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A - 371화 마법사의 증명 (2)

 ◈ 371화 마법사의 증명 (2)




경악. 불신. 놀람.




대부분 루드거를 향한 시선에 담긴 감정이었다.




하지만 아주 간혹, 이질적인 시선이 섞여 있었다.




흥미, 호기심, 호승심.




루드거의 능력을 봤음에도 놀라기보다는 조금 특이할 뿐이라고 넘기는 자들.




대부분이 아르파가 말했던 명단에 오른 사람들이었다.




‘문제는 여기서 레슬리가 누구인지는 아직도 구별이 안 된다는 건데.’




보통 이 정도 퍼포먼스를 보이면, 이질적인 반응을 보일 줄 알았다.




그래서 아르파에게 유심히 살피라고 지시까지 내렸는데, 아르파의 반응을 보면 딱히 그런 사람은 없는 모양이었다.




그때 아르파가 루드거에게 다가와 조용히 물었다.




“리더. 이렇게 이목을 끌어도 되는 거예요?”




“그럴 리가. 원래는 조용히 있을 생각이었다.”




“리더가 말씀하신 수상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어요. 그러면 문제가 되지 않나요?”




“어쩌면 있는데도 드러내지 않은 걸 수도 있겠지. 계획을 바꾸겠다.”




“어떻게 바꾸려고요?”




“찾으려 해도 보이지 않으면, 저들이 오게 만들어야지.”




본래 루드거는 이곳에 숨어든 검은 여명회의 사람들을 찾고자 했다.




가장 베스트는 레슬리 본인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의 부하라도 좋았다.




하지만 이쪽에서 억지로 접촉하려 든다면 오히려 상대편의 의심을 사게 될 터.




그렇다면 뒤집어서 생각하기로 했다.




이쪽이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그쪽에서 찾아오게 만들면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시끄럽게 굴어 줘야겠지.”




그런 의미에서 셈파스가 시비를 걸어 준 건 아주 좋은 기회나 다름없었다.




주위에 충분히 자신의 존재감을 심어 줬으니까.




그리고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그때 한 마법사가 루드거에게 다가왔다.




누구인가 싶어서 보니 익숙한 얼굴이었다.




“루, 루드거 첼리시 선생님. 오랜만이에요. 여기서 만나게 되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로이나 파블리니.




그녀는 머나먼 타지에서 아는 사람을 만났다는 사실에 안도감으로 가득한 얼굴이었다.




‘……이쪽이 다가오길 바란 것은 아니었는데.’




로이나 파블리니는 지옥에서 구원자를 발견한 사람처럼 루드거에게 바짝 다가왔다.




“헤, 헤헤. 루드거 선생님은 여기에 어쩐 일이신가요? 지금 탐험대에 참가하시는 거죠? 괜찮으시다면 저도 합류할 수 있을까요?”




“로이나 파블리니 마법사님은…….”




“편하게 이름으로만 불러 주세요.”




“……로이나 님은 같이 온 일행이 있지 않습니까?”




루드거는 그렇게 말하며, 로이나와 함께 있던 마법사들을 슬쩍 곁눈질했다.




“어, 그렇기는 한데요.”




로이나는 눈치가 보이는지 말을 더듬었다.




“저기, 저쪽 분들과는…… 그, 친하지 않다고 해야 할까.”




“같은 학파 연합회 소속 아닙니까?”




“그, 소속은 같은데. 꼭 그렇다고 모두 친한 건 아니고. 게다가 부담스럽다고 해야 할까. 애초에 저랑 접점도 없던 사람들이고, 다른 쪽에서 억지로 붙여 준 사람들이기도 하고…….”




로이나의 말은 두서가 없었지만, 압축 요약하자면 친하지 않으니 불편하다는 말이었다.




“요컨대 친하지 않으니 저기 있기 답답하다는 거군요.”




“그, 그렇게까지는 말하지 않았고요. ……비슷해요.”




비슷한 거면 사실상 그렇게 말했다는 말이 아닌가?




“저쪽과 친하지 않아서 일단 면식 있는 저를 찾아오신 것은 이해합니다. 그런데 의아하군요.”




“네?”




“우리도 딱히 친한 사이는 아니지 않습니까.”




