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A - 387화 외나무다리 (1)
387화 외나무다리 (1)
따로 빠졌어야 할 림레이가 나타났음에도 루드거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그저 예정된 일이 벌어졌다는 것처럼, 눈앞의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림레이는 눈가에 주름을 깊게 패며 물었다.
“알고 있었느냐?”
“솔직히 말하자면, 반신반의였습니다.”
“반신반의였다라.”
“때에 따라 바뀌었으니까요. 어르신이 처음 제게 접근했을 때는 의심이 있었습니다. 이 정도의 사람이 왜 온 걸까. 그럴싸한 이유는 있었지만, 완전히 납득하기는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 보여 준 태도를 보고 의심을 누그러뜨렸습니다.”
적어도 아르파에게 보여 준 살가운 태도는 연기가 아닌 진짜였다.
아니.
어쩌면 지금까지 보여 준 모든 것이 진짜일지도.
그렇기에 루드거가 확신을 품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날 계속 경계하고 있었구나.”
“예.”
루드거는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재로 돌아와 숨겨진 장소를 발견했음에도, 루드거는 일행에게 그 사실을 숨겼다.
그 직후 루드거를 찾아온 것은 셈파스도 로이나도 아닌 림레이였다.
“그 숨겨진 공간을 결국 찾아냈던 건가. 그림자 기사를 보고 도망치기는커녕, 오히려 돌파할 생각을 했다니. 내가 너를 너무 낮잡아 봤어.”
림레이가 한 손으로 자신의 흰 수염을 쓸었다.
“언제부터지? 나에 대해서 확신을 품게 된 것이.”
“문이 닫히고 저희와 따로 빠졌을 때. 기억하십니까?”
“그랬지.”
“진리학파가 멋대로 굴어 준 덕분에 저희도 따로 떨어져서 움직일 수 있게 됐죠. 하지만 저는 거기서 기회를 봤습니다. 저택 내부에 숨어든 살인자들이라면, 반드시 모종의 방법을 통해 저에게 접촉하리라는 확신이 있었으니.”
“너에게? 왜?”
“여기까지 와서 뭘 숨기십니까.”
“그래, 존 도우. 눈치는 정말 더럽게 빠르구나.”
림레이는 결국 너털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어처구니가 없다기보다는, 너무나도 정확한 판단이라 순수한 감탄에 가까웠다.
“하지만 아무도 따라붙지 않았지. 그때 너는 확신을 품었구나. 놈들이 따라붙지 않은 이유를.”
“따라붙지 못한 것이 아니라, 그럴 필요가 없던 거였죠.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이유는, 이미 따로 붙여 놓은 사람이 있기 때문이고.”
“그 사람이 이렇게 눈앞에 등장했으니, 이제 만족하느냐?”
림레이의 말에 루드거는 고개를 저었다.
“안타깝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처구니가 없구나. 나는 너희를 속였고,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질렀다. 그럼에도 너는 화조차 내지 않는구나.”
“아무것도 모른 상황에서 이런 일을 맞닥뜨렸다면 적잖게 당혹스러웠을 겁니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다면 그럴 일도 없죠.”
그것은 림레이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애초에 루드거가 자신을 보곤 별로 놀라지 않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루드거가 이 상황을 예견했듯.
림레이 또한 이렇게 되리라 예견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욱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이 파국은 결국 정해져 있었고, 그것을 피할 수 없었다는 말이니까.
“차라리 여기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셨다면, 저는 끝까지 모른 채로 남겼을 겁니다.”
“세간에 알려진 것에 비해서 꽤 자비심이 넘치는구나.”
사소한 실수를 일으켜도 부하를 죽이던 존 도우가 보일 태도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무슨 상관일까.
“어차피 그럴 수 없다는 걸, 너도 알지 않느냐.”
“예. 그래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제 추측이 틀리길 바랐지만, 결국 맞아떨어졌으니까요.”
“나 또한 그렇다. 차라리 그림자 기사들에게 당하길 바랐어. 하지만 그러지 않았지. 너희의 실력은 너무 뛰어났거든. 내가 여기까지 온 것은, 혹시나 싶은 생각 때문이었고.”
하지만 그 혹시라는 말이 결국엔 맞아떨어졌다.
“그보다, 데려간 사무엘은 어떻게 했습니까.”
“그 녀석? 무사히 다른 마법사들에게 떠넘기고 왔다.”
