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A - 380화 폐쇄된 문 (2)
◈ 380화 폐쇄된 문 (2)
로이나가 당황해서 물었다.
“잠깐만요. 문이 잠겨서 열리지 않는다니? 그게 무슨…….”
“말 그대로의 의미 같아요. 저 사람들은 문이 열리지 않아서 나가지 못하는 거고.”
아르파의 말에 루드거는 문 근처에서 서성거리는 마법사들을 살폈다.
그들은 심각한 얼굴로 목조 문 여기저기를 뜯어보고 있었지만, 이렇다 할 진척이 없는지 표정이 서서히 굳어졌다.
“비켜 봐!”
결국, 참지 못한 한 마법사가 문을 향해 마법을 쏘았다.
화르륵!
고열을 머금은 시뻘건 화염이 문을 향해 날아가 큰 폭발을 일으켰다.
후폭풍을 피해 물러난 마법사들은 검은 매연이 흩어진 뒤 보인 풍경에 눈을 크게 떴다.
“멀쩡하군.”
“아무리 신비의 힘이 깃들었다지만, 이 정도의 위력을 견딘다고?”
문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멀쩡했다.
심지어 화염에 적중당했는데 그슬린 흔적도 없었다.
“위력이 부족했던 건 아닌가?”
“그렇다면 더 강하게 가 보자고.”
이번에는 5명의 마법사가 동시에 마법을 펼쳤다.
조금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거대한 화력이 저택의 문을 때렸다.
섬광과 함께 폭발이 연달아 일어났고, 지켜보던 마법사들은 실드를 펼쳐 후폭풍을 막아 내야 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확실히 느껴지는 폭발.
이 정도면 충분히 부서졌으리라 생각한 마법사들의 표정은 다시 굳을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의 위력에도 멀쩡하다라.”
“다른 방식으로 열어야 하는 건가?”
흠집 하나 없는 문을 보며 마법사들이 침음성을 흘렸다.
지켜보던 자들도 그런데 마법을 사용한 당사자들은 오죽할까.
그들은 더 강한 마법을 쓰려고 했다가 주위에서 만류해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안 돼. 저 문은 단순히 마법으로 부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아마 거대한 마력의 의해 보호받고 있는 거겠지.”
“마법으로 안 된다면, 강력한 물리력으로 열릴까?”
강력한 힘을 지닌 사람이라.
일부 떠오르는 것이 있는 마법사들의 시선이 아르파를 향했다.
채셔 타이거를 맨손으로 잡고 휘두를 정도의 근력이라면, 어쩌면 가능성이 있을지도.
“리더. 어떡하죠?”
“한번 해 보겠나.”
아르파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향해 다가갔다.
마법사들은 그런 아르파의 모습을 잠자코 지켜봤다.
“흡.”
아르파가 두 손으로 문을 잡고 밀기 시작했다.
단순히 힘을 줬을 뿐인데도 아르파 주위의 공간이 숨통을 조이든 거대한 긴장감을 머금었다.
아르파는 그것에 개의치 않고 전신의 출력을 올려 문에 힘을 가했다.
빠드드득.
마법에도 멀쩡하던 문이 조금씩이지만 반응이 있었다.
아르파의 손바닥과 맞닿은 목조 문의 일부가 조금씩 결을 따라 뜯어져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오오오! 정말 밀어내는 건가.”
“보고도 믿기지 않는 힘이로군. 기사라 하더라도 저 정도의 힘은 보일 수 없을 텐데.”
마법사들은 아르파가 보여 주는 힘에 감탄하면서도, 동시에 그가 평범한 기사 지망생이 아님을 직감했다.
이 자리에 있는 마법사 중 기사를 만나 보고, 그들이 어느 정도의 힘을 지녔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꽤 됐다.
그렇기에 아르파가 보여 주는 힘이 절대 평범하지 않다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걸 따지거나 궁금해할 수는 없었다.
일단은 이 비밀의 저택에서 나가는 것이 우선이니까.
아르파가 한 걸음 크게 내디뎠다.
동시에 문이 거의 뜯겨 나가기 직전,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다.
퍼엉!
아르파와 문 사이에서 빛이 번쩍인다 싶더니 아르파의 몸이 뒤로 튕겨 나간 것이다.
아르파는 곧바로 허공에서 자세를 잡아 무사히 착지했지만, 그 얼굴에는 당혹스러운 빛이 역력했다.
그것은 지켜보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문이 수복됐어!”
조금 전까지 아르파가 반쯤 부쉈던 문이 어느새 멀쩡하게 변했다.
그 광경에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의 얼굴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던 기회가 사라진 것이다.
“아르파. 괜찮나?”
“네. 저는 괜찮아요.”
“방금 어떻게 된 거였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주 순간이지만, 무언가가 저를 밀어낸 것 같아요. 마치 저택 자체가 거부하는 것 같은 느낌처럼.”
“손상되었던 문이 원래대로 수복된 걸 보면, 아무래도 그런 모양이군.”
마법으로도, 순수한 물리력으로도 문은 열리지 않는다.