“……!”




루드거의 말에 로이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는 얼굴이 되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걸 목도한 사람이라면 딱 이런 표정을 짓지 않을까.




“우, 우리 친한 거 아니었나요?”




“…….”




루드거는 순간 자신이 정말 그녀와 친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로이나가 진심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서로 친했던 적이 없는데.’




애초에 얼굴을 본 것은 이번이 3번째가 전부.




그마저도 대화다운 대화는 나눠 본 적도 없지 않은가.




“무슨 이유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 그야. 루드거 선생님께서 그날 수도에서 저와 학생들을 구해 주셨잖아요.”




고작 그런 이유로?




아니. 그렇게 생각할 수는 있다. 보통 큰일이 아니었으니까.




실제로 루드거가 구하러 오지 않았더라면 로이나는 크게 다쳤을 것이다.




마력이 거의 고갈되었으니, 죽었을지도 모르지.




거기서 루드거가 기적처럼 등장했으니 생명의 은인이라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생명의 은인과 친한 사람이라는 말 사이에는 아무리 봐도 간극이 어마어마하지 않은가?




그 부분에 대해서 지적을 했더니 로이나가 순진하게 물었다.




“네? 목숨을 구해 줬으면 친해진 거 아닌가요?”




“…….”




루드거는 새삼 잊고 있었다.




6위계, 「렉서러」 등급을 달성한 마법사들이 하나같이 다 이상한 사람들만 있다는 것을.




6위계란 그런 단계였다.




어딘가 일반적인 사람과는 뒤틀린 부분이 있어야 도달할 수 있는 경지.




렉서러 등급 중에서 최연소로 타이틀을 단 로이나라면, 다른 렉서러 마법사들보다 더 뒤틀렸다고 해도 무방하겠지.




이 사회성이 결여된 것이 그 증거일 터다.




“목숨을 구해 주면, 친한 사람이다.”




옆에서 아르파가 그 말을 듣고 똑같이 읊조리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아르파의 교육상(?) 좋지 않을 것 같아서 루드거는 재빠르게 정정했다.




“제가 도와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친해진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경찰이나 위병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그 사람들과도 친해지는 것이 아니니까요.”




“네? 친해지는 거 아닌가요?”




“……예. 아닙니다.”




“그, 그치만. 제가 예전에 학회 생활을 할 때 논문 도와줬던 마법사는 저에게 친구라고 했었는걸요.”




“친구라고요?”




“네. 그래서 계속 제가 논문이나 연구를 도와줬어요. 힘들기는 했는데, 그래도 그쪽이 저에게 우리 친구잖아? 해서 도와줬거든요. 제가 렉서러 등급이 된 이후로는, 바쁜 일이 있다고 통 연락이 없는데 아쉽게 됐네요.”




“…….”




그건 친구가 아니라 그냥 호구잖아.




루드거는 그걸 말할까 했다가, 이 뇌까지 순진한 사람에게 상처가 될 것 같아서 그냥 넘어가 주기로 했다.




‘생각해 보면 비슷한 사람이 내 수업을 듣고 있었던 것 같은데.’




친구라고 하면 간이고 쓸개고 다 빼 주긴 하겠지만, 무서운 언니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으니 괜찮겠지.




‘이걸 어떻게 쫓아내지.’




로이나가 이쪽이 붙어 있으면 다른 마법사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모이게 된다.




‘잠깐. 시선이 모인다?’




애초에 지금 루드거가 바라는 것은 일부러 시선을 끄는 거다.




아무리 레슬리라 하더라도 자신과 같은 퍼스트 오더가 작전 구역에서 시끄럽게 굴면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테니까.




‘그걸 생각하면.’




루드거가 로이나를 슬쩍 살폈다.




로이나는 간절한 표정으로 루드거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앞머리가 너무 길어서 눈은 보이지 않았지만, 시선만큼은 감출 수 없었다.




그만큼 지금 학파 연합회 모임에 있고 싶지 않다는 거겠지.




“알겠습니다. 로이나 마법사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함께 움직이는 것 정도는 해도 좋겠죠.”




루드거의 말에 로이나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다만, 저쪽에서 제게 뭐라고 할 가능성이 있기는 합니다만…….”