죽이지 않았다는 말에 루드거가 의외라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굳이 죽일 이유도 없었다.
루드거가 최후의 통첩을 건넸다.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여기서 멈출 생각은 없으십니까.”
“그러는 너는 왜 멈추지 않는 거지.”
“안 그랬으면 죽는데, 제게 무슨 방법이라도 있겠습니까.”
생각해 보니 그렇다며, 림레이는 실소를 흘렸다.
이윽고 그는 얼굴에 웃음기를 싹 지우며 루드거를 응시했다.
평소와 다르게 차갑게 가라앉은 눈동자는 그 중심에 확고한 뜻을 내비치고 있었다.
“애석하게도 내게도 멈추면 안 되는 이유가 있어.”
“그렇습니까.”
“안타깝다고 생각하나?”
“예, 그렇습니다.”
“세상일이 다 그래. 투쟁도 반목도 갈등도, 결국 저마다의 이유 때문에 벌어지거든.”
“동감합니다.”
루드거는 옆에 선 아르파를 돌아보았다.
“아르파.”
“리더. 저는…….”
아르파는 진지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만, 루드거가 그 말을 끊었다.
“물러나라.”
“하지만, 리더.”
“이해한다. 적이니 싸워야겠지. 하지만 아르파. 너는 정말 진심으로 어르신과 싸울 수 있겠느냐.”
그 질문에 아르파의 눈동자가 크게 요동쳤다.
아르파는 림레이를 슬쩍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 그와 함께하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던 일들이 떠올랐다.
“저는…….”
림레이 할아버지와 싸우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루드거 혼자 싸우게 놔둘 수도 없었다.
“당혹스럽겠지.”
“…….”
“이해한다. 하지만 아르파. 살다 보면 반드시 이런 순간은 찾아온다.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결정해야 해.”
“싸우지 않고, 좋게 해결할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그 말은 너무나도 어리석고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몽상가의 발언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루드거는 아르파를 비웃지 않았다.
질책도 꾸지람도 없이.
그저 희미하게,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을 뿐이다.
마치 장하다는 듯이.
“아르파. 세상일은 뭐든지 좋게 흘러가지 않는다. 나쁜 의도는 나쁜 일로, 좋은 의도는 더욱 나쁜 일로 이어지지. 그것이 지금의 세상이야.”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루드거는 그 말이 참 와닿는다고 생각했다.
“대체 왜요?”
“그 이유는 누구도 모른다. 나도 그렇지. 그렇기에 우리는, 그 이유를 찾아야 한다.”
이 길을 계속 걸어야 한다.
그리고 그 끝에 있는 것을 찾아 해답을 발견해야 한다.
“우리가 선택해야 할 것은 아주 단순해. 지금 걷는 길을 멈추지 않는 것이지.”
그것이.
이 세상에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주어진 의무였으니까.
아르파는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해요. 제가 어리광을 부려서.”
“괜찮다. 오히려 그 순수함을 언제까지고 간직했으면 좋겠구나.”
루드거는 아르파의 저 어린아이다움을 좋아했다.
아이가 어른의 눈을 하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
“쓰러진 사람들을 부축해서 물러나라. 이곳에 있으면 휩쓸릴 테니까. 둘 다 목숨은 붙어 있으니, 간단한 응급조치만 하면 될 거다.”
“네. 알겠어요.”
아르파는 곧바로 쓰러진 로이나를 둘러업고 자리를 벗어났다.
그때까지 가만히 지켜보던 림레이가 입을 열었다.
“역시 네놈은 평범한 녀석들과는 다르구나.”
“그렇습니까.”
“그래. 이제는 적이 됐지만, 네놈 말대로야. 우리가 할 일은 간단해. 멈추지 않는 것이지.”
림레이는 자조적인 목소리로 중얼거리더니 이윽고 입술을 꾹 다물었다.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었다.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길은 없다.
멈추지 않는 두 사람이 외나무다리에서 마주쳤다.
사람은 둘.
길은 오직 하나.
이 자리에서, 한 명은 반드시 떨어진다.
세상의 그림자라는 저 아래로.
차르륵.
림레이가 석장을 바닥에 쿵 찍었다.
“너를 존중하는 인생의 선배로서, 딱 하나만 충고하마.”
“말씀하십시오. 귀담아듣겠습니다.”
“나와의 싸움에서 전력을 다해야 할 거다.”
푸확!