이 순간,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은 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이 자리의 모두가 저택에 갇히게 됐다고.
“나갈 방법은?”
“시간은 얼마나 남았어?”
“바깥의 사람들은 뭘 하는 거야.”
마법사들은 저마다 하나씩 떠들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패닉에 빠져서 난동을 피우는 사람은 없다는 점이려나.
루드거 또한 일행과 함께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무래도 저희는 갇힌 것 같습니다. 사실상 확정이라 봐도 되겠죠. 저택이 저희를 나가게 놔두지 않으니까요.”
모두가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루드거는 우선 상황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며 입을 열었다.
“혹시 이와 비슷한 일이 전에도 있었습니까?”
로이나와 셈파스는 고개를 저었다.
마지막으로 림레이를 바라보자, 그 또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는지 진지하게 답했다.
“없었다. 그런 일이 있었다면 기록으로도 남았을 거야.”
“그러면 이번이 처음으로 있는 일이라는 말이로군요.”
“사실상 그런 셈이지.”
“시간은 얼마나 남았습니까?”
자정이 되는 순간 저택에는 괴물이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그 괴물이 어떤 모양인지, 얼마나 강한지, 또 몇 마리나 있는지는 모른다.
단 하나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녀석이 뜨는 순간 최소한 이 자리에 모인 마법사 중 절반 이상은 죽어 나가리라는 것.
“4시간. 자정까지 남은 시간이다.”
“그 안에 탈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거로군요.”
“구, 굳이 그럴 필요 있을까요?”
그때 의견을 낸 것은 로이나였다.
“바깥에서 철수 준비를 하던 사람들도, 저택 내부의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는 것을 깨달았을 테니 모종의 조치를 취할 거예요. 저택 내부에서는 나가지 못하지만, 어쩌면 밖에서 문을 열어 줄 수도…….”
“아마 그건 힘들 겁니다.”
루드거는 고개를 저으며 로이나의 희망을 부정했다.
“왜, 왜요?”
“외부에서 그렇게 쉽게 열릴 거라면, 애초에 이런 식으로 저희를 가둬 두지도 않았겠죠. 아마 바깥의 사람들이 무슨 짓을 해도, 저택의 문은 절대 열리지 않을 겁니다.”
“아닐 수도 있잖아요.”
“지금까지 벌어진 적이 없던 일입니다. 그렇게 쉽게 해결된다는 것부터가 지나치게 낙관적인 관측이죠. 저희는 지금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야 합니다.”
“그런…….”
로이나는 루드거의 가차 없는 대답에 말을 잇지 못했다.
사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자신이 한 말은 그저 불확실한 희망에 기댄 것이라는 걸.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루드거는 일행에게만 들리게끔 목소리를 최대한 낮췄다.
“다들 봤으니 알 겁니다. 이곳에 살인마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택에서 누구도 나가지 못하게 됐습니다. 과연 이 상황이 우연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네 말은, 이 일이 그 살인자들과 관련이 있다는 거냐?”
“최소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물론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살인자들, 그러니까 검은 여명회가 대체 무슨 수를 썼기에 저택 내부 사람들을 전부 가뒀는가.
‘레슬리는 모종의 일을 꾸미고 있다고 했지. 그리고 준비가 갖춰졌다 했어. 이번이 그 최종 목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최소 갖췄다는 준비의 과정에서 이 저택을 폐쇄시키는 것은 포함되어 있겠지.’
결국, 이쪽은 아직 모르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말이었다.
바꿔 말하면, 그 방법을 알기만 한다면 닫힌 문을 다시 열 수도 있었다.
‘문제가 있다면, 검은 여명회의 존재인가.’
루드거와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셈파스가 중얼거렸다.
“아직 여기에 섞여 있는 수상한 자들이 마음에 걸리는군.”
“아, 아직 안에 살인자들이 남아 있다고요?”
“내 생각은 그래. 놈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문이 잠기기 전에 이미 저택을 나가거나 했겠지. 하지만 전부는 아니리란 것이 내 생각이야.”
루드거도 셈파스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들은 모종의 방법으로 저택의 기능을 다루게 됐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다른 누구도 충분히 그게 가능하다는 거겠죠. 준비성이 철저한 자들인 만큼, 그 기능을 철저히 지키려고 할 겁니다.”
“하지만 그러면, 자신들도 죽을 텐데요?”
“어쩌면 그걸 충분히 각오했을지도 모르죠.”
검은 여명회야 뭐, 워낙에 미친놈들이 가득하니까.
상황을 정리하니 사태는 생각 이상으로 훨씬 더 심각했다.
폐쇄된 저택.
안쪽에 존재하는 살인자들.
자정이 넘으면 등장하는 저택의 괴물까지.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아도 되나요?”
“그러면 더욱 혼란만 초래할 뿐입니다. 반대로 우리가 의심을 받을 수도 있고요.”
“그건, 그렇겠네요.”
로이나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우선, 탈출 방법부터 찾아볼까요?”
로이나가 조심스럽게 자신의 견해를 꺼냈다.
문은 잠겼어도 혹시라도 다른 출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었다.
“가령, 창문이라거나.”
