서 저택은 보이지 않는걸요.”




“아마 전초 기지에서 꽤 떨어진 곳에 있을 거다.”




그 말에 아르파는 납득이 갔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카사르 분지는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신비의 땅이니 소수로 움직이는 것보다는, 이렇게 다수가 함께 움직이는 것이 훨씬 더 낫겠네요.”




“과거에는 서로 지식을 먼저 탐하겠다고 팀을 따로 꾸려서 이동했던 일이 있었다고 하더군. 그리고 그들은 다시는 전초 기지로 돌아오지 못했지.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아, 저도 소문으로 들어 봤어요. 그때 소수로 흩어진 마법사들은 전원 행방불명이 되었다고요.”




루드거는 뒤를 돌아봤다.




넓게 깔린 전초 기지의 대로변 너머로, 아직도 열려 있는 카사르 분지의 입구가 보였다.




입구부터 전초 기지까지 이어지는 행렬의 사이사이에는 마력등이 길을 비추고 있었다.




마치 ‘반드시 이 길만 따라서 움직여야 한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저걸 만드는 데도 꽤 많은 시간이 걸렸으리라.




“그래도 탐험대 정도 되니 눈에 띄는 자들이 꽤 보이는군.”




루드거는 모노클 아티팩트를 통해 전초 기지의 중앙 광장에 모인 마법사들의 면면을 살폈다.




다들 상당히 마력이 정제되어 있고, 기도가 뚜렷하다.




카사르 분지 입구에 개미 떼처럼 모인 어중이떠중이들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구 마탑과 신 마탑에서 꽤나 이를 갈고 사람을 보냈군.”




“리스트에는 학파 연합회의 중진들도 더러 섞여 있어요. 그 외에 여러 학회의 사람들도 있고요.”




“저들은 이미 검증이 된 실력자들이지. 하지만 이곳에는 마땅한 소속이 없음에도 강한 존재감을 내뿜는 자들도 있다.”




루드거의 시선이 어느 한쪽으로 향했다.




다른 마법사들은 모르겠지만, 그의 아티팩트는 정확하게 마력을 측정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하늘을 향해 일직선으로 솟은 한 줄기의 기둥.




다른 마법사들이 타오르는 불꽃, 흩어지는 아지랑이처럼 마력을 드러낼 때.




저자는 유일하게 마력을 극한까지 가다듬어서 최대한 억제하고 있었다.




그만큼 마력 억제력이 대단하다는 방증.




루드거의 시선이 누굴 향하는 건지 알아차린 아르파가, 단번에 상대방의 신상 명세를 떠올렸다.




“데릭 올슨이네요. 소속이 없는 자유 마법사이며, 5위계 최상급 수준이라고 하네요. 조금만 시간이 더 있으면 렉서러 등급을 달성할지도 모를 사람이죠.”




“그런 건 어디서 들었지?”




“한스 씨에게요. 제가 신비의 밤에 리더를 따라가게 됐다고 하니까 유명한 마법사들 리스트를 보고 외우라고 하셨어요.”




“한스가 괜한 짓을 했군.”




하지만 이런 부분에서 소소하게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아마 한스도 아르파의 완전 기억 능력을 크게 믿었기에 이런 일을 맡긴 것이리라.




“그렇다면 다른 눈여겨볼 마법사들은?”




“확인해 볼게요.”




아르파는 그렇게 말하며 주변을 쓱 훑었다.




아르파는 곧바로 한쪽에 서 있는 장신의 마법사를 가리켰다.




다른 마법사들에 비해서 머리가 하나는 더 컸는데, 까무잡잡한 몸은 호리호리하고 팔은 유난히 길었다.




“아마르 추바카예요. 남부 밀림 지대 소수 민족 출신인데, 마법과 병행해서 특이한 주술을 사용하는 마법사죠. 위계는 높지 않지만, 상식을 벗어나는 독특한 마법과 기이한 지식이 많다고 해요.”




“그렇군.”




아르파의 말대로 아마르 추바카는 눈에 띄는 외양 이상으로 꽤 특이한 마력을 타고났다.




다른 마법사들의 마력이 불꽃이라면, 아마르의 마력은 마치 점성 높은 진흙 같았다.




“그 밖에도 저기 금장이 가득 달린 지팡이를 쥔 할아버지. 현자 림레이라고 해서 1인 학파의 지도자이자 렉서러 마법사예요.”




“저기 있는 다부진 체격의 중년인. 델리카 왕국 출신의 종군 마법사 벨카트 벤마르크예요. 엄청난 전격 마법사라고 하더라고요.”




“저기 노숙자처럼 보이는 사람 있죠? 셈파스라고, 겉보기는 저래도 실제로는 무시무시한 전투광이에요. 위계는 높지 않지만, 뛰어난 마력 컨트롤로 자신보다 위계 높은 마법사로부터 실전에서 여럿 승리했다고 해요.”




“저기 소심하게 쭈그리고 있는 마법사는 로이나 파블리니. 저렇게 보여도 렉서러 등급이고, 마법을 분석하고 탐구하는 데 최고의 재능을 지녔다고 해요.”




계속 아르파의 설명을 듣던 루드거는 익숙한 이름이 나오자 의외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로이나 파블리니?”




“네. 저기요.”




아르파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정말로 그곳에 로이나 파블리니가 있었다.




그녀의 주위에는 함께 온 것으로 추정되는 마법사들과 붙어 있었는데, 로이나 본인은 그것이 거북한지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시종일관 어깨와 고개를 움츠리는 그 모습은 전혀 6위계 마법사답지 않았다.




뛰어난 마법적 재능을 얻은 대신 사회성과 자존감을 포기했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저쪽은 연구를 위해 온 건가. 딱히 이상할 건 없겠군.’




로이나는 이쪽을 알아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어차피 친한 사이도 아니니, 굳이 먼저 인사를 나눌 필요는 없겠지.




그렇게 아르파에게서 여러 마법사에 대해서 듣는데, 주위에서 날아오는 시선이 따갑다.




‘저거. 루드거 첼리시잖아? 저 사람이 왜 여기에?’




‘왜 그렇게 놀라. 그래 봤자 아카데미 교사 아니야?’




‘멍청아. 소식 안 들었어? 저 인간은 세오른 교사인데, 이미 탈 교사급이라고. 이번 테러 사건 때 활약을 해서 황실에서 훈장까지 받았다는 소문이 있어.’




‘진짜?’




‘그것 말고도 고대어를 완벽하게 해석이 가능하잖아. 그거 하나만으로 이 탐험대에 충분한 인재지.’




마법사들은 조용한 목소리로 저들끼리 떠들었다.




물론 그것은 아르파의 뛰어난 청각으로 잡아낸 뒤, 아르파가 녹음한 것 같은 똑같은 소리로 루드거에게 고스란히 전해 줬다.




“라고 하는데요?”




“됐다. 무시해라.”




아무래도 이쪽의 이름값이 생각 이상으로 높은 모양이었다.




“뭐야. 요즘 신비의 밤에는 일개 교사도 찾아올 수 있는 곳이었나?”




누군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시비를 걸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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