그와 동시에 림레이의 눈동자에서 안광이 폭사했다.
시퍼렇게 흘러넘치는 것은 안광만이 아니었다.
림레이를 중심으로 거센 바람이 몰아치며 그가 입은 로브를 펄럭였다.
뚜렷한 형상을 머금은 마나가 거칠게 요동쳤다.
그것은 마치 마나로 타오르는 거대한 화로를 보는 것 같았다.
“그러지 않으면 너를 비롯한 뒤의 동료들도 죽을 테니까.”
“굳이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조금 전 전투로 꽤 마력을 소모했지만, 안배해 둔 마력이 있었기에 루드거 또한 마력을 일으켰다.
[아테르 녹터누스]
그의 몸을 새까만 그림자가 둘렀다.
발끝부터 해서 일렁이는 그림자가 정수리를 뒤덮으며 얼굴에 까마귀 가면을 씌웠다.
림레이는 6위계의 렉서러 등급 마법사다.
봐주면서 싸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6위계 마법사와의 일기토라.’
생각해 보면 처음 겪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싸워 온 상대 중에 6위계 마법사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순수하게 일대일 대결은 아니었으니까.
‘심지어 상대는 나를 약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아, 방심도 하지 않는다.’
공기가 요동치며 림레이 주위의 공간이 일그러지는 것처럼 보였다.
림레이의 마력이 너무 강해서 일순 그런 착시를 일으킨 것이다.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대기가 떨린다.
피부가 저릿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것이 렉서러 마법사의 전력(全力).
림레이는 지금 모든 힘을 다할 생각이었다.
‘조금이라도 여유를 부리는 순간, 죽는다.’
6위계 마법사.
그것도 실전 경험이 풍부하며 오래 살아온 베테랑이다.
당연히 같은 6위계 내에서도 수준이 갈린다.
그런 의미에서 림레이는 루드거가 만난 인간 마법사 중 단연코 최강이었다.
선공은 림레이가 가져갔다.
파아앗!
림레이의 머리 위에서 마력이 소용돌이치며 회전하더니, 이윽고 화려한 술식을 그렸다.
저 정도로 복잡한 술식을, 어떠한 준비도 없이 즉석에서 짜 올리다니.
보고도 믿기지 않는 광경인데, 그 위력은 더욱 말이 안 됐다.
눈부신 섬광이 번쩍이는 것과 동시에 루드거의 지척까지 덮쳐들었다.
순수 마력을 방출하는 것으로 이루어진 단순무식한 공격.
그렇기에 빠르고 강력하다.
─이건 막을 수 없다.
루드거는 곧바로 몸을 옆으로 날려 포격을 피해 냈다.
마법수를 몸에 둘러 육체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반응조차 하지 못했으리라.
그러나 루드거가 피한 자리에 재차 마력포가 날아왔다.
애초에 이 일격으로 끝나리라곤, 림레이는 기대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이번에는 피하지 못하게끔 위치 또한 절묘하다.
루드거는 어쩔 수 없이 그림자 아래로 몸을 감췄다.
늪지대에 빠지듯 루드거의 몸이 그림자 아래로 스르륵 스며들었다.
그 위를 거대한 마력의 포격이 휩쓸고 지나갔다.
어지간한 일에 손상이 되지 않는 저택에 상흔이 남을 정도로 마력의 포격은 강력했다.
림레이는 눈동자를 굴리며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
루드거가 사라졌다고 해서 그는 놀라지 않았다.
차분하게, 어딘가에서 모습을 드러낼 루드거를 찾을 뿐.
그 순간 그의 머리 위에서 여러 마력 반응이 일어났다.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얼음과 불, 전류로 이어진 화살 비가 우수수 떨어졌다.
림레이를 중심으로 반경 10m 이내를 완벽하게 뒤덮는 공격.
그러나 림레이는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은 채, 가볍게 석장을 흔들었다.
챠르릉.
무수한 실선들이 원소의 화살 비 사이를 꿰뚫고 지나갔다.
약간의 시간 차를 두고 화살들이 폭발을 일으켰다.
형형색색의 폭발이 허공을 어지럽게 수놓았다.
림레이는 그 번쩍이는 섬광들의 틈새 속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직후 림레이의 그림자에서 루드거가 불쑥 튀어나오며 소드스틱을 찔러 넣었다.
등 뒤에서 이루어지는 깜짝 기습.