“그런 심플한 생각이 먹힌다면 좋겠지만, 그러진 않을 거 같군요.”
루드거는 벌써부터 창문을 두드리는 마법사들을 보며 답했다.
저택의 창문은 문과 다르지 않았다.
아무리 두드리고 마법을 쏘아 내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창문의 형태를 한 거대한 성벽이 따로 없었다.
‘그나마 가능성을 꼽자면, 그림자를 통한 공간 이동인데.’
루드거는 아테르 녹터누스를 통해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상상해 보았다.
하지만 창밖에 가득한 안개를 보고 포기하기로 했다.
‘공간에 내포된 마력의 밀도가 너무 높아. 자칫 잘못했다가는 좌표가 꼬일 수 있어.’
공간 이동의 장점은 많지만,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렇게 대기에 마력이 넘쳐나고, 그 이상으로 저택 자체가 신비의 힘에 둘려 있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공간 이동을 자칫 잘못 사용하면 왜곡된 좌표로 인해 어딘지도 모를 곳에 떨어질 가능성이 컸다.
차라리 하늘에서 추락하면 다행이다.
땅속에 묻힌다면 그때는 답도 없다.
‘게다가 내가 공간 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밝히는 것도 리스크가 크다.’
이런 마법이 존재한다는 것을 넘어, 자칫 잘못하면 자신의 숨겨 온 신분이 탄로 날 가능성이 있었다.
뭐가 어찌 됐든 리스크만 가득한 선택이었다.
“결국,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일행의 시선이 전부 루드거에게 모였다.
“이 일을 벌인 범인을 찾아내는 거죠.”
“범인이요?”
“그들이 저희를 저택에 가뒀으니, 저택을 벗어나는 방법도 그들이 쥐고 있을 겁니다. 그들을 찾아서, 방법을 심문해야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요?”
“그건 지금부터 생각을 해 봐야겠죠.”
루드거는 그렇게 말하며, 커다란 홀에 모인 마법사들을 슬쩍 살폈다.
저들 중에 검은 여명회가 숨어 있다.
문제는 숫자가 몇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원래는 10명씩 모인 자들을 생각했는데, 그중 일부가 먼저 저택을 벗어났다면 인원에 변동이 있을 것이다. 10명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어.’
게다가 이들의 행동도 영 이상하다.
비록 가짜 신분이라 하지만 루드거는 검은 여명회의 간부, 즉 퍼스트 오더다.
그런 그가 저택에 들어온 것을 저들도 모르지 않을 텐데, 이런 일을 벌인 것이다.
‘내가 죽기를 바라는 건가. 아니면 퍼스트 오더라 해도 계획에 차질을 빚게 만들 수 없으니 진행한 건가.’
이쪽에 바로 접촉을 하지 않는 것도 그렇고 여러모로 걸리는 것이 있었다.
그래도 루드거는 일단 후자에 무게를 두기로 했다.
그가 신비의 밤에 참여하고, 비밀의 저택에 온 것은 갑작스럽게 결정된 일이었으니까.
‘그렇다 해도 나만 따로 빼내 달라고 요청을 할 수는 없어. 나 혼자서 놈들과 접선이 불가능하니까.’
저택의 룰은 절대적이다.
조금이라도 따로 움직이게 된다면 ‘최소 인원 5명’이라는 조건을 위배하게 된다.
그러면 어떻게 될 것인가.
루드거는 굳이 위험한 모험을 하고 싶지 않았다.
‘일단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해. 저택에는 문을 폐쇄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그리고 검은 여명회는 그 기능을 알고 있거나, 혹은 그걸 다룰 수 있는 공간에 도달했다.’
저택의 총 300개가 넘는 방.
그중 하나가 문을 개방할 수 있는 기능과 관련된 곳일 가능성이 컸다.
‘그 방을 찾아야 하지만, 사실상 가능성은 0에 수렴해.’
어딘지도 모를 방을 찾아야 한다는 것은 너무 터무니없는 조건이었다.
서고야 이전부터 사람들이 몇 번 들려 본 적이 있기에 약간의 단서라도 있었지만.
앞으로 가야 할 곳은 검은 여명회를 제외하면 누구도 모르는 곳이다.
‘정보. 이 비밀의 저택과 관련된 다른 지식이 필요해.’
루드거는 정신을 다잡았다.
“움직입시다.”
“네? 지금요?”
“어차피 여기서 머리 맞대고 방법을 궁리해도 나오는 것은 없습니다. 차라리 돌아다니면서 직접 찾는 것이 훨씬 더 나을 겁니다.”
“나도 동의하네.”
림레이도 루드거의 의견을 지지했다.
셈파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면 어디로 가게요?”
“다시 서고로 돌아갑니다. 그곳에서 이 저택과 관련된 단서를 찾을 겁니다.”
루드거는 자신이 오늘 읽었던 책의 내용을 떠올렸다.
이 저택에는 주인이 있었다고 했다.
그것이 비록 혼령의 형태였다고는 하지만, 주인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단서는 주어졌다.
저택 주인이 머무르던 방.
그곳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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