“그,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잘 말해 둘 테니까요!”




로이나는 그렇게 외치더니 재빠르게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조금 전과 다르게 발걸음이 하늘을 날 것처럼 가벼웠다.




로이나는 금방 돌아왔다.




“괜찮대요!”




정말 괜찮은 거 맞나?




멀리서 학파 연합회 마법사들이 루드거를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이쪽에게 따지고 싶지만, 로이나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반응.




로이나 본인은 저들을 불편해하겠지만, 반대로 저들에게도 로이나는 6위계 마법사이니 최대한 존중할 대상이라는 거겠지.




“뭐, 저쪽이 괜찮다면야 상관없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네!”




로이나는 기뻐하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우리 이제 친해진 거 맞죠?!”




“…….”




* * *




미친개 셈파스는 루드거 다음으로도 다른 마법사들에게 시비를 걸고 다니는지, 곳곳에서 자그만 소요가 일었다.




하지만 이곳을 자주 방문한 마법사들은 그걸 연례행사처럼 여겼다.




그 이상으로 신경 쓸 것이 많아,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다른 마법사들의 싸움을 구경하는 것은 즐겁지만, 중요도를 놓고 보면 이 카사르 분지의 신비를 탐구하는 것이 최우선이니까.




“출발한다!”




시간이 되자 선두의 지휘를 따라 탐험대가 출발했다.




전초 기지에 모인 마법사만 천 단위가 가볍게 넘고, 그중 신비의 저택을 향해 움직이는 마법사들의 숫자만 무려 300명.




이 정도의 숫자라면 어지간한 일에 충분히 대응이 가능한 전력이다.




거기다 중간마다 뛰어난 실력자들이 섞여 있으니, 탐험대의 위세는 위풍당당하기까지 했다.




“우리는 이쪽 길로 가는 건가요?”




아르파는 점점 가까워지는 숲을 보며 루드거에게 물었다.




루드거라고 이곳의 지리를 아는 것은 아니라서 마땅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대신 대답해 준 것은 로이나였다.




“네, 맞아요. 우리가 가려는 저택은 이 숲 너머에 있거든요.”




“잘 알고 계시군요.”




“이렇게 보여도 저 여기 5년 차예요.”




로이나는 나름 자부심이 있는지 허리춤에 손을 얹으며 엣헴 하고 잘난 척했다.




5년 차가 그렇게 긴 것은 아니다.




일수만 놓고 보면 고작 보름에 지나지 않으니까.




‘그래도 처음 온 사람보다는 훨씬 낫겠지.’




게다가 그녀는 마법 이론과 분석에 특출한 재능을 지닌 6위계 마법사가 아닌가.




다른 마법사들보다 아는 것이 훨씬 더 많은 것은 당연했다.




그래. 다행히도 이런 부분에서는 도움이 되는구나, 싶으면서 루드거가 질문을 던졌다.




“제가 알기론 이 숲에 사는 짐승들은 카사르 분지의 환경이 적응되어, 평범한 짐승이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길로 가는 것은 위험한 것이 아닙니까.”




“그야 위험하죠.”




아르파가 물었다.




“왜 위험한 건가요?”




“대기 중에 넘치는 마력 때문인지, 이곳에 서식하는 동식물들은 저마다의 변이와 진화를 거쳤거든요. 이런 곳에 사는 동물은, 겉보기로는 귀여운 토끼마저도 위험하기 짝이 없죠.”




“마법사가 상대하기 힘들 정도로 말입니까?”




“상황에 따라 달라요. 작은 동물 정도면 상대하기 쉽지만, 무리를 이루고 나면 상대하기 힘들어지고, 반대로 거대한 포식자는 아주 위험하죠. 「신비의 밤」에서 매년 100명 가까이 사망자가 나와요. 그중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대부분이 마력 재해 때문이지만 짐승에 의한 피해도 적지는 않죠.”




100명이나 되는 건가.




마법사가 끼어 있음에도 이 정도의 숫자다.




그만큼 이 땅의 아름다움 뒤에는 엄청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뜻이겠지.




“그중 분지 생명체의 습격으로 1년에 10명 정도의 사상자가 나와요. 그나마 전초 기지는 결계를 둘러서 괜찮지만, 그 바깥은 아니거든요.”