림레이는 손에 쥔 석장을 한 바퀴 돌리며 지면을 쿵 찍었다.
콰아아아!!!
림레이를 중심으로 거대한 마력의 폭풍이 휘몰아치며 동심원을 그리듯 퍼져 나갔다.
마력 폭풍은 뒤에서 기습을 가하려던 루드거를 멀리 밀어냈다.
림레이는 등을 돌리며 루드거에게 석장을 겨누었다.
석장의 주위로 술식이 그려지며 무자비한 마력의 포격이 연달아 쏘아졌다.
루드거는 허공에서 점으로 수축하며 자리에서 사라졌다.
“공간을 뛰어넘는 마법이라니. 나를 연달아 놀라게 만드는구나.”
어떤 공격이라도 삽시간에 피하는 마법이라니.
심지어 그것을 바탕으로 근접전도 서슴지 않고 걸어온다.
림레이는 전신의 마력을 더욱 강하게 일으키며 홀 전체의 공간을 잠식했다.
흩뿌린 마력에 이상 반응을 감지한 림레이가 손을 뻗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마력이 요동치더니, 이윽고 그곳에서 루드거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완벽하지는 않구나. 이렇게 과밀된 마력의 환경에서는, 쉽게 운용하기 힘들어 보여.”
“…….”
공간 전체를 자신의 마력으로 뒤덮다니.
설마 그림자 사이에 몸을 숨기며 공간을 넘나드는 마법을 이렇게 파훼할 줄은 몰랐다.
6위계 마법사이니 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렇다 해도 저택 자체에 넘실대는 마력도 만만치 않을 텐데, 그걸 밀어내면서 자신의 마나로 가득 채우다니.’
무식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이다.
루드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소드스틱을 쥐지 않은 왼손을 허리춤에 가져갔다.
재빠르게 뽑아낸 검은 리볼버가 불을 뿜었다.
타타탕!
림레이는 불의 침묵을 사용하는 대신 마력 방벽을 둘러 마력탄을 막아 냈다.
방벽은 꿈쩍도 하지 않았지만, 루드거는 방아쇠를 당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 모습에 림레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총알의 방향이…….’
마력으로 이루어진 탄환은 허공에서 기이한 각도로 움직이며 방향을 전환했다.
눈을 어지럽히는 현란한 총알의 움직임을 본 림레이가 방벽을 촘촘하게 둘렀다.
어디로 날아오는지 모른다면 전면을 막아 내면 그만.
그렇게 생각한 순간 마력탄이 허공에서 사라졌다.
림레이는 싸늘한 섬광이 자신의 눈앞에 나타나는 걸 발견했다.
마력탄 마저 공간을 뛰어넘게 하는가.
림레이의 머리가 재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퍼퍼펑!
방벽 내부에서 나타난 탄환은 허공에서 터져 나갔다.
림레이가 펼친 마력의 실이 꿰뚫었기 때문이다.
하늘을 나는 파리를 화살로 쏴 맞히는 수준의 기예.
림레이는 그것을 어렵지 않게 펼쳐 냈다.
“제법이다만.”
마법사 주제에 지팡이 안에 검을 숨겨 놓은 것도, 마력으로 이루어진 탄을 쏘아 내는 총을 사용하는 것도.
“아직 부족해.”
전부 기상천외한 방식이었지만, 이쪽에 닿기엔 한없이 부족했다.
림레이는 이게 전부냐는 시선으로 루드거를 응시했다.
그리고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역병의사를 닮은 까마귀 가면의 아래로, 루드거가 파이프 담배를 물고 있어서였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담배를 피울 리가 없었다.
평소에 그런 것에 입조차 대지 않던 남자가 아니던가.
‘도핑인가.’
지금까지 했던 모든 공격은 저것을 위한 시간벌기에 지나지 않았나.
게다가 루드거의 주위로 진하게 피어오르는 푸른 마력의 잔향.
그것이 공간을 장악한 림레이의 마력을 서서히 밀어내고 있었다.
‘저 정도 밀도의 도핑이라면, 분명 몸이 망가져도 이상할 것이 없는데.’
루드거는 그것을 멀쩡히 버티고 있었다.
아니면, 저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은 특이 체질일지도 모른다.
뭐가 어찌 됐든 이쪽이 할 일은 바뀌지 않는다고 판단하려는 순간, 림레이는 보았다.
루드거의 등 뒤에서 피어오르는 황금빛 광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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