“그러면 숲은 더 위험한 거 아닙니까?”




탁 트인 곳이라면 모를까, 이런 우거진 숲이라면 훨씬 더 많은 짐승이 살고 있을 것이다.




나무로 시야가 가려지는 곳에서 기습이라도 당하면 위험해진다.




이곳의 짐승이 평범하게 이빨과 발톱을 들이밀지는 않을 테니까.




“차라리 숲이 나아요. 오랫동안 개척해 온 길의 흔적이 남아 있기도 하고, 숲의 나무 때문인지 심각한 마력 재해도 벌어지지 않거든요. 물론 짐승의 습격은 있지만요. 하지만 대응은 가능하죠.”




“그 말씀은, 대응조차 불가능한 사태가 벌어진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하는군요.”




“그렇게 들렸다면 제대로 들으신 게 맞아요. 그나마 다행인 건 이 숲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거죠. 무엇보다 이 정도 탐험 규모면 저는 꽤 안전하다고 봐요.”




루드거는 천천히 움직이는 마법사 무리를 슬쩍 살피며 입을 열었다.




“전투에 특화된 마법사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것도 그런 이유로군요.”




그 말에 로이나가 놀란 얼굴로 루드거를 올려다보았다.




대체 그걸 어떻게 알았냐는 것이었다.




루드거의 입장에선, 딱 봐도 워메이지 같은 자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으니 유추하기가 편했다.




물론,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은 한쪽 눈에 착용한 아티팩트였다.




그걸로 전장을 돌아다니며 힘을 길러 온 마법사들의 마력을 살필 수 있었으니까.




“탐구와 분석만 하는 마법사와는 겉으로만 봐도 확연히 눈에 띄니까요.”




“맞아요. 저들은 저택의 신비를 확인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혹시 모를 습격을 대비하기 위한 전투 요원이에요.”




“전투 마법사가 굳이 이곳에 올 필요가 있습니까?”




“저들에게도 마법의 지식은 필요하니까요.”




루드거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학자와 연구원들은 안전을 보장받고, 전투 마법사들은 그들로부터 자료를 받는 거로군요.”




“맞아요. 일종의 악어와 악어새 같은 거래 관계인 거죠.”




삐리리릭.




크르릉. 컹컹!




울창한 숲 너머에서 짐승들의 울음소리가 메아리처럼 들려왔다.




아르파는 그 소리가 어떤 짐승의 것인지 신기해했는데, 로이나는 아르파의 그런 행동이 겁에 질렸기 때문인 줄 알고 안심시키려는 듯 말했다.




“괜찮아요. 예전이야 몰라서 당했지만. 지금이야 습격 대응이 잘돼서 문제없을 테니까요. 특히 이번 탐험대는 300명이 넘는 대규모라 전보다 더 안전할 거고요.”




설명을 들은 루드거가 물었다.




“오늘과 같은 규모는 흔치 않은 모양입니다.”




“보통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긴 한데, 작년까지만 해도 200명 조금 넘는 수준이었어요. 올해가 유독 많긴 하네요.”




“그렇습니까.”




루드거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탐험대를 훑었다.




로이나는 별거 아닌 것처럼 여겼지만, 루드거는 올해 유독 사람들이 많이 모인 것이 단순히 우연이 아님을 알았다.




“그래도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게 아닐까요? 일단 숲은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을 테니까요.”




“왜죠?”




아르파가 옆에서 물었다.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




로이나는 그런 아르파를 흐뭇한 얼굴로 바라보며 차분하게 설명해 주었다.




“마력을 머금은 짐승들이라 해도, 결국엔 야생의 본능이 있거든요. 감당할 수 없는 적에겐 도망치는 것이 자연의 섭리죠.”




그때였다.




루드거는 빽빽하게 자라난 숲 너머를 응시했다.




무언가 이질감을 느끼기라도 한 것처럼.




“루드거 씨? 뭔가 보이시는 건가요?”




“로이나 씨.”




루드거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




“조금 전, 주위 짐승들의 소리가 불현듯 끊겼습니다. 벌레의 소리마저도.”




“네? 그게 무슨…….”




“아무래도 대비를 해야 할 것 같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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